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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은하의 원반 모양은 선천적일까 후천적일까

암흑 물질 헤일로가 필라멘트에 정렬한 방식 따라 U자, S자로 달라져

2026.02.03(Tue) 18:04:59

[비즈한국] 사람의 성격은 유전일까? 아니면 환경에 따라 달라질까? 비슷한 문제는 은하의 운명에서도 벌어진다. 

 

은하는 쉬지 않고 인접한 이웃 은하들과 충돌하고, 상호작용을 한다. 이처럼 은하가 태어난 이후에 나중에 겪는 주변의 가까운 환경적 요인이 은하의 운명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에 비해 더 거대한 우주적 스케일의 환경적 요인은 이후 은하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은 주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아니, 오히려 개별 은하의 스케일을 아득히 초월하는 범우주적인 조건이 개별 은하의 운명을 이미 결정해놓았을 수도 있다! 

 

나는 이러한 효과를 글로벌한 스케일의 우주적 환경이 결국 로컬한 스케일에 있는 은하의 운명까지 영향을 준다는 뜻에서 ‘우주의 글로컬 효과’라고 부른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오랜만에 나의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나는 외톨이 은하보다는 인접한 다른 은하들과 상호작용하는 커플 은하에 더 관심이 많다. 은하들 간의 상호작용은 겉모습에도 다채로운 변화를 준다. 대표적으로 은하 원반이 뒤틀리는 워프가 있다. 특히 이 현상은 은하 원반이 거의 완벽하게 누워있는 모습으로 보이는 은하들에서 뚜렷하게 관측된다. 하지만 은하 원반의 워프를 만들고 오래 유지하게 하려면 단순히 다른 은하와의 격렬한 만남 한 번 정도로는 어렵다. 이런 순간의 불장난만으로는 수억 년에 걸쳐 안정적으로 휘어진 형태를 유지하는 실제 은하들의 워프 구조를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은하를 에워싼 암흑 물질의 헤일로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헤일로에는 암흑 물질이 단순히 공 모양으로 예쁘고 둥글게 모여 있지 않다. 한쪽 축으로 약간 길게 찌그러진 럭비공 같은 형태로 모여 있다. 그런데 암흑 물질 헤일로의 축이 반드시 그 안에 있는 은하 원반의 축과 나란하지는 않다. 조금씩 어긋나고 기울어진다. 이웃 은하와의 격렬한 충돌도 이런 암흑 물질 헤일로의 중심축을 기울게 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S자 모양으로 휘어진 우리 은하 원반의 모습을 표현한 그림. 이미지=지웅배 제공


암흑 물질 헤일로는 그 거대한 스케일에 걸맞게, 그 안에 있는 은하 원반에 오랜 시간 지속적인 중력적 영향을 끼친다. 그 덕분에 한 번 휘어진 은하 원반이 빠르게 원래 모습으로 평평하게 돌아가지 않고, 오랜 시간 휘어진 구조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실제로 우리 은하 원반도 프링글스 과자처럼 휘어진 뚜렷한 S자 모양을 보이는데, 이렇게 긴 시간 휘어진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우리 은하를 에워싼 암흑 물질 헤일로가 은하 축에 대해 살짝 기울어져 있으며, 그 안에서 우리 은하 원반 축이 주기적으로 뒤틀리는 세차 운동을 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것은 아주 유력한 가설이지만 문제가 있다. 각 은하를 에워싼 암흑 물질 헤일로는 일반적인 광학 관측으로는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암흑 물질은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은하 사진을 아무리 열심히 찍어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암흑 물질 헤일로의 규모와 형태, 어떤 방향으로 길게 찌그러져 있는지 그 축의 방향을 유추하는 간접적인 방법이 하나 있다. 암흑 물질 헤일로가 만든 중력 포텐셜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단서로 각 은하 곁을 맴도는 위성은하들의 공간 분포를 활용한다. 

 

이번 연구에서 나는 원반에서 뚜렷한 워프 구조를 보이는 은하들을 골라냈다. 워프는 모양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는데, 양쪽 끝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휘어진 S자 워프, 그리고 같은 방향으로 휘어지면서 마치 그릇처럼 보이는 U자 워프가 있다. 그리고 워프를 보이는 은하들 주변에 사로잡힌 가벼운 위성은하들을 모두 찾아내 주변에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파악했다. 

