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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오 호찌민] 차 대신 집에 플렉스 한 이유(feat. 노매드랜드)

'그랩' 앱만 깔면 어디든 손쉽게 이동…차 없이 사는 미래를 보다

2021.06.21(Mon) 10:53:16

[비즈한국] 호찌민의 코로나 상황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베트남 정부와 호찌민시의 규제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도시 전체가 거의 마비 상태여서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 유튜브와 넷플릭스 시청시간만 주야장천 늘고 있다. 뒤늦게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노매드랜드’를 봤다. 뱅가드라는 밴에서 먹고 자며 생활하는 주인공 펀의 삶을 지켜보며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됐다. 

 

미래엔 과연 집과 땅에서 정착하는 대신, 자동차로 영위하는 노매드 라이프가 보편화될까? 

 

아니면 공유 모빌리티의 정착으로 자동차가 없는 삶이 보편화될까? 

 

베트남으로 떠나기 전, 고민이 하나 있었다. 

 

10년 넘게 자동차로 출퇴근하던 내가 차 없이 살 수 있을까?

 

호찌민에는 지하철이 없다. 버스가 있지만, 노선이 제한적이다. 전반적으로 대중교통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그렇다고 좀비 떼처럼 쏟아져 나오는 오토바이 사이를 운전할 자신도 없었다. 이 도시에서 사는 동안에는 차를 사지 않기로 결심했다. 

 

영화 ‘노매드랜드’. 사진=서치라이트 픽처스 제공


호찌민에 온 지 5개월 지난 지금 차를 사지 않은 것은 현명한 결정이었다. 차가 없어도 생활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스마트폰에 ‘그랩’ 앱 하나만 깔려있다면 모든 게 해결된다. 아들 학교 갈 때도, 시장 갈 때도, 식당 갈 때도, 그랩만 열면 갈 수 있다. 

 

차 대신 오토바이를 선택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갈 수 있다. 집에서 아들의 학교나 아내의 회사를 갈 때 드는 비용은 약 1만 3000동, 한화 약 600원 정도로 우리나라 버스나 지하철 가격보다 싸다. 아무튼 이 도시에 살면서 차를 사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들지 않았다. 앞으로도 ‘아무래도 차 한 대 사야겠군’ 하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다. 모두 공유 모빌리티 기술 덕분이다.

 

차 살 돈을 절약한 대신, 집은 한국에서 살 때보다 업그레이드해서 구했다. 현재 사는 아파트는 수영장, 사우나, 피트니스시설은 물론, 어린이 놀이공간까지 갖추고 있다. 차를 사는 대신 좀 더 나은 집에서 살기로 한 결정에 대한 우리 가족의 만족도는 무척 높다. 

 

‘노매드랜드’에 나오는 방랑자들의 삶은 미국처럼 땅덩이가 넓은 나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인구밀도가 높은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살려고 하다가는 하룻밤 주차할 공간을 찾다가 시간과 에너지를 소진하고 말 것이다.

 

호찌민에서는 그랩 앱만 있으면 차 없이도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다. 사진=그랩 앱 캡처


난 군 생활 중 ‘유사’ 노매드 생활을 해본 적이 있다. 당시 의무병이었는데, 같은 의무중대의 다른 동료들처럼 병원에서 하얀 가운 입고 생활하는 의무병이 아니었다. 앰뷸런스를 타고 여러 훈련장을 떠도는 야전 의무병(field medic)이었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넘게 앰뷸런스 안에서 먹고 자는 생활을 했다. 침낭 안이라고 해도 한겨울 밤의 잠자리는 추웠다. 물티슈로 몸을 닦는 생활도 하루이틀이지, 며칠만 지나도 ‘단 1분의 샤워’가 절실해졌다.

 

현대판 유목민의 삶도 내 군대생활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삶은 군대 생활로 족하다. 남은 삶 전체를 이렇게 사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군대 시절과 비교하다니, 너무 극단적인 비유 아니냐?’ 이렇게 반문할 사람도 있으리라. 샤워실과 화장실을 갖춘 고급 캠핑카를 타고 여행한 적도 있는데, 키 186cm의 내게 캠핑카 내 샤워실과 화장실은 비좁았다. 16.5㎡(5평)짜리 원룸에 살더라도 내 집에서 씻고 싸는 게 마음이 편한 건 자명한 일이다.  

 

영화 ‘노매드랜드’ 개봉 후, 유목민의 삶을 꿈꾸는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미래의 라이프스타일이라며 노매드 라이프 예찬론을 펼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런 생각에 공감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나도 20대에는 그런 삶을 꿈꾸었다. 왠지 그런 삶이 낭만적일 것 같았다. 

 

실제로 미국에는 이렇게 RV(Recreational Vehicle)나 밴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자발적으로 방랑자의 삶을 선택한 게 아니다. ‘노매드랜드’의 주인공처럼 이런저런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길 위의 삶에 내몰린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가족이 없는 싱글(그중에서도 노년층)이 대부분이다.  

 

영화 ‘노매드랜드’ 포스터. 사진=서치라이트 픽처스 제공


나도 인생의 끝이 다가올 무렵 노매드의 삶을 선택할지도 모르겠다. 가족이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단호하게 ‘노 땡큐’다. 온 가족이 밴에서 먹고 자는 삶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우울하다. ‘노매드랜드’의 주인공처럼 덤불 속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하고, 공중화장실에서 세수하고, 계곡물로 목욕하는 생활은,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싶지 않은 삶이다.

 

미래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집에서 쉬고 싶은 본능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테니까. 최첨단 장비를 갖춘 밴이 나와도 집을 두고 차에서 자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미래에도 의식주 중 하나인 주택은 삶의 필수 요소로 남을 것이다. 반면,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의 발달로 자동차 없는 라이프스타일은 점점 대세가 될 것이다.

 

김면중은 신문기자로 사회생활에 입문, 남성패션지, 여행매거진 등 잡지기자로 일한 뒤 최근까지 아시아나항공 기내지 편집장으로 근무했다. 올해 초부터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도시인 베트남 호찌민에 머물고 있다.

김면중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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