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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장 바뀌자 돌변…3년 만에 엎어질 위기 맞은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구청 "구 예산 10억 들어가, 구민 위해 써야" vs 입주사들 "운영위 거치지 않아 조례 위반"

2023.05.11(Thu) 16:00:36

[비즈한국] 마포구와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플랫폼P)’의 출판 예술인들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앞서 마포구는 출판 예술인의 산실로 불리는 플랫폼P를 청년 일자리 사업 등으로 일부 용도를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출판 예술인들은 마포구가 관련 조례를 지키지 않고 일방통행을 한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마포구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플랫폼P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입주자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2020년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는 2020년 전임 유동균 구청장 시절 설립됐다. 신임 박강수 구청장 취임 후 마포구는 이곳을 청년창업지원센터 등으로 용도변경 하겠다고 통보했다. 사진=플랫폼P 제공


#2020년 전임 마포구청장 시절 서울시와 공동 설립

 

홍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는 민주당 소속 유동균 전 마포구청장 재임 기간인 2020년 서울시와 마포구가 출판 산업을 증진하고 1인 출판업자와 작가 등 창작자들을 지원해 출판 생태계의 다양성을 조성하기 위해 설립한 공간이다. 마포구는 출판업 관련 업체를 선정해 센터 운영을 위탁했다. 현재 50여 개의 관련 업체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를 부담하면서 입주해 있다.

 

마포구는 1990년대 출판 중심지였다. 2000년대 초반 출판업이 위축됐다가 2008년부터 그 위상을 회복했다. 서울시는 2010년 마포구 일대를 ‘디자인·출판 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했다. 이후 마포구에는 홍대를 중심으로 독립서점이 입주했고 독립서점을 중심으로 1인 출판사와 독립서점과 독자가 연결된 생태계가 형성됐다. 이러한 생태계를 고려해 플랫폼P를 홍대 인근에 설치한 것이다.

 

전시 큐레이터이자 작가인 서지형 씨는 “불편함 없이, 너무 잘 지원해 준다”고 평가했다. 서 씨의 말처럼 입주자들은 플랫폼P가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국내외 유명 예술가들의 강연과 초청 전시회부터 책 사진 촬영 기법과 전문가 맨토링 까지 출판 예술인들에게 필요한 강의가 준비돼 있다. 필요하면 입주자는 운영진에게 강의를 요청할 수 있다. 강의는 일반 시민들도 수강할 수 있다. 

 

출판 예술인들 사이 네트워킹도 이뤄진다. 1인 출판사인 ‘책덕’을 운영하는 김민희 씨(37)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따로 떨어져 혼자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플랫폼P를 통해 서로 만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플랫폼P의 입주민들은 각종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인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교류 프로그램도 입주자가 요청하면 운영진의 타당성 검토를 거쳐 제공된다. 

 

네트워크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 서로 다른 영역의 사람들이 모여 독창적인 창작물을 제작한다. 외국 책 박람회에 나가 자신의 창작물을 선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김 씨는 “큐레이터, 프랑스어 번역하는 출판사가 입주해 있고 일본어 번역하는 번역가도 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창작자들이 모여 만나지 않았으면 절대 가능하지 않았을 결과물을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P는 입주자들에게 세밀한 행정 지원도 제공했다. 출판 운영, 세무, 유통, 마케팅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강의를 제공하거나 직접 지원을 했다. 김 씨는 “이 책과 어울리는 지자체라든지 도서관이라든지 북 클럽이라든지 보내준다”며 “세무, 유통, 마케팅 그런 실무들도 배울 수 있었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너무 절실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신임 구청장은 ‘청년취업지원 센터’ 등으로 쓰겠다는데

 

2022년 박강수 신임 마포구청장이 부임한 뒤 분위기가 변했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 선거캠프에서 기획특보·디지털미디어단 특보·조직총괄본부장을 지냈던 박 구청장은, 취임 뒤 마포구는 플랫폼P를 청년취업지원 센터 등으로 용도를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혔다. 4월 29일에는 기존 입주사의 기간 연장 대상을 마포구 주민으로 한정하겠고 했다. 이유는 정책의 효율성 추구와 마포구 주민의 편의 증진이었다. 마포구는 연간 10억 원이 들어가는 센터 운영비용을 모두 마포구 예산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이 같은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신규 입주자 선발은 중단됐고 청년일자리사업 참가자들이 입주했다. 

