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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 8] 김월숙-천연염색과 손바느질의 고졸한 조화

2022.10.12(Wed) 15:24:46

[비즈한국]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는 스타 작가 탄생에 초점을 맞춘 다른 공모전과 달리 민주적으로 작가를 발굴해 미술계의 텃밭을 기름지게 하려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특정 경향이나 장르 혹은 미술 활동 경력, 나이에 상관없이 대상 작가의 스펙트럼이 넓다. 일곱 번의 시즌을 통해 180여 명의 작가를 발굴했다. 이 중에는 미술계에 첫발을 내딛은 작가가 있는가 하면, 활동 경력이 풍부한 작가도 있었다. 미술시장의 주목을 받게 된 작가도 나왔고, 작품 활동의 모멘트가 된 작가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프로젝트 출신 작가들이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협회’를 만들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결실이다.

 

김월숙 작가는 줌치 한지를 캔버스 삼아 전통 천연 염색기법으로 얻어낸 옷감을 바느질해 작품을 만든다. 첫눈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보면 볼수록 깊게 빠져드는 매력, 고졸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사진=박정훈 기자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은 김치와 된장이다. 이것의 독특한 맛은 발효에서 나온다. 혀끝에서는 거칠어 금방 녹아들지 않지만 오래 씹을수록 혀 속 깊숙이 머무르며 우러나오는 깊은 맛. 그래서 여운이 오래 가는 것이 발효의 맛이다. 우리 민족이 오래전부터 익히고 만들어 민족의 인자처럼 돼버린 생활의 맛이다. 이 맛이 다스려낸 감성이 우리 미감의 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된 고졸함이다. 

 

이런 미감의 대표적인 화가가 박수근이다. 그의 회화가 보여주는 맛이 발효와 닮았다. 사발에 담아 마시는 막걸리나 뚝배기에 끓여낸 된장찌개 같은 맛이다. 그래서 한국인이면 누구나 좋아하는 그림이 됐고, ‘국민화가’로 불리는 것이다.

 

김월숙의 작품에도 고졸함이 맛깔스럽게 스며 있다. 마치 할머니나 어머니가 평생 써온 장롱이나 반짇고리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맛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그의 그림을 좋아한다. 

 

정원6: 45×35cm 줌치한지, 쪽물염, 감물염, 손바느질 2022

 

그의 작품을 보면 오래 입은 한복 같은 느낌이다. 낡고 닳아버린 생활의 흔적도 보인다. 소재가 한국적 범주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꼼꼼하게 살피지 않으면 진부한 전통 회화같이 보인다. 전통을 재현한 공예품처럼 보인다. 

 

한국적 아름다움을 추구하겠다고 나선 작가들이 흔히 빠져드는 함정이 있다. 소재주의가 그것인데, 전통 이미지와 기법을 가져와 자신의 작품 속에 심는 것이다.

 

그러나 김월숙의 작품에서 우러나오는 한국적 아름다움은 소재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의 그림을 조금만 찬찬히 살펴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아주 복잡한 과정을 거쳐 공들여서 만드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김월숙은 한지로 갑옷을 만들던 전통 공예 기법을 바탕으로 작업한다. 물에 적신 한지를 짜내고 여러 겹 겹쳐 튼실한 옷을 만드는 방법인데, 이렇게 만드는 한지를 ‘줌치 한지’라고 한다. 줌치 한지를 캔버스 삼아 전통 천연 염색기법으로 얻어낸 옷감으로 구성을 한다. 도자기나 꽃, 화분, 나무와 달 등을 옷감으로 만들고 이를 바느질 기법으로 한지 위에 배치하는 작업이다. 

 

하늘바라기: 40×75cm 줌치한지, 쪽물염, 감물염, 손바느질 2020

 

 

그의 작품에 주조를 이루는 색채는 갈색 톤이다. 검정이나 붉은색, 푸른색도 쓰이는데, 전반적인 색채에서 가라앉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탁하지 않고 맑은 기운이 감돈다. 은근한 조화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색채의 운용이 일품이다. 자연 염료로 얻은 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월숙의 화면에서는 깊은 울림이 배어나온다.

 

그의 그림은 첫눈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보면 볼수록 깊게 빠져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흡사 속 깊은 오랜 친구를 보는 느낌이다. 이것이 바로 고졸한 아름다움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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