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여행 스타트업은 올 한 해를 어떻게 기억할까. 해외 여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들은 대부분 국내 여행으로 눈을 돌렸다. 온라인 투어를 기획하거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오히려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위기 속 생존전략을 비교해보면 내년 여행 스타트업의 판도가 보인다. 여행 전문 리서치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올 한 해를 “글로벌 플랫폼 대신 로컬 플랫폼의 약진이 눈에 띈 해이다. 국내에서 확고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며 새로운 위협에 대비하는 한편 다시 열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전략 개발이 중요한 시기”라고 평가했다. 

#해외 여행 막히자 빠르게 국내로 탈출구 찾아

코로나19가 찾아오기 전 3년간은 여행 스타트업 전성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행의 패러다임이 ‘대형 여행사 중심의 단체 관광’에서 ‘1 대 1 맞춤 여행’으로 바뀌면서 모바일 앱 기반의 여행 플랫폼 스타트업이 빠르게 늘어났다.

여행상품 중개 플랫폼 ‘마이리얼트립’은 이보다도 앞선 2012년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부분의 매출을 해외 파트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올해 초 코로나19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상륙한 3월부터 빠르게 국내 여행, 특히 제주도로 사업을 집중하며 반전을 꾀했다. 

마이리얼트립 관계자는 “대외적인 상황만 놓고 본다면 분명 올해가 창업 이래 가장 어려운 해였다. 수요가 실종되는 바람에 힘들었지만 제주도를 필두로 하여 국내 여행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발 빠르게 해외에서 국내로 사업 방향을 돌린 건 여행 정보 플랫폼 ‘트리플’도 마찬가지다.  콘텐츠에 강한 스타트업인 만큼 국내 도시 정보를 확장하면서 기존의 인기 관광지, 맛집 정보에 언택트, 비대면 여행 트렌드를 적용했다. 준비 없이 떠나는 여행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맞춤 콘텐츠를 만들며 호텔 및 펜션, 항공, 투어 등 관련 상품들을 빠르게 론칭했다. 

업계는 한동안 국내 여행 수요 확장이 불가피할 것이라 본다. 트리플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의 여행 시장은 해외 여행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코로나 위기로 잠시 숨을 고르고 있지만, 다수의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나듯 코로나 종식 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원하는 활동은 여행이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나서도 한동안은 한 도시에서 머물면서 휴양을 중시하는 프라이빗한 여행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본다. 아울러 여행 트렌드 역시 더욱 자유여행에 집중될 것으로 내다본다”고 전했다. 

#하반기 여행 스타트업 투자 이어져… 결국 ‘버티기’​

코로나19가 여행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쳤지만 이를 기회로 투자를 유치한 사례도 있다. 12월 말 기준 업계에 따르면 올해 마이리얼트립, 트리플, 스토리시티 등의 여행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자유투어, 하나투어 같은 업계 전통 강자들이 구조조정과 사업 축소로 위기를 타개하는 것과 반대로, 일부 스타트업은 잠재적 성장성을 인정받아 투자 유치를 통한 ‘버티기’ 전략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7월 알토스벤처스, IMM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400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마이리얼트립은 투자 유치의 비결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대비’라고 본다. 마이리얼트립 관계자는 “7월 투자의 특징은 기존 주주들의 투자와 글로벌 투자사의 신규 참여, 두 가지다. 글로벌 투자사들은 전 세계 국가들 가운데서도 한국이 효과적으로 코로나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여행이 재개되면 한국이 경쟁력이 있을 거라 본 것이다. 기존 주주들도 코로나 이후 다가올 폭발적인 성장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결정해줬다”고 설명했다. 

트리플은 올해 12월 여가 플랫폼 ‘야놀자’로부터 100억 원을 투자받았다. 트리플 관계자는 “트리플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외 다양한 여행 정보와 상품을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상품 구매만 하고 빠져나가는 일반적인 커머스 서비스와는 달리, 여행에 관심이 있는 이용자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상품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이번 투자로 야놀자의 다양한 숙박·레저·레스토랑 상품군을 확보하면서 여행 정보뿐 아니라 이용자 개별 맞춤 상품을 제공하기에도 더욱 용이해졌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개인 맞춤형 여행 컨설팅 스타트업 ‘여다’가 올해 12월 글로벌 벤처캐피털(VC) 500스타트업으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여다’ 운영사업자인 ‘스토리시티’는 자체 구축한 여행·여행지 데이터베이스, 추천 알고리즘에 기반해 개인 취향에 최적화된 여행 일정을 제공하며 빠르게 국내 여행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하지만 상위권을 제외한 대다수 여행 스타트업은 계속되는 코로나19 확산세에 타격이 적잖다. 여행 액티비티 스타트업 ‘와그’는 올해 중순 70명에 달하던 인력을 절반 수준으로 감축했으며,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30억 원가량의 유동성 자금을 지원받았다. NHN여행박사 또한 하반기 250명이 넘는 대규모 인력 감축을 감행했다. 10명을 제외하고 전 직원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회사가 NHN라 자금력이 탄탄했음에도 장기화되는 코로나 상황에는 해결책을 찾지 못한 것. 이들 역시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잠잠해져 다시 여행이 재개될 때까지 최대한 버티겠다는 전략이다. 

VC 업계 관계자는 “위기 속에서 업계 재편에 속도가 붙었다. 일부는 투자를 받고 인력을 더 뽑거나 사업모델을 다양화하지만 그 외 많은 수의 스타트업은 힘써볼 방도가 없는 상황이다. 이 시기가 지나고 여행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 위기를 잘 버티며 준비한 상위 몇 개의 스타트업의 성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여행 전망에 대해 “코로나 이전에 없던 트렌드가 새롭게 생겨나기보단 기존의 트렌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여행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강화될 것이며, 현지에서의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에 대한 니즈 또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행을 빈번하게 나가기 어려워진 만큼 반사적으로 그 여행에서 즐길 수 있는 경험에 대한 기대 수준 역시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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