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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계란 매대 앞 멈춘 손, 김밥집 빵집은 '울상'

AI로 산란계 1134만 마리 살처분 여파…30구 가격 1만 원, 자영업자들 "제품가격 올릴 수도 없고"

2026.07.02(Thu) 16:42:09

[비즈한국] “하루 평균 계란 5판을 쓰는데, 1년 전 한 판 가격이 6000원대였는데 지금은 9000원대입니다.”

 

6월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김밥 전문점 매대에는 김밥 속재료로 쓰일 계란 지단이 쌓여 있었다. 점주는 계란값이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커졌다고 했다. 그는 “가격이 오른 만큼 순이익에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두 달째 이어진 계란값 부담에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일반란 30구 월평균 소비자가격은 올해 2월 6561원에서 5월 7404원, 6월 7496원으로 올랐다. 6월 평균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7.0% 높았다. 수입 신선란 공급과 할인 지원 영향으로 한때 6000원대까지 내려갔던 계란 가격은 다시 70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계란 30구 가격이 1만 원 안팎까지 오르면서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30일 경기도의 한 식자재마트에 계란이 쌓여 있다. 사진=정원혁 기자


계란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데는 지난 겨울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영향이 크다. AI 발생으로 산란계 1134만 마리가 살처분되면서 6월 기준 계란 일일 생산량은 4705만 개로 전년보다 3.3% 줄었다. 소모성 질병과 사료비·물류비 부담도 가격 안정이 더딘 요인으로 꼽힌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계란값 부담을 호소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계란을 구하지 못했다며 물량 확보를 걱정하거나, 더 싼 납품업체와 구매처를 찾는 글도 이어졌다. 감당이 되지 않아 결국 계란 메뉴를 없앴다고 밝힌 자영업자도 있었다.

 

비용을 줄이기 어려운 업종일수록 부담은 더 컸다. 다른 김밥 전문점 점주는 “계란은 김밥에서 뺄 수 없는 재료”라며 “그렇다고 가격을 올리기에는 김밥이라는 메뉴가 주는 이미지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6월 30일 서울 종로구의 김밥 전문점에 놓인 김밥 재료들. 계란값 상승으로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사진=정원혁 기자


빵집도 사정은 비슷했다. 빵과 샌드위치 등에 계란이 쓰이다 보니 가격 상승을 체감할 수밖에 없다. 종로구 서촌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계란 가격이 1년 전보다 3000~4000원 정도 오른 것 같다”며 “직접 빵을 굽다 보니 체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은 관광지 상권이라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가 어느 정도 받아들이지만, 주거지 인근 동네 상권에서 빵집을 하는 지인은 가격을 올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 재래시장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60대 점주도 가격 인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진열대에는 계란이 들어간 샌드위치가 놓여 있었다. 점주는 “계란을 많이 쓰지만 전통시장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가격을 올리기 어렵다”며 “판매가에 반영하지 못하니 마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6월 30일 노원구 재래시장에 위치한 빵집. 빵집 점주들은 계란 가격이 올랐지만 빵값을 올리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사진=정원혁 기자


대형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업계도 계란값 상승이 제품 원가에 미칠 영향을 살피고 있다. 계란은 빵과 케이크류에 폭넓게 쓰이는 원재료인 만큼 가격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계란값 상승은 제품 가격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문제인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담은 소비자에게도 이어졌다. 6월 30일 서울 용산구 롯데마트 계란 매대 앞에서는 가격표를 확인한 뒤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눈에 띄었다. 한 50대 남성은 10분가량 매대 앞에서 가격표를 들여다보다 결국 빈손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날 매장에 진열된 계란 15구 가격은 브랜드와 인증 여부에 따라 7000~9000원대에 형성돼 있었다. 30구 제품 중에는 1만 원을 넘는 상품도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20대 남성 A 씨는 “계란 가격이 비싸서 사기가 망설여진다”며 “괜찮은 제품은 9000원까지 하니 차라리 다른 것을 사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자취 중이라는 20대 남성 C 씨는 “소포장을 사자니 가성비가 떨어지고, 한 판을 사자니 처리하기가 어렵다”며 “한 번은 주변 친구들에게 나눠주고도 남아서 3일 연속 계란요리만 해 먹은 적도 있다”고 했다.

 

6월 30일 서울 용산구 대형마트 계란 매대에 계란이 진열돼 있다. 계란 15구가 7000~9000원대에 팔리고 있다. 사진=정원혁 기자


정부는 계란 수급 안정을 위해 수입과 할인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미국·태국 등에서 신선란을 수입하고, 액란 등 계란 가공품 할당관세 물량을 올해 말까지 8000톤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6월 26일 발표된 민생물가 대책에는 신선란 2억 개를 추가 수입하는 방침도 담겼다. 정부는 7월 말 이후 계란 수급이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계란값 안정을 위해 수입과 할인 지원뿐 아니라 국내 생산 기반 회복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한다. 단기 공급 확대가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국내 산란계 사육 마릿수와 생산량 회복 속도도 가격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계란은 단백질 공급원으로 소비가 많고, 빵 등 다른 식품에도 폭넓게 쓰여 가격 안정의 상징성이 큰 품목”이라며 “공급 부족 상황에서는 수입 확대와 할인 지원 등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수입 확대가 국내 농가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농가와 소비자 사이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원혁 기자

garden707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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