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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구조조정 '대산 1호 프로젝트' 마침내 가동

롯데·HD현대, 사업장 통합으로 과잉 공급 설비 정리…고부가·친환경 체질 개선 신호탄

2026.02.25(Wed) 16:49:31

[비즈한국]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익성 악화라는 거센 파고를 넘기 위해 본격적인 구조개편의 닻을 올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이 공동으로 제출한 사업재편계획서를 최종 승인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정부가 발표한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로드맵’에 따른 첫 승인 사례다. 위기에 직면한 우리 화학산업이 범용 제품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친환경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열린 ‘석유화학 사업재편 승인 기업 CEO 간담회’에서 기업 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남수 HD현대케미칼 대표,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 김 장관, 송명준 HD현대오일뱅크 대표. 사진=김민호 기자


#양 사 지분 5대5…110만 톤 나프타분해시설 가동 중단

 

이번 사업재편의 핵심은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에 있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 자산을 통합해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구체적인 계획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대산 사업장을 물적 분할한 뒤 이를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한다. 이 과정에서 신설 통합법인의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주사인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 본사가 각각 6000억 원씩, 총 1조 2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증자에 나선다. 이 같은 자구 노력을 통해 기존 6 대 4였던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 지분 구조는 5 대 5로 조정된다.

 

사업 구조 측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과잉 공급 설비 정리다. 통합법인은 사업재편 기간인 향후 3년 동안 연간 110만 t 규모 에틸렌을 생산하던 롯데케미칼 NCC(나프타 분해 시설) 설비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아울러 수익성이 낮은 범용 다운스트림 설비 중 중복되거나 적자가 발생하는 설비 가동도 축소한다. 대신 효율성이 높은 잔여 설비 가동률을 80%에서 100%로 끌어올려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정유 공정과의 수직계열화로 원료 수급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정부, 금융·세제·원가 아우른 2조 1000억 패키지 지원

 

정부는 민간의 이러한 결단에 화답해 금융, 세제, 원가 개선, 기술 개발을 아우르는 2조 10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맞춤형 지원 패키지’를 마련했다. 우선 금융 부문에서는 경영 여건 악화로 투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해 최대 2조 원 규모를 지원한다. 산업은행 등 채권 금융기관은 설비 통합 및 고부가 전환에 필요한 신규 자금 1조 원을 지원하는 한편, 설비 가동 중단에 따른 자산 손상 처리로 급증할 수 있는 부채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기존 대출금 중 최대 1조 원을 영구채로 전환한다.

 

세제 혜택도 제공한다. 기업 분할 및 합병 등 구조변경 과정에서 발생하는 취득세와 등록면허세 부담을 75~100% 감면하고, 자산 매각 시 발생하는 법인세는 5년 거치 5년 분할 납부가 가능하도록 과세이연 혜택을 확대했다. 또한 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 납부 부담을 경감해 기업이 재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하는 원가 구조 개선을 위해 유틸리티 비용 절감 카드도 꺼냈다. 대산 석화단지를 분산에너지특구로 지정해 한국전력 대비 약 4~5% 저렴한 전기요금을 적용받게 하고, 열(스팀) 공급 구역 중복금지 규정을 한시적으로 완화해 저렴한 열원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줬다. 나아가 올해까지 ​수입 나프타와 원유에 ​무관세를 적용하고 할당관세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 이를 통해 원재료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산업의 비용 부담이 연간 690억~1150억 원 이상 덜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사업재편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한 설비 감축을 넘어 ‘고부가·친환경’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것이다. 통합법인은 에틸렌 등 범용 제품 생산에서 벗어나 전선과 케이블에 사용되는 고탄성 경량 소재, 2차전지 전해액용 유기용매 등 스페셜티 제품 생산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또 바이오 나프타를 활용한 친환경 제품 생산과 탄소 배출량이 낮은 에탄 원료 도입으로 글로벌 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 260억 원 규모 고부가 기술 개발 지원을 시작으로 중장기적으로 AI 기반 소재 설계 및 온실가스 감축 공정 혁신 등 대규모 R&D 사업을 추진한다.

 

사업재편에 따른 지역 경제 위축과 고용 불안 우려 대책도 포함됐다.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의 매출액 감소 요건을 완화해 유휴 인력의 고용이 유지되도록 지원하고, 서산 등 고용위기 및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에 대한 지원 기간을 연장하거나 관련 예산을 확대해 지역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산업부 장관, CEO 간담회 개최 “후속 프로젝트 가속화”

 

산업부는 이번 대산 1호 프로젝트 승인을 기점으로 여수, 울산 등 주요 산단의 후속 프로젝트도 빠르게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민관협의체를 가동해 기업 애로사항을 실시간으로 수렴하고, 기업결합 심사 기간 단축 및 인허가 승계 간소화 등을 담은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조속히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지원 패키지를 발표한 2월 25일 오후,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서울 서초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승인 기업 CEO들과 간담회를 했다. 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대산 1호 프로젝트는 정부와 업계가 긴밀히 협력해 도출한 첫 번째 성과”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승인된 계획이 현장에서 차질 없이 이행되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정부가 든든한 순풍이 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또 사업재편 과정에서 협력업체와 지역 사회가 함께 성장하도록 상생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조남수 HD현대케미칼 대표는 “(지원 패키지에 대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를 실망시키지 않는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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