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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낮아지는 폐지 값…생계 절벽에 놓인 폐지 회수 노인 실태

시간당 노동 대가 1000원대에 불과…정운찬 전 총리 "경제적 약자의 경제활동 현실 보여주는 지표"

2020.11.09(Mon) 15:42:42

[비즈한국] 지난 11월 6일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서울대학교 학생단체인 ‘끌림’과 폐지(RPM) 수출 기업인 (주)밸런스인더스트리가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전 국무총리​)가 참여한 가운데 ​4년간 진행한 폐지 회수 노인 실태 분석 결과 발표회를 가졌다.

 

지난 11월 6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전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폐지 회수 어르신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가 열렸다. 사진=밸런스인더스트리 제공


​2017년부터​ 끌림 학생들과 밸런스인더스트리 직원들이 함께 매년 2~3주간 진행한 서울 근교 폐지 회수 노인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폐지 회수 노인의 노동 대가가 점점 낮아져 생계를 이어나가기 힘든 수준으로 나타났다. 2020년 폐지 회수 노인의 6시간 노동 대가는 7600원 정도로 2016년(1만 3511원)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끌림과 밸런스인더스트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8년 3월 ‘폐기물 대란’이 일어나 폐지 수출이 중단되면서 국내 폐지 가격이 폭락했고, 이 때문에 폐지 회수 노인 수입이 급감한 것으로 밝혀졌다. 2020년 3월에도 폐지 수출량이 급감해 폐지 가격이 여전히 떨어지는 상황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폐지를 회수하는 사람의 약 73%가 70대 이상이며, 이 가운데 36%가 80대 이상이다. 더구나 70대 이상 고령자 비중은 매해 증가하고 있다. 폐지 가격 급락에도 이들은 주된 수입원이 없어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는 것으로 밝혀졌다.

 

폐지 회수 노인 대부분은 “정부지원금만으로는 생활이 안 돼 폐지를 회수하고 있지만 폐지 가격이 최저 수준이라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다”, “겨울이면 몸이 아파 힘들지만 이 수입마저 없으면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 등의 이유로 폐지 회수를 이어나가고 있다.

 

발표회에 참석한 끌림의 한 학생은 “성인 어깨 정도 높이의 폐지를 담은 리어카를 끄는 할아버지를 도와 리어카를 밀었는데 무게가 엄청났다. 성인 어깨 높이의 폐지를 회수하면 180~200kg인데, 이를 팔아도 수입은 7500원에 불과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끌림 학생들과 함께 설문조사에 참여한 폐지수출기업 직원들은 “국민소득 수준이 3만 달러가 넘는 우리 사회에서 폐지 회수의 노동 대가가 시간당 1000원에 불과한 사실에 놀랐다. 폐지 회수 노인의 노동 대가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 사회 제도에 분명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발표회에 참여한 정운찬 이사장은 “학생들과 기업이 협약을 맺어 극빈자에 대한 봉사활동에 그치지 않고 매년 설문조사를 해 그 결과를 발표한다는 것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이는 사회가 경제적 약자의 경제활동의 현실을 보여주며 소득재분배, 환경과 부가가치 창출 기여를 함께할 수 있는 ‘사회적 동반성장’의 대표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사례”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내복 배포 행사에 참여해 폐지 회수 노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밸런스인더스트리 제공


이 모임과 행사를 줄곧 이끌고 있는 엄백용 밸런스인더스트리 사장은 “매년 4조 5000억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폐지 회수 산업에서 어르신들에게 직접 돌아가는 돈은 10%도 안 되는 3000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사회적 모순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 유통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독과점 제지 기업들의 어떠한 압박에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도 폐지 회수 노인들의 노동 가치를 대변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 

정동민 기자 workhard@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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