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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는 까나 안 까나 똑같다? 깐양파 수입가격 논란

깐 양파, 안 깐 양파 동일 가격에 수입 확대…농민들 "국내 양파 산업 궤멸" 주장

2019.01.04(Fri) 18:52:59

[비즈한국] 수입 ‘깐양파(껍질을 깐 양파)’를 두고 국내 양파 농가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관세청이 수입 ‘피양파(껍질을 까지 않은 양파)’와 깐양파를 구분하지 않아 깐양파가 낮은 피양파 가격으로 수입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12월 27일 김석규 우리농산물지키기운동본부 공동대표는 ‘관세청의 깐양파 수입기준가격(담보기준가격) 적용이 잘못 돼 양파농사 짓기 힘들다’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을 제기했다. 그는 “최근 수입업체들이 국내 가격보다 경쟁력이 있는 ‘깐양파’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수입 깐양파가 급증하면 국내 양파산업 기반이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3일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양파 껍질을 깔 경우 생산비는 늘어나 가격은 10~20% 오르고 무게가 10%가량 줄어들면서 부가가치도 는다. 하지만 ‘담보기준가격’이 분리돼 있지 않아 수입업자들은 깐양파를 피양파 가격으로 신고하고 낮은 관세를 적용받아 수입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오후 9시경 양파 하역 작업이 진행중인 서울 가락시장 농산물 유통업체. 사진=차형조 기자

 

담보기준가격이란 정부가 수입농산물의 저가 신고를 막기 위해 정한다. 수입업자는 농수산물의 수입가격을 신고하고 담보기준가격에 따른 담보금을 예치한다. 관세청은 수입업자가 사전에 신고한 농수산물의 가격이 담보기준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경우 수입 농산물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고 문제가 없을 경우 담보금을 반환한다. 4일 현재 적색양파의 담보기준가격은 1톤(t)당 320달러, 기타양파의 경우 1톤당 275~300달러다. 

 

문제는 ‘깐양파’의 담보기준가격과 세번(세율을 적용하기 위해 분류한 상품 번호)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 현재 수입 ‘피양파’와 ‘깐양파’는 하나의 담보기준가격과 세번을 적용받는다. 양파와 함께 대표적인 양념채소로 언급되는 마늘의 경우 깐마늘과 피마늘(신선마늘)로 구분돼 각각 다른 세번(세율)과 담보기준가격을 적용받고 있다. 

 

김석규 대표는 “마늘의 경우 깐마늘과 신선마늘의 관세를 차등 부과하니 국내 마늘 시장을 지킬 수 있는 것”이라며 “인건비를 고려해 깐양파의 담보기준가격은 피양파보다 최소 10% 높게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파 경매장에 적재된 수입 깐양파(왼쪽)와 국내산 피양파. 사진=차형조 기자

 

지난해 양파 공급과잉으로 양파 가격은 크게 하락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가락시장의 1kg당 양파 도매가격(4~12월)은 평균 733원으로 전년대비 33% 하락했다. 통계청 ‘농작물생산조사’에 따르면 국내 양파 생산량은 152만 969톤으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양파 관측 담당자는 “2017년산 수확기(4~5월) 양파 가격이 좋게 형성돼 농민들이 생산 면적을 늘렸다”고 분석했다. 전영남 한국양파산업연합회 회장은 “농민들이 돈 되는 농사를 찾아 양파 농사를 시작하게 됐다. 남부지방에서 짓던 양파 농사가 이제 경기도와 강원도 등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됐다”고 전했다. 

 

공급과잉으로 가격 하방압력을 받는 국내 양파 시장에 ‘​수입 깐양파는 위협적’​이라는 것이 양파 농가의 주장이다. 가락시장에서 영업 중인 한 농산물 유통회사 관계자는 “오늘(3일)만 수입업체로부터 깐양파 1.15톤이 들어왔다. 가격은 1kg당 1100원으로 국산 깐양파보다 100원 싸다”고 전했다.   

 

전영남 한국양파산업연합회 회장은 “지난해 국내 양파 시세가 워낙 낮았기 때문에 많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지난 10월 500톤, 11월 1000톤, 12월 3500톤가량이 가락시장에서 유통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중국은 위도가 넓어 윈난성(3~4월), 산둥성(5~7월), 간쑤성(8~9월)에서 거의 1년 내내 신선한 양파를 생산해 수출하는데 우리는 1년에 한번 생산한 양파를 저온창고에 넣어놓고 판매하니 경쟁력도 약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3일 가락시장에서 경매된 수입 깐양파 모습. 사진=차형조 기자

 

담보기준가격이나 세번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정부는 ‘깐양파’ 수입 규모를 파악하지 않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깐양파’와 ‘신선양파(피양파)’는 국내로 들어올 때 똑같은 세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둘을 구분해 파악하고 있지 않다. 나중에 깐양파의 담보기준가격이나 세번이 구분된다면 표준규격을 정해 통계를 뽑을 수 있을 것”이라며 “3일 담보기준가격 분리를 요구하는 농민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고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림부 원예산업과 관계자는 “정확한 관세 부과를 위해 ‘깐양파’의 담보기준가격을 만들어 정확한 관세액을 부과하라는 농민들 주장은 보편타당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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