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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북한 최초 고체 ICBM '화성포-18', 합동화력함으로 대응하려면

미사일 탑재에 집중해 적 공격에 취약…크기 줄이고 숫자 늘리는 등 생존성과 효율성 사이 '균형' 찾아야

2023.04.17(Mon) 16:25:46

[비즈한국] 미국 기밀 유출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14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최초의 고체 연료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인 ‘화성포-18’의 시험 발사를 공개했다. 지금까지 북한이 가진 고체 연료 미사일 중 가장 큰 ‘북극성-3’형 미사일의 사거리는 3000km로 추정되는데, 이번 화성포-18은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는 1만 km급 성능으로 직전보다 세 배 이상 사거리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14일 북한이 최초 고체 연료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화성포-18’의 시험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언론에서는 고체 연료 미사일과 액체 연료 미사일의 가장 큰 차이를 ‘준비 시간 단축’으로 이야기하지만, 그보다는  ‘무기로서의 완성도’ 측면에서 고체 연료 미사일이 액체 연료 미사일보다 우수하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액체 연료 미사일은 발사 전 연료를 주입해야 하고, 발사까지 절차와 조건이 까다로워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사고가 나기도 쉽다. 실제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 발사 중 폭발로 상당한 인명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이와 달리 고체 연료 미사일은 추진 기관인 로켓을 건드릴 필요가 없다. 전자장비와 유도 장비를 잘 정렬하는 것으로 준비가 끝난다. 단순히 연료 주입 여부만이 아니라 발사 전 준비가 훨씬 간략하고, 실수나 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고체 연료 미사일은 액체 연료 미사일보다 무기로서의 완성도가 훨씬 높다.

 

고체 연료 ICBM의 개발은 북한의 미사일 기술에서 ​I​CBM의 탄두 재진입 기술, 다탄두 기술과 함께 한국과 미국이 가장 우려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그 심각성에서 최초의 ICBM 시험 발사에 비견할 만하다. 특히 북한이 이번 시험 발사에서 준비한 내용과 발사 방식에서 등장한 기술적 성취는 매우 우려스럽다.

 

우선 발사 방식이 변칙적이다. 1단 로켓은 정상 발사궤도로, 2단 로켓과 3단 로켓은 고각 발사궤도로 궤도를 섞어서 쏘는 방식을 처음 시도했다. 이 경우 낙하 지점을 알기 어려워 미사일의 추적과 요격이 어려워진다. 

 

또 다른 특징은 콜드론치(Cold Launch) 발사 방식이다. 가스의 힘으로 발사관에서 미사일을 어느 정도 밀어낸 다음 로켓을 점화하는 이 방식은 소중한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를 로켓 화염으로부터 보호하고 사고도 막는다. ICBM급 대형 미사일에 적용해 성공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몇 나라 되지 않는 기술이다.

 

발사 위치와 방식도 이례적이다. 북한은 화성포-18 미사일을 지하 터널에서 꺼내와서 연못과 숲으로 꾸며진 야지에서 발사하는 모습을 공개했는데, 외국 전문가들은 발사 위치가 화성-17형을 발사한 평양 순안공항이 아닌 대동강 변 김정은 집무실 근처로 추정한다. 이미 ICBM을 숨겨놓을 지하 터널을 완비했고, 튼튼한 활주로가 아닌 곳에서도 발사하는 능력을 과시한 셈이다.

 

마지막은 위장막이다. 북한은 이번 화성포-18 미사일을 위장막으로 감싼 다음 발사 전에 제거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위장막의 성능은 특별하지 않지만, 간단한 위장막도 미사일 발사관 안에 어떤 물건과 재질이 있는지 알아내기 어렵게 만든다. 즉 북한은 한국과 미국의 정찰기와 위성이 미사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내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런 여러 기술적 성과를 의식하듯 북한은 이번 발사시험을 공개하면서 과거보다 더욱더 위협적이고 공격적인 단어로 자신들의 능력을 과장하고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김정은은 “부질없는 사고와 망동을 단념할 때까지 치명적이며 공세적인 대응을 가해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할 것”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물론 우리 군과 국방부가 북한의 이런 새로운 무기 도발을 예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북한 고체 연료 ICBM 발사에 맞춰,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는 킬체인 전력을 강화하는 새로운 무기체계 개발이 시작됐다. 바로 ‘함대지 탄도 유도탄’과 ‘합동화력함’이다. 

 

13일 방위사업청이 승인한 함대지 탄도 유도탄 사업은 2024년부터 2036년까지 61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전투함에서 쏘는 탄도 미사일을 탑재하는 내용이다. 현재 구축함에 해성-2 함대지 미사일, 호위함에 해룡 함대지 미사일이 있으나 속도가 느린 것이 단점이다. 이번 함대지 탄도탄은 순항 미사일보다 몇 배 빨라서, 고체 연료 미사일 타격에 필요한 시간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합동화력함의 개념설계도 11일부터 시작됐다. 대우조선해양(DSME)이 담당할 개념설계에서 합동화력함의 작전 개념과 크기, 성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바다에 떠 있어 북한 특작 부대나 방사포 등에 안전하고, 배 한 척에 많은 탄도 미사일을 실을 수 있어 배 한 척으로 수십 대의 이동식 발사대(TEL)를 대체하는 장점이 있다. 

