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뒤늦게 홍진경의 유명 유튜브 채널 `공부왕 찐천재`를 영접하게 됐다. 올해 2월 카카오TV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이 프로그램은 실로 홍진경의 재발견이라 할 만한 화제성을 이끌며 카카오TV 공개 3주 만에 1000만 뷰를 달성했고 유튜브 공개 2달 만에는 40만 구독자, 현재는 99만 8000여 명의 대형 구독자를 지닌 인기 채널이 됐다. 

보통의 연예인 유튜브 콘텐츠라고 하면 흔하게 시작하는 일상사를 담은 `브이로그` 혹은 뷰티나 패션 쪽 취향다반사를 보여주는 뻔한 콘텐츠가 아닌, 공부 그 자체를 콘텐츠로 삼은 채널이 이렇게나 인기몰이하는 이유가 참으로 신기하고 궁금해졌다. 그래서 ‘공부왕 찐천재’ 유튜브 채널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딸 라엘의 수학공부를 봐주다가 수포자인 자신의 수학 능력을 공개하고,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일타강사부터 시작해 학력 좋은 연예인, 유명 정치인까지 섭외해 이들을 통해 홍진경이 실제 공부를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이 채널의 주된 내용이다. 재밌는 건 공부하기 싫은 내 맘 같은 모습을 세상 리얼하게 보여주는 홍진경의 모습이다. 공부하겠다고 마음먹고선 30분 넘게 문구를 쇼핑하겠다고 문구점을 배회하고, 두뇌 회전에 좋다는 견과류를 쇼핑하고, 공부 잘하는 사람의 정기를 받겠다며 느닷없이 서울대로 향해 서울대생을 인터뷰하기도 한다. 채널 하나를 챙겨보는 내내 셀럽이 아닌 엄마, 자연인 홍진경의 해맑은 돌발행동에 웃음이 나 한참을 키득거렸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렇게 웃다 보면 어느새 가발을 뒤집어쓰고 공부하러 나선 홍진경의 매력에 ‘경며들 듯’, 점점 그녀에게 빠져들게 된다는 것.

대중이 홍진경의 매력에 빠지게 된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이유는 홍진경의 공감 가는 솔직함에 있지 않나 싶다. ‘공부왕 찐천재’에서는 일에선 성공했지만 배움만은 조금 모자라 가끔 주눅이 들었던 엄마 홍진경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공부 잘하는 유명인들을 통해 일차방정식을 배우고 일차함수를 배우는 과정에서도 모르는 건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진짜 리얼함 그 자체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어떻게든 그 공식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그녀가 그것을 묻고 또 물은 뒤, 목표한 대로 그것을 하나씩 이해하고, 책상에 앉아 꾸역꾸역 그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거다. 그러다 어느새 홍진경은 일차방정식을 넘어 일차함수를 제대로 이해하고, 어느 날엔 혼자 공부한 한국사를 카메라 앞에서 브리핑한다. 나와 비슷한, 내 맘 같은 민낯의 사람. 그 사람의 좌충우돌 성장 스토리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내 일처럼 뿌듯한 그녀의 공부 결과에 기뻐하게 된다.

카메라 앞에서 중학교 수준의 수학문제를 푸는 걸 용감하게 보여줄 수 있는 홍진경을 보면서 느낀 것은 수포자인 그녀에게 내 맘 같은 공감이 가서이기도 했으나,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줄 아는 용기가 참으로 멋있었다는 거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진짜 용기는 홍진경이 자신의 모자름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니까 가능한 게다.

교육열 높은 한국 사람이 제일 못하는 것 중의 하나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용기가 아닐까 싶다. 무식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 내가 타인에게 밉보일 수 있다는 두려움에 꽤 많은 사람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지 못한다. 그런데 `공부왕 찐천재`의 홍진경을 보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자존감의 또 다른 표현이며, 나를 더 멋지게 채워가려는 사람의 열정 표현으로 읽힌다. 

좀 더 나아가서 말해 본다면, 이러한 해석은 비단 홍진경에게만 해당하진 않을 것이다. 모르는 게 있다면 모른다고 당당하게 말할 줄 아는 용기를 우리도 그녀처럼 가져보는 건 어떨까. 몰라도 부끄럽지 않을 용기, 모른다고 말할 용기, 그리고 그것을 가르쳐달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은 분명 당신을 더 당당하고 자존감 넘치는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 부족한 것을 스스럼없이 자존감 넘치게 인정하는 태도에 한 번, 그것을 알아가는 그 과정의 기쁨에 다시 한번, 당신의 인생은 그런 기분 좋은 수순으로 한결 풍요롭고 여유로워질 테니까 말이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 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바즐’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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