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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전쟁과 폭염이 깨운 에너지 안보, 답은 재생에너지에 있다

한·독 클라이밋 토크 서울 2026 개최…계획·수익·인허가 '예측 가능성' 담보돼야

2026.07.02(Thu) 17:39:02

[비즈한국] 지정학적 리스크가 전 세계 원자재 시장을 흔들 때마다 화석연료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의 경제 기초체력은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는 에너지 수급의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며, 에너지 전환이 단순히 환경 보호를 위한 도덕적 선언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생존과 직결된 ‘안보’의 문제임을 각인시켰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재생에너지 시대로의 진입을 선언한 한국과 독일의 정책결정자, 입법부, 금융 및 산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실질적인 이행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주한독일대사관과 국회 글로벌외교안보포럼이 공동 주최하고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이 주관하는 ‘클라이밋 토크 서울 2026’이 7월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개최됐다. ‘재생에너지 전환 시대의 에너지 안보: 한·독 거버넌스 대화’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여전히 10% 안팎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한국의 구조적 한계를 짚어보고,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 및 인프라 확충 방안을 한·독 양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각도로 모색했다.

 

클라이밋 토크 서울 2026에서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환경 정책만이 아닌 에너지 안보 정책으로써의 역할도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김민호 기자


#기후 위기 대응, 환경 논리 넘어 지정학적 생존 전략으로

 

행사의 포문을 연 외른 바이써트 주한독일대사관 부대사는 개회사에서 “유럽은 최근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수많은 목숨을 잃으며 기후 위기의 시급성을 온몸으로 겪고 있다”라며 “최근의 지정학적 위기는 화석연료에만 의존하는 체제가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다.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단순한 기후 정책이 아니라 국가를 지키는 안보 및 보안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써트 부대사는 독일의 경우 풍력, 태양광 등의 선제적 확산 덕분에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대폭 낮출 수 있었다며 국가 경제 보호의 실익을 피력했다.

 

견종호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역시 기후 외교 현장의 긴장감을 전하며 “지정학적 불안정성과 에너지 안보 위기는 화석연료에 심각하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에너지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을 상기시키는 강력한 계기가 됐다”라며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은 환경적 지속가능성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와 경제적 회복탄력성을 위해서도 이제 강력하고 시급한 명령”이라고 기조를 뒷받침했다.

 

#여·야 국회의원이 바라본 한국 에너지 체계의 현실

 

이날 정책 대화에서는 환경 변호사 출신의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통 외교관 출신의 김건 국민의힘 의원, 의사 출신의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한 패널에 올라 각당이 바라보는 국가 에너지 전략의 비전을 제시했다.

 

박지혜 의원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확대를 핵심 과제로 꼽으며 “현재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끊임없이 외쳐왔음에도 아직 발전 비중이 10%에 머무르고 화석연료 비중은 60%에 달하는 상황”이라며 “가장 시급한 것은 전력 공급을 원활하게 해줄 계통의 수용력을 높이는 일이며, 저장 서비스나 유연성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는 전력 시장 여건 개편과 공공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녹색국채 발행 근거 법률을 발의했다”라고 피력했다.

 

반면 김건 의원은 이상적 수치보다 현실적인 이행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영국 대사 시절 TV 뉴스를 틀면 해상풍력 발전 자체보다 발전된 전기를 끌어오는 송전망을 두고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는 분쟁 소식이 매일같이 흘러나왔다”라며 “재생에너지 확대로 가는 길은 결코 쉬운 경로가 아니며 수용성 확보라는 현실적인 병목을 해결해야 하기에, 너무 이상적인 목표 설정에 매몰되기보다는 원전을 포함하여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에너지 믹스 관점에서 접근해야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주영 의원은 대한민국이 직면한 지정학적 고립 구조를 냉정하게 짚었다. 이 의원은 “대한민국은 유럽과 달리 인근 국가와 전력망이 연결되지 않은 사실상의 ‘전력 섬나라’라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라며 “첨단 제조업 중심의 고전력 소비 국가인 우리가 향후 피지컬 AI와 반도체 경쟁력을 지탱하려면 안정적인 공급원이 필수적인데, 태양광 패널 등 특정 공급망을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또 다른 형태의 안보 종속 위기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독자적인 기술력과 다변화된 산업 시나리오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클라이밋 토크 서울 2026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도 나와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해 토론했다. 사진=김민호 기자


#시장 메커니즘 정상화와 금융 파이프라인의 구축

 

세계적인 해상풍력 및 토목 설계 엔지니어링 기업인 독일 JBO 엔지니어링 그룹의 팔크 뤼데케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한 핵심 자금 조달 조건으로 계획, 수익, 인허가의 ‘예측 가능성’을 제시했다. 뤼데케 대표는 “한국은 유럽에 비해 까다로운 해저 토질(soil conditions)과 풍속 등 자연 조건으로 인해 기초 구조물 설치 비용과 기술적 과제가 더 높습니다. 이러한 비용 상승 요인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인허가 기준 확립과 투기적 요소가 배제된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통해 시장에 확실한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이어진 전문가 토론에서는 이러한 예측 가능성을 한국 시장에 이식하기 위한 진단들이 이어졌다. 윤세종 플랜 1.5 변호사는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의 자생력을 가로막는 가격 왜곡 문제를 정조준했다. 윤 변호사는 “결국 사업 리스크를 낮추는 가장 중요한 핵심은 사업이 잘될 수 있는 가격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억지로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단가를 낮추는 접근은 한계가 있지만,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의 가격을 정상적으로 높이는 메커니즘은 이미 제도로 마련되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73%를 커버하는 탄탄한 배출권 거래제를 굴리고 있으면서도 발전 부문에는 탄소 가격을 10%밖에 매기지 않는 등 화석연료 가격을 인위적으로 싸게 유지해왔다”라며 “정부가 물가 관리 등 정치적 목적을 위해 에너지 가격을 지나치게 억누르는 관행에서 벗어나 탄소 가격을 정상화해야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선순환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금융 투자 업계를 대변해 참석한 최용환 NH아문디자산운용 ESG리서치 팀장은 민간 자본의 유동성을 실질적 기후 투자로 연결할 통로의 부재를 꼬집었다. 최 팀장은 “현재 글로벌 자본 시장은 ‘자본 대기(Capital is waiting)’ 상태로, 투자할 자금은 풍부하지만 리스크가 정교하게 제어된 매력적인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이 부족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복잡하고 정교한 기후 정책과 자금 투입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독일 재건은행(KfW) 모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라며 “KfW가 지난 10년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리스크를 분담해 민간 자본을 매끄럽게 연결해준 것처럼, 한국 시장에서도 투자 자금의 탄소 감축 기여도를 정밀하게 측정·보고·검증(MRV)하고 민간 투자를 선도적으로 견인할 기후투자공사나 녹색금융공사와 같은 제도적 구심점의 설립이 시급하다”라고 제안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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