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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욱의 나쁜골프] '캐디 선택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골프장·골퍼 모두에게 부담…티타임 중 3분의 1 이상 선택 가능해야

2026.02.03(Tue) 16:59:08

[비즈한국] 대한민국은 골프 강국이다. 골프 열광국이다. 넓지 않은 땅에 500개가 넘는 골프장이 있다. 코스의 숫자로 따지면 800개가 넘는다. 여름과 겨울이 길고 봄·가을이 짧은, 골프라는 운동에 썩 맞지 않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골프 인구 수는 600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 일본, 캐나다에 이어 당당히 세계 4위에 위치하고 있다. 실질적인 골프 인구는 인구가 2배가 넘는 일본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도 있다.

 

대한민국은 골퍼만 많은 것이 아니다. 캐디의 수 역시 세계적이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골프장은 대부분 캐디와 함께 라운드를 하기 때문이다. 캐디가 골퍼를 케어하고 라운드의 진행을 이끌어가는 시스템이다. 대한민국과 중국, 동남아 골프장의 방식이다. 가까운 일본의 골프장에 가도 캐디와 함께 라운드를 하는 골퍼보다 노캐디 라운드를 하는 골퍼가 더 많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골프를 하는 골퍼들에게 캐디는 프로 선수들과 함께하는 전문 캐디의 이미지가 강하다. 어떤 골퍼는 골프를 하는 평생 동안 캐디 없이 골프를 하기 때문이다.

 

캐디 구인난을 계기로 시작된 노캐디 라운드는 거리측정기 보급과 골퍼들의 숙련도 향상으로 충분히 현실적인 선택지가 됐다. 사진=비즈한국DB

 

캐디 없이 골프 하는 것을 상상도 안 했던 대한민국 골퍼들도 언제부턴가 “아, 캐디 없이도 라운드할 수 있구나”로 바뀌기 시작했다. 노캐디 라운드, 셀프 라운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시작은 캐디의 구인난이었다. 전체 골프장에서 필요한 캐디의 수요에 비해 공급되는 캐디의 수가 1만 명 정도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경기 수도권과 가까운, 혹은 큰 도시에 인접한 골프장들은 상황이 나았지만,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외딴 골프장들은 캐디들이 일하고 싶은 인기 있는 골프장이 아니었다. 특히 야간 골프까지 3부로 라운드를 돌리기에는 캐디 수가 모자랐다. 골프장의 선택은 ‘노캐디 라운드’다. 골퍼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골프장이 그럴 수밖에 없어서 시작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노캐디 라운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구력이 될 만큼 되다 보니 “혼자서도 잘해요”다. 거리 측정기라는 신묘한 명물이 생긴 이후엔 더 그렇다. 사실 플레이 중 캐디에게 가장 의존했던 두 가지가 ‘남은 거리’와 ‘그린 경사’지 않은가. 그중 하나가 거리 측정기의 등장으로 해결됐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더 정확하게 해결됐다. 왜 짧게 불러줬나, 방금 전에 얘기한 거리가 정확한 거냐 같은 분쟁의 소지도 논쟁 없이 사라졌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ABS를 시작하면 볼 판정에 거친 항의가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 처음 가본 골프장 그린의 경사를 정확히 보는 것은 어렵지만, 본인이 본 경사대로 퍼트를 하고 그 퍼트가 들어갔을 때의 짜릿함은 누군가의 조언을 들었을 때보다 배가 된다. 그 짜릿한 재미를 왜 남에게 넘기는가? 게다가 어떤 골퍼는 경험이 많지 않은 캐디보다 그린 경사를 잘 볼 자신이 있기도 하다.

 

골프는 어떤 동반자들인지에 따라 라운드의 분위기가 좌우된다. 그런데 아주 가끔 동반자들 사이에 처음 보는 캐디가 그 관계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 물론 캐디 탓을 하는 건 참 듣기 어려운 일이지만, 캐디가 없으면 캐디 탓을 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노캐디 라운드’의 가장 큰 감동은 라운드가 끝났을 때 밀려온다. 라운드가 끝나고 지갑을 꺼내 주섬주섬 캐디피를 걷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해마다 오르는 캐디피는 그린피만으로도 부담스러운 대한민국 골퍼들을 한 번 더 부담스럽게 하는 게 사실이다. 어쩌다 엄청나게 싼 그린피로 나온 특가 티(Tee)는 그린피에 비해 캐디피의 비율이 더 높다. “그린피는 싼데 캐디피 하고 카트비 내니까 큰 차이 없던데…”다.

 

물론 캐디가 필요한 골퍼들도 있고 캐디의 케어를 선호하는 골퍼들이 있다. 지금까지 그렇게 쳐왔으니까 바꾸기 힘들 수도 있다. 진행이 원만하고 유능한 캐디를 만나면 라운드의 기쁨이 더 커지고 더 좋은 스코어를 낼 가능성도 높다.

 

그래서 ‘캐디 선택제’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지금처럼 좋지 않은 티타임에 몇 개 티만 ‘노캐디 라운드’를 실시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전체 티타임 중 3분의 1은 노캐디 라운드를 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대한민국은 산악 지형이 많아 홀 간 이동의 길이 쉽지 않아서 전면적으로 노캐디를 실시하기가 쉽지 않다는 골프장의 주장은 더 많은 팀을 운용하려는 ‘진행’을 생각의 가장 앞에 둔 의견이 아닐까.

 

캐디 선택제, 결국 그렇게 갈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게 될 거라면 미리 확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필자 강찬욱은? 광고인이자 작가.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현재는 영상 프로덕션 ‘시대의 시선’ 대표를 맡고 있다. 골프를 좋아해 USGTF 티칭프로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글쓰기에 대한 애정으로 골프에 관한 책 ‘골프의 기쁨’, ‘나쁜골프’, ‘진심골프’, ‘골프생각, 생각골프’를 펴냈다. 유튜브 채널 ‘나쁜골프’를 운영하며, 골프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와 생각을 독자 및 시청자와 나누고 있다.​​​  

강찬욱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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