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인터뷰] 김종훈 의원 "조선업 구조조정, 계속하면 일본 꼴 난다"

"조선업 사양론은 과장, 숙련공 육성·유지 필요…국회 산자위도 조선업 1위 걸맞게 인력 갖춰야"

2018.12.27(Thu) 17:27:18

 [비즈한국] 세계 조선업계가 회복세를 보인다. 훈풍을 맞은 국내 조선업계는 서서히 달아오르는 중이다.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올해 11월 기준 세계 선박 발주량(2600만 CGT)의 42%(1090만 CGT)를 수주했다. 중국(874만 CGT, 33%)과 일본(322만 CGT, 12%)을 따돌리고 7년 만에 세계 1위 권좌를 탈환했다.

 

생산 현장에선 벌써 인력 수급난이 일고 있다(관련 기사 물 들어오는’​ 조선업, 그런데 ‘노 저을 사람’​이 없다)​. 2014년부터 우리나라 조선업계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일은 들어오는데 이제 일할 사람이 없는 형국이다. ‘빅3’인 현대중공업그룹,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모두 구조조정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여전히 일감보다 유휴인력이 많다는 입장.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울산 동구를 지역구로 2016년 처음 국회에 입성했다. 울산시의원, 동구청장을 거치며 자연스레 조선업 전문가가 된 그를 지난 24일 국회에서 만났다. 사진=박은숙 기자

 

반대로 조선업 인력을 육성하고 붙잡아둬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조선 사양산업론은 과장되었다”며 “조선산업은 4차, 5차 산업혁명을 맞이해도 꼭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기업이 모두 나서서 숙련공을 육성하고 유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김 의원은 조선산업의 본거지라 불리는 울산 동구를 지역구를 두고 2016년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그는 울산시의원, 울산 동구청장을 지냈고, 울산 동구를 기반으로 정치 활동을 하며 자연스레 ‘조선업 전문가’가 됐다. 조선업 전문가 중 유일무이하게 국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입법권을 가진 인물이 된 그를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Q. 올해 초까지만 해도 조선업 사양 산업론, 중·일 샌드위치론 등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전망이 밝지 않았다.

A. 조선산업은 등락이 있을 뿐 결코 사양 산업으로 볼 수 없다. 2015년부터 조선산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당시 산자부 장관 등 정부 당국자까지도 ‘조선산업의 미래는 없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하며 구조조정이 필요한 산업이라고 규정했다. 내가 국회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조선업 사양 산업론을 반박하는 것이었다. 조선업 사양 산업론은 과장된 말이다. 지금 호전되고 있는 현실이 그걸 증명한다고 본다.

 

김 의원은 구조조정을 이어 나가려는 대형 조선소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인력이 곧 기술”이라며 “호황에 대비해 인력을 붙잡아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Q. 예전의 영광을 다시 누릴 수 있다고 보나.

A. 어려운 질문이다. 클락슨(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에 따르면, 올해 세계 조선 발주량은 2750만 CGT(Compansated Gross Tonage·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예상되고 내년은 3100만 CGT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침체된 상태다. 그 이전에 누렸던 호황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그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내 수주현황이 증가추세이고 우리 기술에 대한 세계적인 신뢰가 여전히 높은 만큼, 향후 계획을 어떻게 잡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Q. 조선업 호황을 대비해 국내 조선업계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A. 인력을 잃지 않는 것이다. 조선산업에선 인력이 곧 기술이다. 인력을 잃으면 기술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본의 경우 2008년부터 구조조정을 감행하고 도크(선박 건조장)를 줄였다. 지금 일본은 수주를 더 받고 싶어도 생산력과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는 실정이다.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울산 동구만 해도 조선업 관련 종사자가 정규직, 사내하청, 외부 협력업체, 물량팀, 돌관팀(말단하청) 등 모두 합쳐 24만 명이었는데, 4년간 1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미래 전략을 담은 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16년 10월만 해도 정부는 맥킨지(글로벌 경영컨설팅사) 보고서를 토대로 우리나라 조선업 종사자 34%를 구조조정 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대기업들이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기회를 틈타 비싼 정규 인력을 정리하고 물량팀 돌관팀으로 대체하고 있다. 최근 몇 해 사이 일시적인 경기 부진을 이유로 노동자들을 대량해고하고 재벌 일가의 승계나 계열사 불리기 등 외적인 부분에 계속 치중하는 경영 행태가 우려스럽다. 

