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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드 뮤지끄] 라플 애플파이의 마력처럼 JYP의 꿈 다 이룰 수 있지 'ITZY'

유튜브 7500만 회 찍고 성공적 데뷔…과거 원더걸스와 함께 꾼 꿈 이루는 상상

2019.03.12(Tue) 10:57:26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저기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저렇게 사람들이 몰리는 곳엔 관심 없어. 아니야 궁금하다. 슬쩍 다가간다. 버터향이 진동한다. 살짝 엿본다. 에이 뭐야, 그냥 애플파이잖아. 역시 사람들이 몰리는 곳엔 별게 없어. 집에 도착한다. 그 애플파이가 생각난다. 궁금하다. 왜 그렇게 줄을 섰을까. 자고 일어난다. 궁금하다. 무슨 맛일까.

 

유혹의 라플.  사진=이덕 제공

 

유명한 백화점의 지하 식품관은 항상 붐빈다. 새로운 가게가 열리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다. 짧은 시간 안에 평가를 받고, 입소문이 퍼진다. 줄을 서는 것은 순식간이다. 

 

유명한 기획사에서 새롭게 데뷔하는 아이돌 역시 마찬가지다. 한 달 만에 7500만 명이 줄을 선 성공적인 데뷔.

 

있지(ITZY) - 달라달라 영상=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쿨한 척 외면하느라 한참 나중에야 찾아간 애플파이 가게는 바로 라플(RAPL)이다. 라플에서는 항상 갓 구운 애플파이를 판다. 애플파이 딱 하나만을 판다. 버터 향에 멱살을 잡혀 매장 앞에 도착하면 갓 구워진 애플파이가 눈으로 보기에도 바삭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저 안에 커스터드 크림과 사과가 들어있다니 자꾸 지갑에서 뛰쳐나오는 카드를 막을 길이 없다. 

 

맛있는 라플.  사진=이덕 제공

 

‘있지’는 ‘너희가 원하는 거 전부 있지? 있지!’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기획사 대표들은 하나같이 말장난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들의 데뷔곡 ‘달라달라’에는 역시나 전부 다 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여기서 칭하는 ‘너희’가 이젠 더 이상 한국 남자, 또는 한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한국의 기획사들은 결국 케이(K)팝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한 걸음 더 진화한 화법이 있다. 

 

애플파이는 단 한 번도 주인공이었던 적이 없다. 크루아상과 뺑 오 쇼콜라(Pain au Chocolat, 초콜릿이 들어간 페이스트리), 크루아상 오 자망드(Croissants aux Amandes, 아몬드 크림이 곁들여진 크루아상) 외 기타 등등 페이스트리 중 하나였을 뿐이다. 심지어 쇼송 오 뽐므(Chausson aux Pommes, 졸인 사과가 들어간 페이스트리)라는 제대로 된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라플은 이 시시했던 애플파이에 사과와 커스터드 크림이라는 발칙한 조합, 갓 구운 페이스트리의 마력을 더한 뒤 이것을 잘익은 사과처럼 빨간 박스에 담아줌으로써 손에 카드를 쥐고 초조한 사람들을 일렬로 줄을 세웠다. 뜨거우니 15분 뒤에 먹으라는 당부에 더욱 조급해지고 내일 먹을 거면 냉장보관을 하라는 섬세함에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내일 먹으면 맛이 급감하니 자기 전에 다 먹는 것이 좋다. 

 

어여쁜 라플. 사진=이덕 제공

 

한국 댄스아이돌은 종합선물세트다. 보컬, 안무, 랩 모두가 어우러져 수준 높은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때문에 갑자기 랩 하는 시간, 갑자기 댄스 브레이크, 갑자기 가창력이 폭발하는 ‘뽕끼’ 넘치는 후렴구 등이 공식처럼 등장한다. 서로 다른 재주를 가진 멤버들이 센터를 스치듯 이어달리기를 하며 자신의 파트를 소화한다. 

 

아시아 시장을 넘어 어떻게든 팝의 본고장에 진출하고 싶었던 제작자들은 이와 같은 특징을 지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튜브라는 날개를 단 방탄소년단의 성공으로 이야기가 다시 달라졌다. 한국에서 지루하게 여겨졌던 공식이 케이팝 만의 신선한 특징이 되었다. 잘하는 것을 굳이 버릴 필요가 없어졌다. 심지어 노래 제목이나 가사를 영어로 쓰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어졌다. 

 

세계를 겨냥한 케이팝은 기존의 케이팝 공식에 세계적인 트렌드를 접목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있지의 데뷔곡 ‘달라달라’에는 이 모든 것이 다 담겨있다. 

 

클럽과 페스티벌에서 익숙하게 들었던 신스 베이스(Synth Bass, 신시사이저로 연주하는 베이스)가 문을 활짝 열고 등장한다. 이 5초 동안 여기 새롭게 등장한 아이돌은 양 볼에 주먹을 갖다 대고 뿌잉뿌잉 한다거나 오빠를 찾는다거나 골반을 거칠게 털지 않으리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이들은 새빨간 스틸레토힐(Stiletto Heel, 코가 뾰족하고 뒷굽이 얇고 긴 구두)이나 앞축이 두툼한파스텔톤 펌프스(Pumps, 앞코가 둥글게 파인 구두)대신 워커를 신고 춤을 춘다. 쉬폰 원피스나 손바닥만한 바지 대신 요즘 유행하는 스트릿룩과 거침없는 에너지의 상징과도 같은 펑크룩을 섞어 입었다. 귀여운 안무 아니고, 섹시한 안무 아니고, 정교하고 복잡하며 힘이 넘치는 안무를 선보인다. 

 

3분 30초가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서 요즘 유행하는 EDM, 하우스, 힙합, 트랩, 덥스텝, 알앤비 등의 비트가 쉴 새 없이 번갈아 나오는 가운데 랩하는 시간도 있고, 노래하는 시간도 있고, 댄스브레이크도 있다. 하우스 비트 위에 얹어진 후렴구의 멜로디는 여지없는 케이팝이다. 오빠를 찾지 않고, 지나간 남자 찾지 않고, 너와 난 다르며 그런 나를 사랑한다고 이야기한다. 

 

있지는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뤘다. 음악프로그램 8관왕 달성과 더불어 한 달 만에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7500만이 됐다. 방탄소년단(BTS)과 레드벨벳의 월드투어를 보며 가까운 미래에 JYP의 눈물 어린 꿈을 있지와 함께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상상을 해본다. 과거에 원더걸스와 함께 꿨던 바로 그 꿈. 있지에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다 있으니까 JYP가 원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달라달라’의 안무 난이도는 역대급이라고 한다. 따라 추면서 확인해보자. 영상=ITZY 유튜브 채널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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