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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보다 건강관리'…제약업계, 디지털 헬스케어 투자붐 배경

녹십자 유한양행 종근당 등 바이오벤처에 투자 "시장 선점 의도"…"아직 걸림돌 많다" 우려도

2021.07.20(Tue) 16:31:58

[비즈한국] 디지털 헬스케어 벤처기업을 둘러싼 제약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통 제약사들이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 업체나 AI 의료기기 업체의 전략적 투자자로 나서 투자를 늘리는 것. 바이오 벤처 투자를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넓히고 개발 속도를 높이는 전략에 더해, 최근에는 진단 기술 업체나 개인 건강관리 서비스 업체들과 손을 잡으면서 전 생애주기를 포괄하는 서비스가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디지털 헬스케어 벤처기업을 둘러싼 제약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통 제약사들이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 업체나 AI 의료기기 업체의 전략적 투자자로 나서 투자를 늘리는 것.


‘약 하나 만드는 데 10년, 임상 투입 비용만 최소 몇십억 원.’ 치료제를 개발하는 게 제약 기업 본연의 역할이라지만, 신약을 내놓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제약업계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택하는 이유다.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가진 국내외 유망한 바이오 벤처들과 협업하는 방식이다. 대형 제약사는 위험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신약 파이프라인을 늘리고 개발 속도를 단축할 수 있다. 중소 제약사에는 자금 확보 수단이 된다.

 

대형 제약사들이 바이오 벤처들과 손을 잡는 현상은 주요 제약사들의 지분투자 현황에서 잘 드러난다. 1분기 사업보고서 기준 유한양행은 2017~2021년 5년간 10개가 넘는 바이오벤처에 투자를 단행했다. 특히 지난해에만 7곳의 국내 바이오벤처에 500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지아이바이옴, 셀비온 등 주로 신약 개발업체에 20억~50억 원씩을 투자했다.

 

다른 주요 제약사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 GC녹십자는 항암제 신약 개발 업체인 카나프테라퓨틱스에 50억 원을 투자하며 전략적투자자(SI)로 나섰다. GC녹십자그룹 지주회사 녹십자홀딩스의 바이오 벤처 투자는 더욱더 적극적이다. 2017년부터 5년간 16개가량의 바이오 벤처 투자에 열을 올렸다. 최근 5년간 광동제약은 10곳 내외의 바이오 투자조합, 바이오 벤처 등에 투자했고, 종근당은 대주주로 있는 CKD창업투자를 통해 14개 바이오, 의료 분야 벤처에 투자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대형 제약사들이 바이오 벤처 중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으로 눈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빅데이터와 AI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헬스케어와 접목해 사람의 건강과 질환을 관리하는 분야를 일컫는다. 신약 개발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AI를 활용하거나, 병원에 가지 않고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가리킨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개인의 건강을 관리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서비스 전반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유한양행이 신테카바이오, 휴이노, 아밀로이드솔루션 등에 투자한 게 대표적이다. 신테카바이오는 AI를 통해 환자군을 설정하고 유전체 정밀의료 서비스를 선보이는 기업이다. 지난해 유한양행이 투자한 휴이노는 AI 기반 심전도 의료기기를 개발했고, 알츠하이머 질환 치료제 개발 업체인 아밀로이드솔루션은 지난해 말 AI 기반 신약 개발 전문업체 디어젠을 인수했다. 종근당은 지난해 11월 웨어러블 의료기기 업체인 스카이랩스에 25억 원을 투자했다.

 

대형 제약사들은 바이오 벤처 중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의 벤처들로 눈을 넓히고 있다.


의료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업계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 중에서도 신약이나 의료기기 개발 업체뿐 아니라 진단기업이나 AI와 AR(증강현실)을 이용한 종합 건강관리 기업에도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지난해 동화약품은 AI 질환 진단 솔루션 업체인 뷰노에 30억 원을 투자했다.

 

GC녹십자엠에스는 지난 6월 AR 덴털서비스 업체인 키튼플래닛에 50억 원을 투자했는데, 양사는 내년 중 구강검진센터나 예방클리닉을 만드는 안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녹십자엠에스 관계자는 “구강 관리 분야에 관심이 많아 투자를 진행하게 됐다. 예방클리닉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제품(서비스)은 조만간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녹십자 헬스케어는 AI 기반으로 음식 영양 정보를 분석하는 두잉랩, 심리상담 플랫폼인 아토머스와 협력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종전에는 예방과 의료적 처치에 중점을 맞췄다면 일상생활에서 본인의 건강을 돌볼 수 있는 ‘라이프 케어(건강관리·life care)’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후 치료 패러다임을 지나 현재는 맞춤형 의료에서 건강관리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데, 제약업계의 이러한 움직임은 시장을 선점하려는 태도로 읽힌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약업계의 높은 관심과는 별개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국내에 정착하려면 넘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최신 기술이 활용된 제품은 인허가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늦어질 때가 적잖기 때문이다. 스마트 의료기기 인허가에도 지금까지 걸림돌이 많았는데, 앞으로 나올 수많은 AI 활용 의료 융합 기술도 난항을 겪을 여지가 충분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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