 

Q. 강성노조가 철밥통을 내려놓지 않는 이상, 국내 조선 업계의 발전이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A. 강성노조나 철밥통 등은 왜곡되어 알려진 측면이 크다. 가령 현대중공업 노조를 놓고 보면 임금을 올려달라고 싸우는 게 아니다. 고용 유지를 기본 목표로 두고 있다. 중공업 노동자들 중 고액 연봉자가 많다고 알지만, 지금은 경력 20년 차가 월 250만~300만 원 받아 간다. 이 노동자들은 매일 기본적으로 10시간, 주말 특근을 뛰었던 거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임금이 높았던 거다. 이를 두고 철밥통이라고 하는 건 맞지 않다. 회사를 위해 30~40년 청춘을 바친 사람들이 ‘현대중공업맨’으로 퇴직하게 해달라고 하는 건데, 이를 무시하고 하청으로 보내고 자르는 건 기업 윤리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오히려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분사와 아웃소싱, 하청화를 밀어붙이는 회사 측에 문제를 제기한다. 현대중공업 같은 경우, 호황일 때 수십 개의 자회사를 사들였다. 현대오일뱅크는 당기순이익만 2400억 원이 넘었다. 지금 와서 현대중공업에 투자하라고 요구하니까 독립된 법인이라며 나 몰라라 한다. 또 현대중공업은 고용 유지 노력을 하고 싶지 않아, 고용유지 정부 지원금조차 신청하지 않았다. 지난 40여 년간 조선소에서 죽어 나간 노동자만 400여 명, 한 해 10명 정도다.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산업이다. 회사가 좀 더 전향적인 차원에서 위기 극복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종훈 의원은 조선해양플랜트연구원이라는 국책 연구소 설립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친환경, 스마트십 등 미래 선박 기술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의 기업 연구소와 국책 연구소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사진=박은숙 기자

 

Q. ‘조선해양플랜트연구원’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

A. 우리 정부는 조선업 정책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앞서 말한 맥킨지나 클락슨 등 해외 전문기관에 의존해 경기를 전망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은 정책을 실행할 때가 많다. 예컨대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에 대한 잘못된 전망으로 과도하게 투자한 것도 있다. 조선산업이 살아나가려면 국책 연구소 설립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현재 조선산업 연구 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규모로 흩어져 있다. 이를 통합해서 신규 또는 이전하는 형태로 전문적인 국책 연구소 육성이 절실하다.

또 친환경, 스마트십(Smart Ship) 건조가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자율주행선박 등 기술 고도화 요구는 계속 높아질 것이고, 기후협약 등으로 친환경 선박이 아니면 정박도 못 하는 상황이 되어간다. 이에 국책 연구소가 기업 연구소 단위로는 하기 어려운 시도들을 돕고, 기술을 발전시키며 미래 선박 수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Q. 마지막으로 조선산업을 국가 산업으로 붙잡아두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노력이 있다면.

A. 일단 지금보다 관심을 더 쏟는 것이다. 처음 국회에 들어와 산자위에서 조선업 관련 담당자가 몇 명이나 있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최소한 한 팀 정도는 있겠지 생각했는데, 딱 한 명 있다는 거다. 그것도 2~3년 만에 한 번씩 자리를 옮긴다고 했다. 솔직히 놀랐다. 우리나라 조선업이 세계 1, 2위를 다투는 국가 산업인데 이래서야 되겠나 싶었다. 세계 1위에 맞는 정책을 만들 수 있겠나 의구심이 들었다. 

나아가 기술의 원천인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 태안발전소에서 안타깝게 사망한 김용균 청년노동자 사례처럼 조선업 현장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더 심각하다. 고용 안정은 물론 산업재해도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 현재 대표 발의한 ‘기업살인처벌법(산업안전보건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본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핫클릭]

· 문재인 대통령 공약 '조선해양플랜트연구원' 둘러싼 잡음
· '일감 빼앗긴 조선소에도 봄은 온다' 조선업 전문가 박종식 인터뷰
· [르포] 일감 빼앗긴 조선소에도 봄은 오는가 - 목포편
· [르포] 일감 빼앗긴 조선소에도 봄은 오는가 - 거제편
· [르포] 일감 빼앗긴 조선소에도 봄은 오는가 - 울산편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