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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팩토리 베를린에서 만난 한국 AI 기업 '노타'

카이스트 학내 벤처로 출발…함부르크시와 AI 이용한 지능형 교통통제시스템 사업 논의

2021.04.20(Tue) 11:19:50

[비즈한국] 베를린 스타트업의 성지 팩토리 베를린에 입주함과 동시에 코로나가 몰아닥쳤다. 기대했던 내부 네트워크 행사들은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되었고, 밤새 꺼지지 않던 팩토리 앞마당도 어두컴컴해졌다. 팩토리의 휴식공간에서 가장 사랑받던 볼풀은 위생을 이유로 폐쇄되었고, 오가며 인사하고 티타임을 갖던 사람들 사이에도 마스크라는 ‘장벽’이 생겼다. 무엇보다 하루 입장 인원을 제한하면서 더욱 생기를 잃어갔다. 

 

이 와중에 팩토리는 공간이 가진 고유한 기능인 네트워킹을 되살리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실시했다. 팩토리 베를린의 내부 커뮤니티 채널 슬랙은 전보다 더욱 활발해졌다. #-discuss-corona_rescue 등 시국과 어울리는 다양한 소통방이 개설되어 코로나 창업자 지원 정보 등을 주고 받으며 커뮤니티로 상생의 방법을 스스로 찾아나갔다. 팩토리 운영진도 분야별 온라인 1대1 미팅, 멘토-멘티 연결, VR을 이용한 창업 기업 제품 체험, 예술과 기술을 결합한 가상 전시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나는 팩토리에서 이루어지는 온라인 행사에 최대한 많이 참여하면서 네트워크를 하나하나 만들었다. 관심 분야의 사람들에게는 슬랙 메시지로 개별적으로 연락해 한 명씩 알아나갔다. 그러던 중 팩토리 입구에 ‘newcomers Nota AI’라는 회사가 새로 팩토리의 일원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본사 주소가  Daejeon(대전)이라고 되어 있어 생각해보니, 얼마 전 베를린에 입성했다는 한국의 스타트업 ‘노타’가 팩토리에 둥지를 틀었다는 생각에 반가워 연락을 취했다.

 

한국의 AI 스타트업 ‘노타’가 베를린에 유럽 법인을 만들었다. 팩토리 베를린 입구에 걸린 노타 소개글. 사진=이은서 제공

 

노타는 ‘인공지능으로 생활을 보다 편리하고 풍요롭게 하자’는 철학 아래 2015년 카이스트 학내 벤처로 시작된 기업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이후 인공지능은 그야말로 대세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노타는 인공지능 딥테크 스타트업으로 딥러닝(Deep learning) 모델 경량화 기술을 기반으로 온디바이스 AI(On Device AI) 솔루션을 제공한다. 

 

쉽게 말해서 기존 AI 기반 서비스와 제품은 AI 내부의 복잡하고 많은 연산량 때문에 대부분 고성능 연산장치인 서버나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스마트폰, 소형 IoT 기기 등의 개별 기기에서 구동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운영 비용도 늘며, 데이터가 클라우드를 거쳐 오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노타는 AI 모델 경량화 원천 기술을 확보하여, 전력이 적고 사양이 낮은 상황에서도 구동하더라도 성능 저하 없이 경량화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2020년에 삼성벤처투자, LG CNS, 스톤브릿지벤처스, LB인베스트먼트가 참여한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해 누적 투자 금액 약 100억 원을 달성했으며,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삼성그룹과 LG그룹에서 동시에 전략적 투자를 유치해 주목받았다. 이후 베를린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법인을 설립하여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노타는 어떻게, 그리고 왜 베를린으로 오게 되었을까? 

 

노타는 경량화 플랫폼 ‘넷츠프레소(NetsPresso)’를 개발하고 이를 이요해 경기도 평택시와 함께 지능형 교통통제시스템(ITS) 시범 사업을 진행했다. 사진=노타 홈페이지

 

채명수 노타 대표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노타가 가진 기술력이 해외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으리라 판단했다. 2019년 BMW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에 참가에 이미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터였다. 그래서 공격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여 꾸준히 글로벌 기업과 협업 레퍼런스를 동시에 구축하는 것이 채 대표의 계획이었다. 