 

이에 대해 마포구가 관련 조례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마포구는 ‘서울특별시 마포구 출판문화진흥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는 운영위원회가 플랫폼P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결정을 심의하고 의결하도록 규정했다. 운영위원회는 구청 직원과 외부 인사로 구성돼 있다. 

 

이를 근거로 입주자들이 결성한 단체인 입주민 협의회는 관련 조례를 위반한 일방적인 통보라고 지적했다. 입주민 협의회는 마포구가 △청년일자리사업 입주 △신규 입주 선발 △입주기간 연장 등에 대한 결정에서 운영위원회의 의결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센터의 용도를 변경하려면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마포구의 결정은) 법과 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졸속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운영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차해영 마포구의원은 “구정질문 이후 구청에서 먼저 연락 하거나 관련된 내용을 전해 듣지 못했다”며 “이전부터 운영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열리지 않았다. 이후 입주사 선정 관련해 위원회가 열릴 것이라는 답변만 받았다”고 했다. 다른 운영위원도 “사전 협의나 이런 거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위탁업체 기간 연장 문제도 불거졌다. 규정상 위탁업체는 3년 동안 운영하고 구청장의 평가를 받은 뒤 1회에 한해 위탁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보스토크 프레스는 2022년 9월 센터 운영위원회가 실시한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민간 위탁 성과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82.5점의 ‘우수’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마포구는 센터 성격을 검토 중이라는 이유로 위탁 기간을 연장하거나 새 위탁업체를 물색하지 않았다. 이후 플랫폼P 운영을 위해 3개월 연장을 했고 다시 9개월 연장을 결정했다. 운영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자 입주자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1인 출판사인 솜프레스를 운영하는 배현정 씨(39)는 “갑자기 마포구 주민이 아니면 (입주가) 안 된다고 한다. 1년 전에 공지했던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2021년에 2기로 입주한 배 씨는 기간 연장을 못 하면 5월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입주 기한이라도 정해지면 다음 장소를 섭외하겠는데 그런 것도 알 수 없으니까 불안정한 상태”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마포구 홍보실 관계자는 “운영위가 결정하는 기관은 아니다. (구에서) 바뀐 부분은 진행을 해보고 승인이나 연장에 대한 것들은 운영위의 나중에 회부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플랫폼P)가 시작할 때도 운영위원회와 협의해서 인원을 모집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용도변경 논란에 대해서는 “마포구는 기초지방자치단체다. 구비만 10억 원 이상이 들어간다. 구 안에서 다른 스타트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다. 그 공간을 나눠서 쓸 수 있게끔 한 것이다”며 “구청장은 출판사를 운영했다. 책도 여러 번 썼다. 누구보다 출판문화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다만 정책 혼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방향을 잡아서 결정된 사항이 없다. 아직 검토 단계에 있다”고 했다. 

 

그러나 플랫폼P 관계자는 “말이 안 맞다. 마포구민으로 제한하는 신설조항 등 운영에 관한 것들은 원래 절차대로라면 (위원회에) 건의해야 했다. 마포구가 운영위원회의 승인 없이 조례에도 없는 것을 추가해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입주민 협의회 “조례로 운영위 거치도록 했는데, 절차 위반”

 

이러한 문제를 알리기 위해 입주민 협의회는 출판 박람회를 뜻하는 ‘북페어’를 기획했다. 이름은 ‘마포 책소동(책소동)’이다. 책소동은 오는 5월 13일에 열린다.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입주민 협의회 구성원들의 모습. 이들은 마포 책소동을 기획하고 마포 구청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사진=입주민 협의회 제공


행사 기획자 중 한 명인 배현정 씨는 “여기는 공공의 공간이고 모든 사람이 와서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이기 때문에 한 번 방문해서 즐겨보고 우리가 어떤 결과물을 만드는지 보고 지원하고 싶다면 힘을 보태달라는 것”이라며 “이런 플랫폼은 처음이다. 없어지면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인 데이터가 그냥 없어진다. 흩어지면 전처럼 따로따로 일하게 될 것이다. 만일 없어진다면 어떻게 앞으로 이런 장소가 또 나올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이강원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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