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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에 '숍인숍' 바람…KT '시즌' 품은 CJ '티빙', '파라마운트+'처럼 '시즌관' 유지할 듯

이용자 선택지만 늘리던 OTT, 이제 한 플랫폼에서 다양한 브랜드 누린다

2022.07.14(Thu) 18:18:37

[비즈한국] 성숙기에 접어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 ‘전략적 동침’이 새로운 사업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이 콘텐츠에 투자하는 비용은 점점 커지고 소비자는 추가로 구독할 여력이 없어지는 시장 한계 속에서 한 지붕 아래 ‘n개’의 브랜드를 즐길 수 있는 합종연횡이 시작된 것.

 

CJ ENM과 KT는 국내 시장 점유율 3·4위에 해당하는 각 사 OTT 티빙(TVING)과 시즌(seezn)의 합병을 최종 확정지었다. 이로써 1위 웨이브를 넘어서는 국내 최대 OTT 탄생이 공식화됐다. 통합 방식은 몸집이 더 큰 티빙이 시즌을 흡수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영화제작사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나의 채널로 품은 데 이어, 토종 OTT 간 결합에 나선 티빙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국내 토종 OTT 티빙과 시즌이 통합된다. CJ ENM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 ‘여고추리반’과 KT스튜디오지니의 오리지널 콘텐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사진=각 사 제공


CJ ENM과 KT스튜디오지니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티빙과 시즌의 합병을 최종 확정지었다. 티빙 독립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M&A다. 합병 전략은 양 사의 콘텐츠 경쟁력과 OTT·통신 결합 등 전방위 시너지를 통해 국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티빙과 시즌의 합병설이 꾸준히 나왔다. 앞서 3월 양 사는 콘텐츠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미디어·콘텐츠 시장 내 파트너십 강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CJ ENM은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 원의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사실상 시즌과 티빙의 통합을 위한 사전 작업이었던 셈이다.

 

토종 OTT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시각은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에서 시작됐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두 서비스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Monthly Activity User)는 6월 기준 티빙 401만 명, 시즌이 157만 명이다. 1117만 명의 MAU를 확보한 넷플릭스와는 큰 격차다. 티빙과 토종 OTT 1위 경쟁을 하는 웨이브는 전체 2위로 423만 명이었다.

 

#파트너십 넘어 플랫폼 합친다…‘전략적 동침’

 

하지만 양 사가 두 서비스를 통합하기로 한 것은 단순히 외형을 키우는 전략에 그치지 않는다. 시즌을 안은 티빙이 두 서비스의 기존 이용자 수를 그대로 유지한다 해도 2위 웨이브를 뛰어넘을 뿐 넷플릭스의 절반 수준이다.

 

업계는 이번 합병을 OTT 업계 전략적 제휴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OTT 업계는 최근 성장 한계를 맞으며 고심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해외 OTT 플랫폼까지 국내 진출하면서 워낙 포화상태다. 이용자가 구독 서비스에 지불할 의사가 있는 예산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 한계가 존재한다”며 “OTT 서비스는 가입자 확보와 요금 인상 외에는 수익을 확대할 전략이 많지 않다. 최근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를 막고 광고를 도입하는 안을 고민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최근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유료 구독자 수 감소를 겪은 넷플릭스는 1분기 실적발표에서 ‘계정공유 금지’와 ‘광고 요금제’ 등의 도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2011년 당시 유료 구독자가 줄었던 이유가 유료화 전환의 여파였던 것을 고려하면 본격적으로 스트리밍 사업을 시작한 후 하향세로 접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넷플릭스는 주주서한을 통해 “매출 성장이 상당히 둔화됐다”며 “오리지널 작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스트리밍 시장 경쟁이 격화돼 성장에 역풍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사진=CJ ENM 제공


#외형 키우고 투자 효율화…​스타트렉’ 파라마운트플러스 품은 경험 살릴까

 

토종 OTT 1위 자리도 차지하지 못한 티빙으로서는 폭발적인 성장기를 지나 위기를 맞은 시장과 더불어 공룡 기업들과의 경쟁이 맞물린 상황이 주는 압박감이 더욱 크다. 이에 따라 티빙은 콘텐츠 사업의 축인 KT스튜디오지니를 통해 콘텐츠 수급은 물론 투자 효율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OTT 플랫폼을 포기한 KT는 대신 콘텐츠 지식재산권(IP) 제작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KT스튜디오지니는 콘텐츠 사업 확장 의지가 강한 KT그룹의 기대와 지원을 한 몸에 받는 자회사다. 지난해 KT는 2023년까지 원천 IP 1000여 개를 구축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당 최대 500억 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개별 업체의 투자만으로는 기대만큼의 수요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번 합병으로 티빙은 양질의 콘텐츠를 위한 안정적인 투자 채널을 확보한 것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티빙이 시즌을 플랫폼 내 브랜드관처럼 품고 KT가 ‘통합 티빙’ 앱을 KT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스마트폰에 선(先)탑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6월 ‘파라마운트플러스’를 론칭한 형태와 유사하다. 파라마운트글로벌은 미국의 거대 미디어 기업 가운데 하나로 ‘스타트렉’, ‘미션 임파서블’, ‘탑건’, ‘트랜스포머’ ‘CIS’ 등 인기 시리즈의 IP를 보유하고 있다.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한 OTT 서비스라 한국 론칭을 기다려온 국내 팬들이 많았지만 디즈니플러스, 애플TV 등 먼저 진출한 서비스가 가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티빙을 통한 ‘우회 진출’을 선택했다.

 

티빙 관계자는 “파라마운트 브랜드관 사례도 하나의 가능성에 해당할 뿐 아직 구체적으로 통합 형태가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OTT 업계에는 앞으로 새 전략을 꾀하는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 BCG는 최근 스트리밍 서비스에 관한 산업 리포트에서 “스트리밍은 선택의 폭을 크게 넓혔고 소비자들은 그들이 사용할 서비스에 대해 훨씬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따라서 비즈니스 모델의 일부 가정들이 재검토돼야 한다”며 “새로운 요금제와 가격정책, 번들링, 파트너십 등 다양한 시장 공략 접근법을 시범하는 등 전략이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기업들은 전략의 일환으로 통합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OTT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길은 글로벌에 있다. 파라마운트플러스를 입점하고 시즌과 합병을 결정한 행보를 보면 해외와의 제휴, 국내 내부 망 유통 강화, 오리지널 시리즈·영화 등 콘텐츠 투자 확대라는 세 가지 방향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략이 합쳐지면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KT의 경우에도 OTT 플랫폼의 외형을 버리고 콘텐츠를 선택한 것인데 지금까지 시즌이 OTT 플랫폼으로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것을 고려하면 최선의 판단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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