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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다운] 세상을 구하는 소방관을 구하는 폐방화복 업사이클링

이승우 119레오 대표 "암 투병 소방관 지원 위해 창업…폐기물 줄이고 지역 일자리 창출까지"

2021.07.29(Thu) 16:57:08

[비즈한국] 모든 스타트업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의미하는 ‘J커브’를 꿈꾼다. 하지만 그들의 시작은 늘 두렵고 서툴며 때론 초라하기까지 하다. 셀 수 없는 시행착오를 거쳐 기회를 잡은 스타트업만이 J커브의 영광을 누릴 자격이 주어진다. 과연 그 위대한 과정에는 어떤 ‘업’과 ‘다운’이 있었을까. 

 

소방관들이 입고 구조활동을 하는 방화복은 내구연한이 3년이다. 내구연한이 지나 버려지는 방화복은 우리나라에서 연간 70톤에 달한다. 119레오는 이런 폐방화복을 수거해 가방, 팔찌 같은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2018년 설립된 119레오는 지난해만 약 6톤의 폐방화복을 수거해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재탄생시켰다. ​

 

이승우 119레오 대표는 소방관의 권리 보장을 위해 업사이클링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진=임준선 기자

 

업사이클링의 목적은 소방관들의 권리 보장이다. 119레오는 제품 판매수익 일부를 ​암 투병 소방관들에게 ​기부한다. 현재까지 10명의 소방관에게 약 5000만 원을 전달했다. 폐방화복의 세탁 및 분해 작업은 지역자활센터에 맡김으로써 근로 취약 계층에 일자리도 제공한다. 

 

#대학 동아리에서 시작한 ‘119레오 프로젝트’

 

시작은 대학 동아리였다. 이승우 119레오 대표는 대학 새내기 시절부터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사회 문제를 경제적으로 해결하는 대학 연합 동아리에 가입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승우 대표도 여러 실패를 경험했다. 

 

“동아리 활동은 대학 생활의 전부였다. 그런데 성공 사례 없이 실패만 거듭했다. 이 동아리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다. 마지막 프로젝트로 고안한 게 119레오 프로젝트다. 2016년쯤이었다. 장비 등 소방관의 처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였다. 나 역시 소방관들을 직접 만나 진짜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들어봤다.”

 

이승우 대표는 혈관육종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故) 김범석 소방관을 추모하고자 사비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소방관들을 직접 만나면서 그의 관심을 끈 건 ‘암 투병 소방관’이었다. 이 대표는 “소방관의 암 발병률은 일반인보다 2~2.5배가량 높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암을 공무상 상해로 인정받기 어렵다. 암 발병과 업무의 연관성을 소방관 개인이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암이라는 게 한 번의 유해물질 접촉으로 발병되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암에 걸리면 소방관 가정의 생계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공무상 상해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병가를 낼 수 없으므로 퇴직할 수밖에 없는 거다. 너무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소방관 중에서도 암 투병 소방관을 도와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펀딩은 성공했지만 수익금은 목표에 미달

 

이승우 대표는 암 투병 소방관을 어떻게 도울지 수익 모델을 고민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보다는 또 다른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원했다. 이 대표는 “119레오(REO)는 ‘Rescue Each Other’의 약자다. 서로 구하자는 의미다. 소방관들은 항상 우리를 구하기 위해 힘쓴다. 그렇다면 ‘누가 혹은 무엇이 소방관을 지킬까’라는 의문을 던졌을 때 방화복이 떠올랐다. 방화복으로 제품을 만들어 팔면 소비자들이 우리 얘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방화복을 어디서 구하느냐’였다. 그에게는 한 소방관이 기부한 폐방화복 2벌이 전부였다. 이 대표는 “일단 펀딩부터 신청했다. 다시 생각해도 굉장히 무모한 판단이었다. 운 좋게도 펀딩은 대박이 났다. 기간 내에 4100만 원가량의 프리 오더를 받았다. 다행히도 주문자 중에 소방관들이 꽤 많아서 그분들로부터 정식 절차를 거쳐 폐방화복을 전달받았다. 그 덕분에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119레오는 폐방화복 외에도 소방 호스, 기동복 등도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 중이다. 향후 방열복까지 활용하는 게 119레오의 목표다. 사진=임준선 기자


이 대표에게는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제품 제작 과정에서도 탈이 많았다. 제품을 만들기로 한 공장에서 갑자기 제작비를 올려버린 것. 계약서 한 장 없이 구두로 한 주문이었기에 속수무책으로 가격 인상을 받아들여야 했다. 적당한 선에서 공장주와 합의해 제품 출고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예상했던 ​목표 수익금 700만 원은 채우지 못했다.

