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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욱의 나쁜골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골프옷을 입는 나라

'골프'만 붙이면 비싸지는 마법의 의류시장…멋진 옷도 좋지만 좋은 샷·매너 동반돼야

2026.06.30(Tue) 09:22:25

[비즈한국] 해외에서 라운드를 하면 한국 골퍼를 단번에 알아본다. 생김새와 몸짓으로도 알 수 있지만, 그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들이 입은 골프옷이다. 한마디로 멋쟁이다. 대한민국 골퍼들은 어디서든 필드 위의 패셔니스타다. 일단 외국 골퍼들의 골프옷에 비해 컬러풀하다. 컬러부터 화려하다.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띈다. 디자인도 평범함을 거부한다. 화려한 패턴, 눈에 띄는 로고의 골프옷을 입었다면 대부분 대한민국 골퍼다.

 

평소에는 비교적 점잖은 패션 스타일인데 유난히 화려한 골프옷을 입은 지인에게 물어봤다.

 

“평상복보다 골프옷이 많이 튀는 것 같은데… 왜 그러는 거예요?”

“평소에 과감하게 선택하지 못하는 컬러나 디자인을 골프장에서라도 입고 싶어서…”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맞다. 대한민국 골퍼들의 패션은 필드에서 더 용감해진다.

 

대한민국 골퍼들은 해외에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화려하고 개성 있는 골프웨어를 즐겨 입으며, 골프장이 평소보다 과감한 패션을 시도하는 무대가 되곤 한다. 사진=비즈한국 DB

 

골퍼가 멋지게 옷을 입고 플레이하는 것은 멋진 일이다. 선수들 중에도 패셔니스타가 있지 않은가? 오렌지 컬러로 모자부터 신발까지 깔맞춤했던 리키 파울러도 있었고, 최근의 토미 플릿우드는 의류 스폰서 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에서 자유분방하게 골프웨어를 입고 있다. 한때 미녀 골퍼의 대명사였던 폴라 크리머는 핑크 컬러를 즐겨 입어 ‘핑크 공주’라는 별명도 있었다.

 

문제는 가격이다. 앞에 ‘골프’만 붙으면 값은 비싸진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골프옷이다. 골퍼들의 마음속에 ‘골프 하려면 적어도 이 정도 브랜드는 입어줘야지’라는 생각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린피도 비싼 대한민국에서 그래도 골프를 한다면 이 정도는 멋을 부려야 한다는 마음도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다.

 

지난 라운드에 내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 기억해서 이번에는 다른 옷을 입는다는 골퍼들도 있다. 동반자와 스코어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패션도 경쟁하는 것이 대한민국 골퍼들이다. 셔츠 하나에 몇십만 원을 넘고, 스커트와 모자, 양말, 골프화까지 갖춰 입으려면 백만 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렇게 한 세트만 계속 입을 수 없으니 골프옷에 쓰는 비용은 매우 부담된다.

 

여기에 대한민국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나라다. 겨울엔 패딩을 입고도 라운드를 하는 열혈 골퍼들이다. 계절별로 옷을 맞춰 입어야 하니 부담은 더 가중된다. 골프옷의 트렌드를 메이커들이 주도하다 보니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주 힙해 보였던 옷이 지금은 철 지난 올드 패션으로 보인다. 또 새로 구입해야 한다.

 

전 세계 어느 나라 골퍼들보다 패션에 민감하고 열정적이다 보니 대한민국의 골프웨어 시장은 그 규모가 세계적이다. 코로나19 시기 골프 산업이 폭발적인 호황을 누릴 때는 전 세계 골프웨어 시장의 40%가 넘을 정도로, 4조 원 이상의 시장이 대한민국 골프웨어 시장이었다. 전 세계 골퍼 수가 1억 5000만 명 정도라고 하는데, 이 중 대한민국 골프 인구는 600만 명을 조금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니 그 숫자에 비해 엄청난 시장 규모다.

 

미국의 유명한 골프웨어 브랜드인 M브랜드는 한옥으로 유명한 북촌에 ‘M가옥’이라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장하고, 브랜드를 만든 부부가 함께 내한해 대한민국 골프 팬들을 상대로 다양한 이벤트 행사를 치르기도 했다. 그만큼 대한민국 골프웨어 시장은 크다.

 

미국의 대중적인 골프 코스에서 현지 외국인들과 조인을 하면 간단한 셔츠에 면바지 차림으로, 일상복인지 골프옷인지 구별이 안 갈 정도의 평범한 옷차림을 한 골퍼들을 본다. 혹시 우리들의 마음속엔 ‘스코어는 내가 저 친구에게 지더라도 패션만큼은 지지 않겠다’는 경쟁심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인지 우리는 누군가가 나의 골프옷을 보고 “오늘 의상 좋은데… 프로 같아”라고 말하면 엄청난 칭찬으로 받아들인다. 몇십만 원 하는 셔츠나 니트, 역시 몇십만 원 하는 팬츠와 스커트,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데도 10만 원이 넘는 모자, 가슴에 박혀 있는 고가의 브랜드 로고, 옷 전체를 꽉 채운 큰 로고 패턴을 입었을 때 우리는 주눅 들지 않는 것인가.

 

물론 그 추세도 살짝 바뀌는 느낌이다. 저가 브랜드들이 나오고, ‘굳이 골프옷을 입어야 돼?’라는 의견도 꽤 큰 비율로 늘어나는 듯하다. 골프옷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멋을 낼 수 있는 방법을 가진 골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거 얼마밖에 안 해”라는 말로 멋지게 차려입은 골퍼들의 목소리도 들린다.

 

우리는 비싼 골프옷이 아닌 평범한 일상복을 입은 골퍼가 좋은 스코어를 냈을 때 ‘반전의 멋짐’을 보게 된다. 가끔 골프옷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 때, 합리화일지도 모를 이런 생각을 한다.

 

멋진 옷을 입으면 멋진 골퍼가 된다. 하지만 멋진 옷보다 멋진 게 멋진 샷이다. 멋진 샷보다 멋진 게 멋진 매너다.​

 

필자 강찬욱은? 광고인이자 작가.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현재는 영상 프로덕션 ‘시대의 시선’ 대표를 맡고 있다. 골프를 좋아해 USGTF 티칭프로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글쓰기에 대한 애정으로 골프에 관한 책 ‘골프의 기쁨’, ‘나쁜골프’, ‘진심골프’, ‘골프생각, 생각골프’를 펴냈다. 유튜브 채널 ‘나쁜골프’를 운영하며, 골프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와 생각을 독자 및 시청자와 나누고 있다.​​​  

강찬욱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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