 

“우리는 한국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지만, 한국 스타트업이라기보다 ‘엣지 AI(Edge AI)’를 하는 스타트업이다’라고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순간 해외로의 진출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특히 유럽시장을 주목했다. 유럽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수요가 많고, 이를 법과 정책적으로 규제하고 장려하고 있어서 노타의 온디바이스 AI솔루션으로 공략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채 대표는 초기 베를린 진출과정의 고민을 들려주었다. 노타는 베를린에 있는 과기부 한국연구재단 산하기관 KIC Europe의 액셀러레이팅과 현지 진출 지원 프로그램 참여를 계기로 해외 진출 거점을 베를린으로 잡았다. 이후 법인 설립과정에서 암스테르담과 베를린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독일이라는 국가 파워가 있고 AI 관련 다양한 지원이 있는 베를린을 택했다. 이후 독일 최대의 통신 기업인 도이체 텔레콤(Deutsche Telekom)의 스타트업 지원 공간 ‘허브라움(Hubraum)’에 입주해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실질적으로 독일 법인의 운영 실무를 모두 담당하고 있는 이혜진 매니저는 노타가 팩토리 베를린에 입주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었다. “일단 베를린 스타트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고, 내부에 지멘스, 맥킨지, 포르쉐와 같은 대기업들이 입주해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입주 후 팩토리 베를린 운영진이 노타와 다른 기업의 미팅을 주선하고, 관련 산업이나 기업을 언급하면 매칭 매니저가 적극적으로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팩토리 베를린의 오프라인 모임이 사라졌고, 기업들과의 만남도 어려워지면서 팩토리 베를린과 같은 매개자들의 역할이 더 커졌다고 한다. 사진=팩토리 베를린 페이스북

 

노타는 초기에 주로 모빌리티, 보안관제, 리테일 분야의 비전 기반 AI를 다루다가 경량화 플랫폼 ‘넷츠프레소(NetsPresso)’를 출시했다. 이를 통한 지능형 교통통제시스템(ITS) 시범 사업을 경기도 평택시와 운영했고, 독일에서도 이 분야에 가장 선도적인 함부르크시를 비롯해 ITS 분야를 적용할 스마트 시티 계획이 있는 다양한 지자체와 협의를 해나가고 있다. 적극적인 노력 덕분인지 노타는 독일 법인 설립이 1년도 채 안 된 시점에서 독일 연방정부 AI 스타트업 맵에 등재되었고, 뮌헨의 디지털 허브 모빌리티, 카를스루에의 디지털 허브 구성원으로 독일 AI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

 

채명수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오프라인 채널이 닫히면서 이전과 같이 긴밀하게 기술을 시연하고 논의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전에는 두 달 간격으로 출장을 다니면서 직접 기업들을 만나고 기술을 시연했는데, 최근에는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다 보니 비교적 보수적인 독일 기업들은 사업개발이 더욱 쉽지 않아 팩토리 베를린과 같은 매개자들의 역할이 더 커졌다고 한다. 

 

한국 스타트업으로서 각종 지원 정책을 십분 활용하면서도 베를린에서 ‘AI 기술 스타트업’의 정체성을 확고히 한 노타의 모습은 이제 생소하지 않다. 과거에 유럽 여행 와서 ‘삼성’ 광고판을 보고 ‘현대’ 자동차를 목격하면서 국뽕으로 가득 찼던 그 감성이, 이제는 ‘당연히 기술은 우리가 앞서지!’라고 고개를 끄덕일 만한 수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팩토리안이자 베를리너로서의 노타, 그 행보가 무척 기대된다. 

 

필자 이은서는 베를린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왔다가 향수병에 못 이겨 다시 베를린에 와 살고 있다. 다양한 스타트업과 함께 일하며, 독일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 한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독일 기업을 안내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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