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재벌] 두산 박정원 자택, 빼어난 명당이나 건물 형세 아쉬워

[비즈한국] 지난 4월, 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의 성북동 자택에 대한 풍수지리를 살펴봤다. 조선시대 양잠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선잠단이 있던 ‘완사명월형’의 명당이나, 화강암이 있는 산 능선에 남향으로 지어진 데다 청룡에 비해 백호가 너무 크다 보니 외압이 많고, 바람에 흔들리기 쉽다. 이번에는 국내 4대 부촌 중 한 곳인 성북동의 전체적인 풍수와 이 동네에 거주하는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의 자택에 대해 알아보자.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자택. 사진=박정훈 기자

성북동은 삼수부동격(三獸不動格) 복치혈(伏雉穴)의 명당이다. 여기서 ‘복치혈’은 터의 형상이 숲속에 엎드려 숨어 있는 꿩의 모습을 닮았다하여 이름 지어졌는데, 성북동의 산등선과 어우러진 골짜기 터가 꿩이 매를 피해 둥지를 틀고 몸을 숨기기 유리한 장소다.

예로부터 성북동은 복치혈의 명당이라 유명했다. 성북동 동편인 선잠로길 언덕을 오르다보면 한옥마을 입구에 표시된 ‘꿩의 바다마을’이라는 문구가 이를 증명한다. 실제로 꿩이 많아서 이름 붙여진 거라 생각하는 주민들이 많지만,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성북동 주변 지형과 지명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삼수부동격(三獸不動格, 세 마리 동물이 서로 견제하며 움직이지 못하는 모양) 복치혈(伏雉穴)의 명당 터에서 꿩의 마을 유래가 생겼음을 알 수 있다.

성북동의 지명은 과거 꿩의 바다마을에서 유래했다. 사진=신석우 풍수지리학자

복치혈은 귀인이 살만한 편안한 장소다. 귀인이 꿩의 깃털을 모자나 부채를 꾸몄으며, 화조도(花鳥圖)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형상화하기도 했다. 꿩은 한 번에 여러 마리의 새끼를 부화하는 것처럼, 꿩이 엎드린 형상을 한 복치혈에는 귀인이 많이 나고 자손번창을 기약하는 명당이다.

하지만 복치혈을 명당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조류의 특성상 언제든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릴 수 있으니 도망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 놓아야 오래도록 그 터의 복이 이어진다. 그래서 땅의 기운을 잘 보는 어느 선사가 꿩이 함부로 날아가지 못하도록 성북동 골짜기가 내려다보이는 산능선에 매를 세워 지키게 했다. 서울 성곽 말바위 가까이 있는 응봉(鷹峰, 송골매 봉우리)이 바로 그 매다.

매가 꿩을 공격할 수 있어 개도 한 마리 풀어놨는데, 그 개가 성북동의 주산인 구준봉(狗蹲峰, 개가 웅크려 앉아있는 모습의 봉우리)이다. 앞서 언급한 ‘삼수부동격’이 꿩, 매, 개가 서로 견제해 움직이지 못하도록 배치하는 풍수적 방책을 말한다. 이렇듯 성북동은 오래 전부터 풍수적 길지로 정해진 복지(福地)였다.

성북동의 지형은 삼각산에서 이어지는 산줄기가 정릉고개(補土峴)에서 크게 기운을 갈무리한 후 구준봉을 주산 삼아 배산임수(背山臨水)의 형태로 이루어진 양택 명당의 마을이다. 주산인 구준봉을 중심으로 오른편 성벽의 숙정문에서 말바위, 응봉능선으로 이어진 백호가 감아 돌면서 백호작국(白虎作局)의 터를 만들고, 구진봉에서 왼편으로 북악스카이웨이 길을 따라 정릉으로 나간 청룡은 성북공원을 지나 한성대입구 교차로에서 백호와 교쇄(交鎖)하면서 수구를 긴밀하게 만들어 명당을 보호한다. 이렇게 청룡과 백호가 균형을 이루고 조안산이 멀리 아차선과 남한산, 검단산까지 아우르는 큰 국세를 벌려 놓았다.

명당의 조건을 갖춘 성북동은 관료중심사회에서 경제인이 부상하기 시작하는 1970년대부터 한국 최초의 비버리힐스로 개발되면서 정재계 인사들이 거주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정재계 인사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갔지만, 여전히 성북동에는 박용성 두산그룹 전 회장, 이병무 아세아시멘트그룹 회장,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등이 거주하고 있다.

두산그룹을 이끄는 박정원 현 회장의 자택도 선잠로2다길에 위치한다. 이 터는 성북동의 동편 언덕에 위치한 주택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으면서 성북동 도성 너머 남산을 바라보는 안정된 자리다. 문제는 건물 두 개동을 서남향이 아닌 남향으로 짓는 바람에 풍수적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산수가 동거하는 형세라 힘을 제대로 쓸 수 없는 모양이다. 더구나 한 울타리에 두 건물이 비등한 크기와 높이로 지어지면 갈등과 분란을 야기하고, 심할 경우 결별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별을 막으려면 지금이라도 두 건물 사이에 담을 만들어 분리하는 게 좋겠다.

신석우 풍수지리학자 writer@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