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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유급휴식 폐지 한 달여, 친절한 타다 기사들 속은 '부글'

근로자성 희석 위해 시급제도 등 변경 의혹…타다 "지속적으로 논의 중"

2019.08.21(Wed) 18:23:46

[비즈한국] ‘타다’​ 애플리케이션(앱)을 켠다. 목적지를 입력하고 호출하기 버튼을 누르면 5~10분 내로 6인 이상 탑승 가능한 승합차가 도착한다. 문은 자동으로 열리고 널찍한 내부에는 무료 와이파이와 스마트폰 충전기, 향기 나는 디퓨저 등이 구비돼 있다. 기사는 정해진 안내 문구 외에 승객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사전에 등록된 카드로 요금이 자동 결제된다. 하차 후 기사의 서비스에 대해 별점을 매기면 타다 이용이 완료된다. 

 

타다 앱을 켠 뒤 호출하기 버튼을 누르면 5~10분 내로 6인 이상 탑승 가능한 승합차가 도착한다. 사진=박정훈 기자

 

2018년 10월 쏘카의 자회사 VCNC가 출시한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는 승객이 스마트폰 앱으로 자동차를 빌리면 운전기사가 함께 따라오는 서비스다. 11~15인승 승합차를 빌리는 사람이 기사를 알선하는 것은 합법이라는 운수사업법 예외조항을 이용한 것이다. 타다 서비스 회원은 지난 5월 기준 60만 명을 넘었고 재탑승률은 89%다. 택시업계와의 충돌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하지만 타다 기사들은 고용 형태의 불안정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타다와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에 소속되거나 프리랜서 계약을 맺는다. 프리랜서로 계약하는 비율이 훨씬 높은 걸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사들은 타다 앱으로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받고, 앱을 통해 실시간 위치를 통제 받는다. 타다 측은 “업무 지시 및 교육은 드라이버 알선 대행업체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위치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배차 최적화를 위한 대기지역을 시스템적으로 알림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비즈한국’이 만난 7명의 타다 기사들은 모두 자신을 ‘타다에 속하지만 서류 상으론 속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타다 기사로 근무한 지 4개월째인 A 씨는 “타다 앱이 상전이다. 면접 볼 때를 제외하면 타다 본사 사람을 만날 일이 없다. 앱으로 가야 할 곳을 지시받고 별점이 낮으면 배차를 안 해주니 사실상 타다가 인사권까지 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최근 유급 휴식시간 없애…“알아서 적게 쉬라는 것”

 

A 씨의 출근은 지정된 주차장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타다 드라이버’ 앱을 켠다. 출발 전 차 안팎을 점검하며 사진을 찍고, 차에 올라타면 근무가 시작된다. 근무 중에는 앱을 휴식시간으로 돌려놓지 않는 한 화장실에 가거나 밥을 먹을 수 없다. 손님이 내리면 1~2분 안에 곧바로 다음 배차 알림이 뜨기 때문이다. 배차를 거부하면 페널티가 부과된다. 손님이 내린 후 매긴 별점이 낮아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10시간 근무가 끝날 때까지 타다 앱은 기사의 모든 부분에 관여한다. 

 

타다 차량에 배치된 승객 안내서 사진=김보현 기자

 

7월 1일 타다는 드라이버 시급제를 손보면서 유급이던 휴식시간을 무급으로 변경했다. 근무시간 10시간에 포함돼 있던 90분 유급 휴식시간을 없앤 대신 자유롭게 휴식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피크타임의 시급을 1만 2000원으로 올렸고, 근무 시간의 80% 이상 근무할 경우 추가 수당 1만 원을 지급한다(야간 근무 시 2만 원).

 

타다 측은 시급제 변경과 관련해 “드라이버의 다양한 요구에 따라 유연하고 폭넓은 선택이 가능한 정책으로 업데이트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타다 기사 B 씨는 “급여에는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줄었다. 제도 변경 이후 이전보다 덜 쉬고 있다. 화장실에 가거나 주유를 하고 차 내부를 살피는 일이 휴식시간에 이뤄지는데, 자율적으로 가지라는 건 ‘알아서 적게 쉬면서 돈을 벌어가라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른 기사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3개월째 타다 기사로 일하는 C 씨도 “화장실 두 번 갈 것을 한 번으로 줄이고, 밥도 내려서 먹는 게 아니라 이동하며 대충 때우게 됐다. 돈을 적게 받더라도 정해진 휴식시간에 맘 편히 쉬는 게 낫다”고 답했다. 

 

타다가 친절한 서비스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던 주요 시스템인 ‘별점 평가제도’도 기사들에겐 압박으로 작용한다. C 씨는 “승객이 기사를 평가하는 시스템 때문에 갑처럼 구는 손님이 있다. 배차를 거절하거나 개인적 사유로 운행을 쉬면 페널티를 주니 양쪽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타다 기사들은 의사결정 과정에 의견을 전달할 수 없는 점도 답답해했다. 타다 기사 D 씨는 “중간에 회사가 낀 파견 형태라 타다에 의견을 전달하기 힘들다. 이번 시급제도 변경도 사전에 의견수렴이나 논의과정 없이 그냥 통보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타다 측은 “알선 대행업체를 통해 드라이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드라이버 모두의 의견을 반영할 수는 없지만 의견 반영 시스템을 이용해 수수료 및 근무형태 등을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불안한 기사 고용 형태에도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

 

고용노동부는 기사 포함 렌터카 호출서비스 ‘타다’의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여부를 가려 달라는 택시업계의 진정을 받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타다의 ‘드라이버 시급제도 변경’도 이와 관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7월 1일 변경된 내용에는 시급제도뿐 아니라 ‘근무시간 및 차고지 선택지 다양화’도 포함됐다. 타다 측은 변경 내용에 대해 ‘기사들의 요구에 따라 선택지를 다양화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타다 기사들의 의견은 기사의 근로자성을 희석하기 위해서 여지를 뒀다는 것이다.

 

아르바이트 포털에 올라온 타다 채용 공고.

 

노무법인 종로 신동헌 노무사는 “계약서가 아닌 실제 근무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 아르바이트 포털에 올라온 채용공고를 살펴보면 타다 기사는 지휘·감독을 받고 근로시간이 확정돼 있으며, 기본급이 정해져 있는 등 명확한 근로자의 조건을 갖췄다. 앱으로 모든 게 지시된다는 점을 해결하지 않으면 기사들의 근로자성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며 “타다 측이 직접 기사를 평가하는 점도 핵심”이라고 전했다. 타다 측은 “드라이버 대행(알선) 업체들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으며 상세 내용 답변은 어렵다”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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