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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미국 '버진 오빗' 파산할 때 독일 로켓회사는 투자 유치…뭐가 다르기에?

탄탄한 기술력 바탕으로 '유럽 DNA' 강조, 공공 지원 이끌어내…2023년 말 시험발사 예정

2023.04.13(Thu) 10:02:51

[비즈한국] 날아가는 비행기 아래에 장착된 로켓이 우주로 발사된다는 발상은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영국의 괴짜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이 설립한 버진 오빗(Virgin Orbit)의 아이디어다. ‘로켓 공중발사’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버진 오빗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버진 오빗의 아이디어에 따르면, 개조한 보잉747 여객기 왼쪽 날개 하단에 위성로켓 론처원(LauncherOne)을 싣고 날아가 고도 10km 상공에서 로켓을 분리해 엔진을 점화한다. 

 

로켓 론처원을 탑재한 버진 오빗의 항공기. 보잉747에 위성로켓 론처원(LauncherOne)을 싣고 날아가 고도 10km 상공에서 로켓을 분리해 엔진을 점화한다. 사진=버진 오빗


버진 오빗은 이 기술로 지금까지 여섯 번 위성 발사를 시도했는데 네 번은 성공, 두 번은 실패했다. 실패의 결과는 참혹했다. 여섯 번째 발사의 실패 후유증으로 새로운 자금을 투입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고, 브랜슨 회장은 재기를 위해 10억 달러(1조 3000억 원) 이상을 회사에 투입했다. 그러나 결국 버진 오빗은 지난 4월 4일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 파산 보호를 신청했고, 직원 85%를 해고했다.

 

우주기술은 역시 민간이 손을 뻗기에는 먼 영역인가 싶지만, 독일 우주 스타트업을 보면 또 생각이 달라진다. 지난주 독일의 로켓 발사 스타트업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Isar Aerospace)’의 투자소식 때문이다. 영국 괴짜 억만장자가 매 분기 5000만 달러(660억 원) 이상을 태워도 실패한 반면, 독일 스타트업은 올해 우주 기술 부문에서 가장 큰 투자를 유치해냈다. 아직 시험 비행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독일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 2023년 우주기술 분야 최대 투자 유치

 

독일 뮌헨에 기반을 둔 로켓 발사 스타트업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Isar Aerospace)는 지난 3월 28일 1억 6500만 달러(2200억 원)의 시리즈 C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자르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투자는 2023년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우주 기술 분야에서 가장 큰 규모의 투자 이자 유럽 딥테크 펀드레이징 중 가장 큰 규모다.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의 로켓 ‘스펙트럼’의 렌더링 이미지. 사진=isaraerospace.com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말 소형 로켓 스펙트럼(Spectrum)의 첫 비행을 앞두고 있다.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에 투자한 주요 투자사 중 한 곳은 포르쉐(Porsche Automobil Hoding SE)이다. 그 밖에 얼리버드 벤처 캐피털(Earlybird Venture Capital), HV 캐피털(HV Capital), 바이에른 스케일업 펀드(Scale Up Fund Bayern) 등 민간과 공공에서 다양하게 투자했다. 여기에는 유럽연합과 유럽투자기금이 관리하는 인베스트EU(InvestEU)와 독일미래기금도 포함되어 있다. 투자자인 포르쉐와 HV캐피털은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의 자문위원회에도 합류한다.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는 이 자금을 스펙트럼 발사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쓸 예정이다. 또 투자금으로 생산 능력을 확장해 글로벌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중소형 위성 발사체에 대한 수요가 세계적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투자를 통해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는 유럽에서 가장 자본이 많은 민간 우주 기술 회사가 되었다.

 

#시험 발사도 안 했는데 투자 몰린 까닭은?

