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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의 세계] ① 청소년 도박, 그 수렁의 시작은 SNS

오픈채팅방 통해 '입문'…자금 마련 위해 사기·절도 등 2차 범죄로 번져

2022.05.26(Thu) 18:11:13

[비즈한국] 청소년과 도박. 두 단어의 낯선 조합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 됐다. 주위의 친구와 선후배를 통해 도박의 세계에 발을 들인 10대들은 필연적으로 경제 문제에 부딪힌다. 도박자금을 구하기 위해 초고금리 불법 대출을 받고, 감당할 수 없는 크기로 빚이 불어나면 가정 전체의 고통으로 확대된다.

 

일반적으로 청소년 도박 중독은 ‘​미니 게임’ 형태의 온라인 불법 도박으로 시작한다. 청소년들이 도박을 처음 하는 이유도 ‘​일시적인 재미를 위해서’​가 1위(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2021년 조사)였다. 하지만 중독의 끝은 절도, 사기 등 2차 범죄다. 도박은 어떻게 ‘​학교 안’​ 놀이가 됐을까.

 

청소년 온라인 도박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 발을 들인 청소년들은 빠르고 단순한 결과가 나오는 미니 게임 형태의 도박에 ​쉽게 ​중독된다. 그래픽=김상연 기자


#사다리·하이로우·파워볼·FX, 빠르고 단순한 확률 프로그램에 중독 

 

“도박으로 돈을 따본 애들이 더 깊게 빠진다. 옛날에는 도박 사이트가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많이 늘어나고 게임 종목도 많다. 재미로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 돈을 걸고 금액도 점점 커졌다.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은 우리가 뭘 하는지 잘 모른다.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하니 게임중독이라고 상담실에 데리고 왔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내방한 고등학생 내담자의 증언이다. 청소년 도박의 역사는 뿌리가 깊다. 형태와 유행도 매번 바뀐다. 학교 안 도박은 대부분 온라인 게임 형태다. 2019년 전후로 이러한 미니 게임이 확산하면서 일부 청소년들 사이에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물론 불법이다. 미성년자 신분으로는 경마, 카지노 등의 제도권 도박을 할 수 없으니 청소년들이 도박에 입문하는 경로도 주변 지인이 공유한 불법 루트다.

 

SNS 오픈채팅방을 통해 1 대 1 채팅방 링크를 전달 받으면 인터넷 사이트 주소와 가입코드를 알 수 있다. 기본적인 성인인증 절차도 없는 경우가 많다. 가입 즉시 사이트에서 가상계좌를 만들어주고 계좌를 통해 판돈이 오간다. 사다리 게임 불법 사이트에 가입한 사람들은 또다시 다른 오픈채팅방에 초대된다. 불법 도박 참여자들이 모인 채팅방에서는 타 사이트로 유인하는 링크나 광고가 지속적으로 올라온다.

 

주변인 도움 없이도 도박사이트에 접근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10대들이 보는 웹툰이나 인터넷 방송 사이트 곳곳에는 불법 도박을 게임이나 수익 창출 방법인 양 홍보하는 광고창을 확인할 수 있다.

 

청소년 도박은 사기, 절도 등 2차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진=임준선 기자


매년 증가세였던 청소년 도박 경험율은 코로나19로 인한 휴교 등으로 주춤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제1차 도박문제 포럼’에서 공개된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면 만남에서 이뤄지는 ‘돈내기 경험’은 2018년 28%대에서 2021년 20%대로 감소하고 ‘뽑기 게임’ 역시 절반(12.4%)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은 2015년 8.1%에서 2020년 11.7%로 늘었다.

 

온라인 도박은 사이트 가입이 쉽고 소액 베팅이 가능해 처음에는 적은 돈으로 오락실에서 게임하듯 즐길 수 있다. 돈에 대한 현실감이 떨어진 후에는 점점 더 깊게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애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연구부장은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접속할 수 있는 만큼 심각한 도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액 급전 대출 ‘대리입금’에 기대다 절도·​각종 범죄에 노출


청소년의 온라인 도박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범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청소년 도박은 도박 자체로만 봐선 안 된다. 2차 범죄 발생 위험이 상존하는 행위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정 수익이 없고 신용조차 없는 청소년들은 성인 도박 중독자보다 금전적인 문제 상황에 취약하다. 불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고금리 불법 대출에 손을 대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상담센터 관계자는 “5만 원으로 수십만 원을 벌어본 학생이 자신을 돌봐주던 조부모의 돈을 빼돌려 베팅을 한 사례도 있다. 돈을 급하게 메워야 하니 고금리 대출을 해주는 선배를 소개 받았다고 한다. 성인도 갚는 게 불가능한 이자율이었다. 이후 중고거래 사이트에 허위로 판매 글을 올려 사기도 감행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퍼진 ‘대리입금(댈입)’​ 같은 새로운 금전 대차 시스템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대리입금은 게임 아이템이나 아이돌 상품의 비용, 온라인 도박 판돈을 마련해야 하지만 당장 돈이 없는 10대들에게 1만 원에서 30만 원가량의 소액을 빌려주는 대출 형태다. 법정이자율(연 20%)을 초과하는 과도한 수고비 때문에 고리 대출과 다를 바 없다. 

 

청소년 도박 중독자들은 불법대출의 피해자이면서 사기, 절도 등의 연계 범죄 가해자가 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도박 중독으로 인한 폐해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도박 중독으로 진료를 받은 청소년(만 10~19세)은 2018년 65명에서 2020년 98명으로 절반 가량 늘었다.​

 

승재현 박사는 “도박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도박 자금이 필요하다. 중고거래 허위매물 사기 외에도 부모 재산 탈취, 일명 ‘빵셔틀’이라고 일컫는 학교 폭력과의 연계 등 복합적인 범죄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라며 “도박은 질병과 유사하다. 청소년 진입을 어렵게 하는 사이트 단속과 함께 치료 형태의 적극적인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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