 

물론 이 합동화력함은 미국이 이미 개발을 시도하다가 한 번 실패한 개념이다. 필자도 과거  칼럼에서 이 합동화력함의 문제와 한계, 대안을 지적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합동화력함의 경우 탄도 미사일 탑재에 집중하다 보니, 군함보다 방어 장비가 부족해 적 공격에 취약하다(관련 기사 [밀덕텔링] 천조국도 포기 '합동화력함'의 치명적 약점)​. ​

 

알려진 정보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이 설계 중인 합동화력함은 몇 가지 달라진 부분이 있다. 사실상 방어 장비를 갖추지 않았던 과거 계획과 달리, 근접방어무기체계(CIWS)와 경어뢰를 함께 탑재한다. 대공 및 대잠수함 방어 능력을 최소한도로 갖춰 생존능력을 확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수송선을 개조한 무인 합동화력함. 사진=Austal USA

 

다만 시간이 흐른 만큼 과거보다 합동화력함에 대한 위협도 더 커진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무인 전술핵 잠수정 ‘해일’과 같은 수중 전술핵 무기의 공격에 합동화력함의 방어력은 매우 취약하다. 해일 무인잠수정은 속도가 느려 가스터빈을 갖춘 전투함은 공격할 수 없지만, 합동화력함은 비용 문제로 가스터빈을 탑재하지 않고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지상 발사 탄도 미사일보다 대응이 빠르고 인력이 적게 드는 장점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합동화력함의 효율성, 즉 ​생존성과 효율성 사이에서 최적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합동화력함이 경제성과 생존성의 균형을 잡을까.

 

첫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기존 함정과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함대지 탄도유도탄은 합동화력함뿐만 아니라 3척의 정조대왕급 구축함(KDX-III Batch 2)과 6척의 차기 구축함(KDDX)에 탑재된다. 이들 전투함의 설계를 변경해, 배수량을 500톤 정도 키우면 지금보다 6~8발 정도 미사일을 추가로 탑재할 수 있을 것이다. 건조 비용은 늘겠지만, 합동화력함에 비싼 미사일이나 레이더를 다는 것보다 전체적인 함대의 생존능력과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생각해볼 것은 합동화력함의 크기를 합리적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현재 논의 중인 80발 탑재 8000~1만 톤급 합동화력함 3척 대신 30~40발 탑재 4000~5000톤급으로 크기를 줄인 중형 합동화력함 6척 획득을 고려해야 한다. 합동화력함의 개별 미사일 탑재 능력은 줄어들지만, 적이 추적해야 할 배의 숫자를 늘린다면 생존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합동화력함에 개량형 근접방어무기체계(CIWS)와 유·무인 항공기 운용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구축함과 호위함에 탑재되는 대공 방어 시스템인 이지스 시스템 등은 탑재하면 매우 비싼 비용과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예인형 음파 탐지기(TASS)나 선체 고정형 음파 탐지기(HMS)의 경우 장착을 위해서는 선체도 특수하게 설계되어야 하므로 합동화력함에 장착한다면 비용이 과도하게 증가할 것이다.

 

반면 CIWS는 자체적인 수색, 추적, 공격이 가능한 완전 자동형 무기체계로 장착 비용과 선체 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개발 중인 CIWS에 단거리 대공 미사일을 결합한 복합 CIWS를 합동화력함에 장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다.

 

또 합동화력함에 유인 해상작전 헬기와 무인 수직이착륙기를 운용할 수 있는 격납고와 이착륙시설을 갖춰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해상작전 헬기는 물론, 최근 KAI가 노스롭 그루만과 공동 기술개발이 예정된 MQ-8급 무인 헬기 운용이 가능해진다. 항공기 탑재 능력은 함정에 레이더나 음파 탐지기를 설치하는 것보다 가성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무인헬기의 경우 컨테이너 형태로 탑재되어 설치와 이전이 자유롭고, 필요할 때만 합동화력함에 탑재할 수 있어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합동화력함은 개념설정과 효율적 운용이 어려워 미국도 개발을 포기한 무기체계다. 우리나라 역시 쉽사리 도전할 수 있는 무기는 아니다. 하지만 북한 핵미사일과 위협에 즉각 대처할 수 있고 미사일 운용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만큼 우리에게 필요하다. 군과 연구기관이 탐색 개발 과정에서 여러 가지 고려를 필수적으로 진행해야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좋은 설계개념을 적용하길 기대해 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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