 

그 결과, 워프를 보이지 않고 원반이 평평한 은하들과 비교했을 때, 워프를 보이는 은하들은 확실히 위성은하들의 분포가 길게 찌그러지고 둥글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이것은 워프를 갖는 은하들이 럭비공 모양으로 찌그러진 모양의 암흑 물질 헤일로 안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울어진 암흑 물질 헤일로의 중력 포텐셜이 바로 오랫동안 유지되는 은하 워프의 비밀일 것이라는 가설의 강력한 증거가 된다. 

 

우주거대구조의 필라멘트에 대해서 각 은하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또 가장 가까운 필라멘트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와 비교해보면 더욱 재미난 사실이 밝혀진다. 은하를 에워싼 암흑 물질 헤일로의 축 방향은 아무렇게나 분포하지 않는다. 결국 개별 은하들은 우주거대구조의 필라멘트를 따라 흘러들어온 물질이 모여들면서 만들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워프의 모양에 따라 암흑 물질 헤일로가 필라멘트에 대해 정렬한 방식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S자 워프를 보이는 은하들의 경우, 암흑 물질 헤일로가 인접한 필라멘트에 거의 나란히 정렬한다. 다시 말해 필라멘트의 흐름을 따라 정렬한 암흑 물질 헤일로 속에서 빚어지는 은하들은 S자 워프를 보인다. 반면 U자 워프를 보이는 은하들의 암흑 물질 헤일로 축은 인접한 필라멘트에 거의 수직 방향으로 정렬한다. 필라멘트의 흐름을 벗어나, 그에 수직 방향으로 암흑 물질 헤일로가 형성된 곳에서는 은하들이 훨씬 불안한 U자 워프를 만든다. 

 

이 발견은 상당히 흥미로운데, 단순히 이웃한 은하가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강하게 다가오는지, 이웃 은하와의 상호작용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차이로 인해 워프의 모양이 S일지 U일지가 결정될 거라 오랫동안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은하 충돌 시뮬레이션을 보면, 대부분 안정적인 S 워프는 잘 재현하는 반면, U 워프는 잘 재현하지 못했고, 가끔 재현을 하더라도 오랜 시간 유지하지 못했다. 그래서 실제 우주에서 적지 않게 발견되는 U 워프의 존재는 아직 완벽하게 설명되지 않았다. 

 

우주거대구조의 필라멘트에 암흑 물질이 정렬한 모양. S자 모양과 U자 모양 두 가지가 있다. 이미지=지웅배 제공

 

그런데 이번 연구는 워프의 모양이 단순히 이웃 은하와의 충돌 순간 결정되는 사소한 문제, 후천적인 성질이 아니라 선천적인 운명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인접한 필라멘트에 대해 어떤 모양으로 정렬된 암흑 물질 헤일로에서 은하가 탄생했는지에 따라 그 모양이 이미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의심해온 우주의 일명 ‘글로컬’ 효과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우주거대구조의 필라멘트가 형성되면, 필라멘트를 따라 가스 물질과 암흑 물질이 빠르게 흘러들어온다. 그러면서 그 주변에 암흑 물질 헤일로의 정렬 상태가 결정되고, 그 안에서 개별 은하가 탄생하면서 결국 은하의 운명도 결정된다. 암흑 물질 헤일로라는 중요한 중간 단계를 매개하면서, 수 Mpc 수준의 우주거대구조에서 벌어지는 효과가 결국 그 안에 살아가는 수 kpc 수준의 개별 은하의 운명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다만 원반이 휘어진 워프 은하라는 제한된 조건에서만 발견된 만큼, 앞으로 더 다양하고 광범위한 은하들에도 체계적인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은하의 형태학적, 화학적, 역학적 진화를 비롯한 다양한 측면에서도 과연 우주의 글로컬 효과가 작동하는지, 정말 개별 은하의 운명이 오래전 형성된 우주거대구조의 필라멘트에 의해 좌우되는 것인지, 앞으로 더 세심하게 분석해나갈 예정이다. 

 

참고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1538-4357/ae0e13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날마다 우주 한 조각’, ‘별이 빛나는 우주의 과학자들’, ‘갈 수 없지만 알 수 있는’,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코스미그래픽’ 등을 번역했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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