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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찍어만 주세요? 스스로 분석 못하면 사지 말아야

싸고 좋은 물건은 없다…'찍어주는 아파트'는 투기꾼 이익 실현용일 가능성 커

2019.12.30(Mon) 11:35:25

[비즈한국] 좋은 입지의 조건은 무엇일까? 가장 바람직한 입지는 교통, 교육, 상권이 모두 좋은 곳이다. 여기에 주변 환경까지 좋으면 누구나 희망하는 선망의 입지가 된다. 강남구 압구정동, 서초구 반포동, 송파구 잠실동 등이 대표적이다. 강남 3개 구의 랜드마크 지역들이다.

 

#서울 랜드마크에서 경기도까지 고려… 중요한 건 수요

 

랜드마크 입지란 거의 모든 선호 조건을 갖춘 입지라는 뜻이다. 랜드마크 중심 입지는 매우 비싸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랜드마크 옆 입지를 본다. 그 옆 입지도 비싼 건 마찬가지지만 랜드마크 입지보다는 가격이 조금 낮다. 가격이 낮은 이유를 분석하다 보면 입지적인 약점이 눈에 띈다.

 

수도권 메인 외 지역과 지방, 인구 20만 미만의 중소도시, 인구 10만 미만의 소도시는 찍어주는 순간 위험한 지역이 될 수 있다. 사진은 서울 한 분양 단지의 견본주택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


살펴보면 전철역과의 거리가 멀어 교통 편리성이 떨어지거나, 학교·​학원 등 교육시설이 부족하거나, 유흥가 상권이 근처에 있다거나 환경이 쾌적하지 않은 등 이유가 있다. 주요 입지 조건을 따지다 보면 생각보다 수준이 낮게 느껴진다. 그 가격을 주고 사기에 너무 비싸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까지 오면 강남 3구보다 싼 경기도의 좋은 입지까지 고려하게 된다. 서울에만 관심을 두다가 경기도 신도시를 살펴보면 ‘정말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주변 환경이 쾌적하다. 가격도 강남권과 비교하면 정말 착하다.

 

‘좋은 입지 조건을 다 갖췄는데 이렇게 저렴하다니! 여기가 저평가된 곳이구나! 이곳을 매수하자! 다른 사람들도 결국은 나처럼 생각할거야!’

 

이런 생각의 흐름은 위험하다. 위의 의사결정 과정에는 가장 중요한 ‘수요’가 빠져 있다. 입지를 공부하고 분석하는 이유는 ‘입지 조건이 다 갖춰져 있는지’를 체크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 입지에 수요가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입지 조건이라도 가격이 너무 높으면 의미가 없다.

 

수요와 가격을 제외한 입지 분석은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는 뛰어난 예술작품을 고르는 게 아니다. 실거주든 투자든 실제 매수할 수 있는 대상을 골라야 한다.

 

경기도에도 교통편이 원활한 지역이 꽤 많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교통이 좋다고 할까? 결국 서울로 가는 교통편이 좋을 때 좋다고 하는 건 아닐까? 서울과 경기도가 다른 점은 뭘까? 서울에 살고 싶어 하는 수요가 경기도보다 많을까?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이 경기도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를 따져봐야 한다.

 

입지를 분석하는 일은 어렵다. 실제 선택을 할 때는 더 어렵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 휘둘리기도 쉽다. 많은 수의 칼럼 독자들은 고민하지 않을 수 있게 ‘바로 찍어달라’고 요구한다.

 

#찍어준다고 수요 고려 없이 매수…개수보다 ‘무엇을 사는지’가 중요

 

최근 서울·​수도권·​광역시권·​지방 대도시에 갭투자 할 물건이 없다며 투자자들에게 지방 소도시를 추천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갭투자는 수요가 많은 곳에서 유용한 방법이다. 수요층을 받아줄 한계가 적은 곳에서는 그냥 투기다. 갭투자로 부동산 개수 늘리기가 중요한 게 아니다.

 

서울·수도권의 메인 지역은 수요층이 많다. 하지만 수도권 메인 외 지역과 지방, 인구 20만 명 미만의 중소도시, 인구 10만 명 미만의 소도시는 다르다. 작은 도시는 찍어주는 순간 위험한 지역이 될 수 있다. 실수요로만 지역 부동산 시장이 움직이던 곳에 다수의 투자자층이 한꺼번에 들어가면 값이 폭등한다. 뒤늦게 투자한 사람에게 문제가 발생하기 쉬우며, 무엇보다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시세가 상승하는 악영향을 초래한다.

 

입지가 좋은 인근 지역에 새 아파트라도 생기면 수요는 급감한다. 인구나 세대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찍어준다’고 해서 아무 지역이나 매수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이런 위험 때문에 지방 중소도시의 수요를 파악할 수 없다면 애초에 들어가지 말라고 당부한다.

 

전남·전북·​강원 같은 지역 중소도시라면 여러분도 한 달 안에 100채를 매수할 수 있다. 갭 비용이 1채당 몇백만 원밖에 안 든다. 수도권 지역이라도 오피스텔이나 다세대 주택, 빌라로만 갭투자를 한다면 수백 채의 주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숫자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는 게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사는지’가 중요하다. 투자는 현재 가치로 미래 가치를 사는 일이다. 현재 가치로 과거 가치를 사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수요가 없는 지역은 실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 절대 매수하면 안 된다.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무조건 매수하지 말자. 실거주든 투자든 본인이 잘 아는 지역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 ‘빠숑의 세상 답사기’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9),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할 아파트는 있다’(2018),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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