 

이 대표는 “원래 계획보다 200만 원 모자란 500만 원이 남았다. 700만 원을 맞추기 위해 팀원들과 내가 돈을 모았다. 수익금은 암 투병 소방관들을 위해 모두 기부했다”며 “대학생 입장에서는 700만 원이 굉장히 큰돈이지만 사회 전반으로 시야를 넓혔을 때 이 금액은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결국 더 많은 소방관을 도우려면 이 프로젝트를 사업으로 발전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창업을 결심한 이유다. 

 

#수익보다 브랜드 알리는 게 우선

 

이승우 대표는 창업하면서 동료들을 모두 끌어안지 못한 것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창업 후 가장 후회스러운 부분이다. 프로젝트로 벌어들인 수익금을 모두 기부해 초기 자본금이 제로였다. 도움을 줬던 친구들에게 ‘일단 소방관들을 돕고 싶으니까 창업하는 거다. 하지만 비즈니스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장담 못 한다. 월급을 못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나도 2년 정도는 무급에 가까운 월급으로 생활했다.” 

 

고정 비용도 높은 편에 속한다. 폐방화복은 무료로 확보할 수 있지만, 세탁 및 분해 과정에서 인건비가 제법 소요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한다. 제품 제작비용과 기부금이 더해지면서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더현대 서울에 자리한 119레오 팝업스토어. 119레오는 올해 4월부터 3개월 동안 전국에서 7곳 이상의 팝업 스토어를 운영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이 대표는 “혼자 창업했을 때보다 지금이 걱정거리가 더 많다. 직원들의 생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익에 집착하지 않으려 한다. 119레오를 개인사업자가 아닌 법인으로 등록한 건 내 마음에 따라 회사가 흔들릴 것 같아서였다. 나의 생각이나 처지를 회사에 대입할 경우 내가 흔들리면 회사도 흔들릴 수 있다. 수익을 고민하는 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회사는 설립 목적을 잘 이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규모의 경제’가 이 사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본다. 아직 시장에서 경쟁자가 없는 만큼 빠르게 시장의 수요와 공급 모두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브랜드를 알리는 것에 힘쓰고 있다. 전국 곳곳을 돌며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다. 처음에는 타 브랜드와 연합해 팝업스토어를 열었으나, 최근에는 단독 팝업스토어를 여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우리는 현재 수익보다는 시장 점유율이 중요하다. 수익만을 고려했다면 수도권에만 팝업스토어를 열었을 것이다. 전국 각지의 소비자들에게 우리 브랜드를 인식하게 하는 게 목표다. 우리 브랜드를 아는 소비자들이 늘어야 그 지역 소방서를 설득해 폐방화복을 확보할 수 있다.”

 

이승우 대표는 앞으로도 소방관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힘쓸 생각이다. 올해는 기부금으로 1억 원을 마련하는 게 목표다. 다른 세부 목표도 생겼다. 첫 번째는 ‘소방 폐기물 제로’다. 지난해 119레오는 폐방화복 약 6톤을 확보했다. 전체의 10%에 조금 모자라는 수치다. 올해는 연간 나오는 폐방화복의 20% 정도를 재활용할 계획이다. 2023년까지 재활용률을 5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나아가 전국에 폐방화복 수거망 시스템을 만들어 지역자활센터와 협력 체계를 구축할 계획도 갖고 있다. 현재 119레오는 지역자활센터와 협력해 폐방화복 세탁·분해 업무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방화복을 무료로 얻어오다 보니, 지역 안에서 또 다른 경제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현재 간접적으로는 22명의 취약 계층 근로자분들이 작업을 돕고 있다. 그분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싶다. 국내에서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면 해외로도 사업을 확장할 생각이다. 119레오가 세계적으로 생명을 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로 각인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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