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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 보호 생활물류법, '제2 타다금지법' 비판 나오는 까닭

자전거·자차 이용한 배송 서비스 막힐 가능성…법안 발의 박홍근 의원 "기존과 차이 없다"

2020.12.30(Wed) 15:31:42

[비즈한국]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안(생활물류법)을 두고 장외 논쟁이 치열하다. 이 법을 발의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생활물류법 제정으로 택배 종사자들을 법 테두리 안에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법이 택배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있어 수정이 필요하다며 비판에 나섰다.

 

24일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한 생활물류법 제정안을 두고 일각에서는 자전거나 전동킥보드 등을 활용해 배달을 하는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배민커넥트 홈페이지

 

생활물류법은 택배, 소화물 배송 등 생활물류서비스산업의 육성과 종사자 처우개선을 취지로 발의됐다. 먼저 생활물류서비스사업을 ‘택배서비스사업’과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사업’ 등으로 분류해 정의했다. 택배서비스사업은 등록제를 통해 나라에서 요구하는 자격을 갖춘 자만 사업을 영위토록 했다.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사업의 경우 인증제를 통해 관리한다. 

 

이 외에도 △국토부장관이 생활물류서비스사업자에게 필요한 자료 제출이나 의견 진술을 요청할 권한(제21조) △개선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등록의 취소(제38조) △공정한 계약을 위한 표준계약서의 체결(제31조) △종사자의 보호와 쉼터 설치 운영(제35조, 제36조) 등이 법안에 담겼다.

 

생활물류법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대 국회부터 추진한 법안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해관계자 간 의견 차이로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박 의원은 21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생활물류법 제정을 촉구했다. 10월 택배연대노동조합, 퀵서비스노조 등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협약식을 열 정도로 강한 입법 의지를 보였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의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박 의원은 이 법안으로 그간 불거진 택배 종사자의 과로사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 의원은 “코로나19 확산과 비대면 산업의 성장으로 택배 물량이 급증하면서 올해 11월 기준 14명의 택배 종사자가 과로사나 갑질로 인해 사망했다. 그러나 정작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과로사나 갑질이 발생한 택배 사업자에게 자료요구나 시정명령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재발방지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승용차에 배송할 제품을 싣는 그룹 태사자 멤버 김형준. 김형준 씨는 1월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쿠팡에서 택배기사로 일하는 모습을 공개한 바 있다. 생활물류법이 제정되면 이처럼 개인 승용차로 물류 업무를 하는 것에 대한 유권해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유튜브 나 혼자 산다 STUDIO 캡처

 

하지만 이 법안을 조금 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다. 오히려 이 법이 생활물류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 이유는 법이 택배서비스사업과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사업의 운송 수단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화물자동차와 이륜자동차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

 

현재는 화물자동차와 이륜자동차 이외의 운송 수단으로도 유상운송이 가능하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영업용이 아닌 자가용 화물자동차로 유상운송을 하는 것은 금지돼 있지만, 자가용 화물자동차 이외 차량(승용차, 승합차, 이륜자동차 등)에 대한 별도의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토교통부는 자가용 승용차로 택배 일을 하는 것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유권해석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유권해석에 화물차와 이륜차가 아닌 다른 운송 수단을 이용해 생활 물류를 배송하는 업체와 종사자는 꾸준히 느는 상황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쿠팡플렉스’, ‘쿠팡이츠’, ‘배민커넥트’, 직장인 자차 부업 서비스 ‘디버’ 등에서 일하는 개인용 유상운송 종사자는 10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생활물류법이 제정된다면 택배서비스사업과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사업의 운송 수단이 화물자동차와 이륜자동차로 정해지기 때문에 국토부가 유권해석을 다시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각의 주장이다. 규제개혁 시민연대 ‘규제개혁당당하게’ 관계자는 “화물차, 이륜차를 제외하고는 승용차·자전거·전동킥보드 등의 운송 수단이 법률안에 빠져 있다. 쿠팡플렉스나 배민커넥트 등이 졸지에 법적 근거 없는 서비스로 전락할 처지에 놓인 것”이라며 “이 법률안이 본회의마저 넘는다면, 포지티브 규제 탓에 해당 운송 수단을 이용한 물류 서비스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 또 유망 신산업으로 꼽히는 드론 택배의 법적 근거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와 같은 닫힌 규제는 ‘제2의 타다금지법’이나 다름없다. 2019년 타다와 택시업계 사이에 벌어졌던 소모적인 갈등을 통하여 정부 여당과 국회는 학습한 것이 없는지, 이렇게 신산업과 구산업이 부딪치게 되는 상황에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모습이 개탄스럽다. 산업의 법적 불안정성을 높이고 성장을 위축하는 생활물류법을 다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개인 승용차를 이용한 배송은 현재 화물법에서 금지사항이 아니고, 생활물류법에도 금지규정이 없어서 기존과 차이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차선책을 고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법이 완전히 통과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일각의 주장대로라면 서비스를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아직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두 단계가 남았기 때문에 제정안에 업계의 요구사항이 추가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국회가 더 무거운 책임감으로 택배 노동자 등 필수 노동자 보호를 위한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생활물류법을 통과시켜서 택배 종사자들의 힘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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