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부는 15일 예정에 없던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공공요금 상반기 동결, 에너지 요금 인상 속도 조절을 결정하는 한편 통신·금융업계에 물가안정 자발적 참여를 요구했다. 그동안 전기료와 교통비 등 정상화 기조를 보여왔던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정책 방향을 뒤집은 것은 지난해 5월(5.4%) 이후 물가가 고공행진 중인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계속된 고물가에 이제야 제동을 건 것은 고물가가 정부 입장에서는 나름의 순효과도 있는 탓이다. 고물가는 각 가정에게는 실질소득을 감소시키는 악영향이 있지만, 정부에게는 세수 증가와 재정 건전성 개선이라는 효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물가상승은 제품 가격 상승이나 임금 인상을 불러오는데 이것이 세수를 늘려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upload/bk/article/202302/thumb/25226-60665-sampleM.jpg)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여러 정책적 노력으로 물가·금리 상승세가 꺾이기는 했지만, 그간 가파른 상승의 여파로 취약계층과 서민들은 여전히 어렵다”며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은 서민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요금 인상의 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도로·철도·우편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은 최대한 상반기 동결 기조로 운영하고, 지방정부도 민생안정의 한 축으로서 지방 공공요금 안정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공공요금 인상 시기를 연기하고, 고금리에 막대한 이익을 본 은행을 압박하는 한편 정부 특혜 업종인 통신업계에 요금인하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고물가는 이미 9개월 전부터 지속된 상황이었다. 소비자 물가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던 지난해 5월 5.4%로 5%대를 넘어선 뒤 6월(6.0%), 7월(6.3%), 8월(5.7%), 9월(5.6%), 10월(5.7%), 11월(5.0%), 12월(5.0%), 올해 1월(5.2%)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월 소비자물가도 전기·가스 요금 인상 여파로 5%대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고물가가 장기간 이어졌는데도 민심 악화 전까지 대책 마련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세수 증가 효과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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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물가상승률이 반영된 명목 소득 및 명목 소비지출 등 명목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물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물가가 오르면 가계의 소비지출액수가 늘면서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가 늘어나게 된다. 또 상품 가격 상승은 기업의 매출액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법인세 수입도 증가한다. 여기에 물가상승을 감안해 기업이 근로자 임금을 늘리면 정부의 근로소득세나 개인소득세 수입 역시 늘어난다.
실제로 우리나라 실질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4%로 역성장하면서 연간 성장률은 2.6%에 그쳤다. 2021년 성장률 4.1%에 비하면 급격하게 위축된 것이다. 그런데 하반기 들어 물가가 뛰면서 지난해 세수는 395조 9000억 원으로 전년(334조 1000억 원) 대비 15.1%나 증가했다. 주요 세입 중 부가가치세(81조 6000억 원)는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10조 4000억 원(14.6%) 늘었다. 법인세(103조 6000억 원)도 기업실적 개선 등에 따라 전년보다 33조 2000억 원(47.1%) 증가했고, 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세를 중심으로 한 소득세(128조 7000억 원) 역시 전년 대비 14조 6000억 원(12.8%)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를 벗어난 점도 있지만 물가 상승 역시 세수 증대에 만만치 않은 영향을 미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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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과 세수 증가는 정부의 재정 건전성에도 순효과를 가져다준다. 물가상승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증가시켜 국가채무비율(국가부채÷명목 GDP)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악화된 재정 건전성을 개선해야 하는 윤석열 정부에게 물가상승이 악재만은 아닌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실질 GDP 성장률은 경기악화 등을 고려해 1%대(1.6%)로 잡은 반면 물가를 반영한 명목 GDP 성장률은 4.0%로 전망했다. 재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경우 국가채무비율이 정부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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