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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증시 '동전주 퇴출' 현실화…상폐 칼바람에 제약·바이오 떤다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 시 '관리종목', 우량주·부실주 가르는 승강제 도입…"혁신 발목 잡을라" 우려도

2026.07.02(Thu) 14:33:17

[비즈한국] 자본 시장 건전화를 위한 고강도 개혁이 첫발을 뗐다. 1000원 미만의 동전주 상장폐지 규정이 새롭게 시행됨에 따라 시장 전반에 중소형 상장사들의 줄퇴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코스닥 시장 건전화를 위해 코스닥 승강제 도입 및 상폐 요건 강화 조치가 시행됐다. 사진은 한국거래소에 있는 증시 시황 전광판. 사진=최영찬 기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종가 기준으로 주가 1000원 미만으로 장을 마친 기업은 총 224개에 달한다. 이들 중 제약·바이오 및 헬스케어 관련 기업은 조아제약, CMG제약, 피플바이오 등 21개에 이른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상장유지 제도 개편에 따라 종가 기준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인 기업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의 개선기간에 45거래일 연속 종가가 1000원 이상으로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다. 특히 장중 주가가 아닌 매일 종가를 기준으로 판단하며 주식병합(액면병합)이나 감자 등을 통한 꼼수 회피 시도는 원천 차단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까지 장기간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수적인 제약바이오 업계는 사면초가에 놓였다. 고질적인 자금 조달 난항에, 생존을 위해 주가·실적 방어라는 이중고까지 떠안게 된 셈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연구원 원장은 최근 당국의 증시 퇴출 요건 강화가 장기 투자가 필수적인 신약 개발 산업의 특수성을 외면한 획일적 규제라고 꼬집으며 기술특례 상장제도의 본질적인 개편을 촉구했다. 정 원장은 “상장 유지를 위한 단기 재무 요건(매출액, 법차손 등)에 쫓긴 바이오 기업들이 본업인 신약 R&D 대신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등 당장의 수익 사업에 역량을 분산하게 되면서 도리어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면서 “단순 주가·시총 중심의 잣대 대신, 임상 진행 성과나 글로벌 기술수출 가능성 등 산업 특성에 맞춘 실질적 평가지표를 도입하는 정책적 유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질적 성장 vs 시장 위축​ 엇갈린 시각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열린 코스닥 30주년 기념 세미나 현장에서는 한계기업 퇴출을 둘러싸고 각계 전문가들의 치열한 토론이 오갔다. 코스닥 시장의 질적 도약을 위해 부실기업의 신속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일치했지만 자칫 시장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거래소는 이번 조치가 자본시장의 선순환을 위한 필수 작업임을 거듭 강조했다. 최지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상장폐지 요건 강화는 단순히 기업 퇴출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라며 “부실기업의 무의미한 연명으로 인한 모험 자본의 비효율적 배치를 막고, 시장의 근본적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역설했다.

 

반면 기업의 생애주기와 사업 모델을 무시한 기계적인 잣대가 오히려 유망한 혁신 기업의 성장동력을 꺾을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1800여 개의 기업을 담고 있는 현 코스닥 시장에서 상·하위 기업을 하나의 제도 안에서 다 담아 규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규모와 특성에 맞는 적절한 지원과 세그먼트(분할) 접근이 선행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현장 전문가들은 기업 규모와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잣대가 도리어 혁신의 발목을 잡는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과 동일한 규제 문턱을 넘느라 본업인 연구개발(R&D)보다 행정 소요에 쫓기는 규제 역설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본부장은 “단순히 규제와 퇴출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모험 자본과 성장 자본이 대규모로 지속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기업들이 장기적인 비전을 그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혁신 기업이나 특례 기업 맞춤형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기업들의 성장을 돕는 데 더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스닥시장 개장 30주년 기념 행사’에서 최지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와 각계 전문가들이 한계기업 퇴출을 둘러싸고 토론하는 모습. 사진=최영찬 기자


#승강제 도입과 상폐 요건 대폭 강화

 

동전주 퇴출은 코스닥에 불어닥친 칼바람의 일부일 뿐이다. 지난 1일을 기점으로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과 우량기업 육성을 위한 대대적인 개혁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코스닥 승강제(세그먼트 분리)를 도입한 것이다. 이는 1800여 개에 달하는 코스닥 상장사를 재무·유동성 기준에 따라 우량·대표기업 중심의 ‘셀렉트(프리미엄)’ 세그먼트와 위험 기업 중심의 ‘관리군’ 등으로 엄격히 재분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우량주와 부실주가 뒤섞여 투자자들이 시장 전체를 외면하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 나스닥의 글로벌 셀렉트 마켓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부실·한계기업을 솎아내기 위해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 상폐 요건 신설 △상장 유지 시가총액 기준 상향(코스닥 200억 원, 코스피 300억 원) 등도 시행됐다. 여기에 전자공시시스템상 완전자본잠식 퇴출 기준을 연간에서 반기로 확대했으며 상장폐지 잣대가 되는 최근 1년 누적 공시위반 벌점을 15점에서 10점으로 낮췄다. 거래소는 실질심사 시 부실기업에 부여하던 최대 개선기간도 1년 6개월에서 1년으로 단축했다.

 

채현주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과거 3심제로 운영되던 상장폐지 절차가 2심제로 축소되면서 기업이 개선 계획을 제출하고 이행 능력을 보여줄 실질적인 기간이 절반으로 줄어 퇴출 속도가 가속화됐다”며 “강화된 기준을 적용한 한국거래소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올해에만 약 150개사가 퇴출 위험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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