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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억하고 추모하며 문제 해결하려는 공간

2021.08.10(Tue) 17:00:11

[비즈한국] 대부분의 박물관은 지나간 역사를 다룬다. 하지만 가끔, 현재진행형의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이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고 있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같은 곳이 그렇다. 아이들에게 과연 어디까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쉽지 않지만 피할 수 없는, 피해서는 안 되는 곳이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온 관람객들이 감상과 참여 의지를 담아 작성한 메시지가 벽면을 가득 채웠다. 사진=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페이스북

 

#자유롭게 훨훨 나는 ‘나비’를 꿈꾸며

 

성산동 골목길 끄트머리의 아담한 이층집. 자그마한 간판엔 나비 문양 아래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라고 써 있다. 자유롭게 세상을 날아다니는 나비는 이곳의 상징이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전쟁의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날갯짓을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고 김복동 할머니는 생전에 “할매 나비가 날 테니, 젊은 나비들도 날아달라”는 당부를 남겼단다. 박물관의 시작인 ‘맞이방’의 인터렉션 영상에도 폭력과 차별의 벽을 뚫고 자유로이 날아가는 나비가 등장한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은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이 겪었던 역사를 기억하고 교육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공간입니다.” 안내 팸플릿의 첫 문장에서 ‘위안부’에 작은 따옴표를 친 것은 그 말이 가리고 있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들은 ‘위안부’가 아니라 철저히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자’였다. 

 

나비 문양 아래 새겨진 박물관 간판. 나비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전쟁의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날갯짓을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사진=구완회 제공

 

전시는 전쟁의 포화 소리와 함께 펼쳐지는 거친 돌길(쇄석길)로 이어진다. 고통스러운 표정의 피해자 얼굴 부조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흰 저고리에 검정 치마를 입은 소녀를 억센 남자의 손이 끌고 가는 그림도 보인다.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순덕 할머니의 ‘끌려가는 날’이란 작품이다. 피해자들의 고통을 따라 쇄석길을 지나면 지하 전시관이 나온다.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전쟁터와 위안소를 배경으로 피해자들의 고통스런 삶이 담긴 영상을 볼 수 있다. 

 

지상으로 향하는 계단 벽에는 피해자들의 사진과 함께 절규하는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고통으로 신음하던 목소리는 밝은 공간으로 올라갈수록 다시는 자신들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호소와 희망으로 바뀐다. 

 

#태평양을 빙 둘러 설치됐던 일본군 위안소

 

2층의 ‘역사관’은 일본군 문서와 관련 자료를 통해 ‘위안부’ 문제의 진상을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가 일제에 의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국가범죄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소 지도’는 이름 그대로 일본이 군대 위안소를 만들었던 지역을 표시한 지도다. 중국부터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까지 정말 태평양을 빙 둘러서 없는 곳이 없다. 이곳들은 일본의 전선이었다. 왜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태평양 전쟁’이라고도 부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제는 이렇게 광범위한 지역에 일본군 위안소를 운영하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여성들까지 끌고 갔다. 피해자들의 사진과 그들이 겪었던 일이 기록된 전시물 중에는 동남아시아와 유럽인들도 눈에 띈다. 전쟁이 벌어지면 가장 큰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은 가장 약한 사람들이다. 이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벌어지는 일이다. 그래서 이곳의 이름이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인 것이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내부.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이 겪었던 역사를 기억하고 교육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진=구완회 제공

 

일제가 이러한 만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전쟁 중에는 이런 만행이 쉽게 벌어진다는 것, 결국 피해자는 여성과 어린이 같은 약한 사람들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를 보고 배워서 앞으로는 전쟁 없는 세상, 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 일제를 비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인 셈이다. 물론 지금도 반성은커녕 자신들의 범죄 행위를 부인하고 있는 일본의 문제를 정확히 지적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말이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과 영상을 보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작은 힘이라도 보탠다면 더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아이와 함께 수요시위에 참여하거나, 아이가 자기 용돈에서 직접 후원금을 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내의 추모관. 고인이 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얼굴과 사망 날짜가 적혀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메모>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위치: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11길 20

△문의: 02-392-5252

△이용시간: 10:00~18:00, 일요일·월요일·공휴일 휴관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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