 

버진 오빗은 실험 실패로 인한 지출을 메꾸느라 출혈이 너무 컸다. 이는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 데에도 큰 장애가 되었다. 따라서 아직 첫 시험 발사도 하지 않은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의 미래도 두고 볼 일이다. 투자 받을 때에야 유망하고 좋은 기업이겠지만, 이 명성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는 2023년 말에 시험 발사를 앞두고 있다. 버진 오빗과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의 가장 큰 차이는 ‘공공의 개입’ 여부다.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의 태생부터 살펴보자.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는 2018년에 독일 뮌헨공대(Technical University Munich)의 스핀오프로 설립되었다. 특히 중소형 위성과 위성을 수송하는 발사체를 개발하고 제작하는 것에 특화했다. 현재 40개국 이상에서 직원 300명 이상이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공공의 역할이 컸다. 유럽은 우주 관련 시장에서 미국, 중국에 많이 뒤처져 있다. 따라서 우주 분야에 대한 유럽연합의 지원도 각별하다. 2020년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는 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이 주관하는 상업용 우주 발사체 제작 기업을 위한 ‘부스트(‘Boost!’) 프로그램’의 지원을 통해 50만 유로(7억 원)의 지금을 지원받아 시스템 개발 테스트에 사용했다. 2021년 4월에는 독일 연방정부와 독일항공우주센터(DLR)가 설계하고, 유럽우주국이 운영하는 C-STS 프로그램을 통해 1100만 유로(160억 원) 규모의 지원을 받았다. 

 

설립부터 큰 규모의 공공 지원이 나오기 전까지 3년 동안 회사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약 1억 유로(1400억 원)의 민간 지원 자금 덕분이다. 그 사이 첫 고객사인 에어버스와 독일 자동차 업계에서 다양한 러브콜도 받았다.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시장을 위성을 통해 선점하려는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C-STS 프로그램은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를 지속적으로 성공 가도로 이끌었다. 독일항공우주센터와 유럽우주국은 유럽 우주 비행의 상용화 지원을 위해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에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협력자를 연결했다. C-STS 프로그램이라는 ‘우산’ 아래 독일항공우주센터의 연구자들, 베를린공과대학 항공우주공학연구소, 독일 뷔르츠푸르크 텔레매틱스 센터, 노르웨이과학기술대학교, 슬로베니아 마리보르대학교 전자공학 및 텔레커뮤니케이션 연구소가 모였다.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 로켓에는 이들의 소형위성이 실리게 되며, 앞으로 유럽의 통신 및 기상 데이터 측정 등 다양한 기술 시연에 사용된다.

 

이러한 지원은 단순히 한 스타트업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유럽에서 공공과 민간의 훌륭한 협력 사례가 되었다. 이런 ‘공공성’을 한껏 활용해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1월 유럽위원회(EIC) 호라이즌 상(Horizon Prize)의 ‘저비용 우주 발사체’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이를 통해 다시 한번 공공에서 1000만 유로(145억 원)에 달하는 큰 비용을 조달하게 되었다. 

 

유럽위원회(EIC) 호라이즌 상(Horizon Prize)을 수상한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 사진=isaraerospace.com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는 더욱 적극적으로 ‘유럽 DNA’를 내세우며 자신들의 사업에 유럽의 미래가 달렸음을 설파한다. 우주의 첨단 기술이 기후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지구 관측 등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기술이며, 유럽 우주 생태계를 위해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의 성공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영국 억만장자의 버진 오빗과 독일 스타트업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의 가장 큰 차이가 여기에서 발생한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다소 ‘독일다운’ 이들의 체계성과 탄탄한 기술력은 공공의 지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들은 공대 연구실에서 시작한 로켓 제작을 스타트업 아이디어로 발전시켜 스핀오프를 진행하고, 1년이 채 안 되어 로켓 엔진을 포함한 주요 로켓 구성품의 제조 능력을 갖추었다. 특히 지속 가능한 제조 공정에 중점을 두고, 적층 제조 및 탄소 복합 재료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선택했다. 이후 유럽 우주 기술의 운명이 자신들 손에 달렸음을 차근차근 보여주고 있다. 

 

유럽은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 같은 스타트업과 함께 우주 기술의 장기 로드맵을 그려나가고 있다. 2023년 말에 진행될 그들의 시험 발사 결과가 과연 어떻게 나올지 더욱 궁금해진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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