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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달 먼지로 태양을 가려 지구 온난화를 막겠다고?

기후 위기 상황서 나온 '과격한' 해법들, 과연 현실성은 얼마나 될까

2023.05.22(Mon) 10:06:38

[비즈한국] 지구는 지금도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 온도가 단 1도만 올라가도 지구의 생태계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겪는다. 산업혁명의 굴뚝이 세워진 이후 굴러가기 시작한 스노볼(snowball)은 이제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눈사태가 되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뜨거워진 지구의 온도를 다시 원래대로 낮추는 건 이젠 불가능해 보인다. 그나마 현실적인 방법은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만만치 않다. 매년 많은 국가가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지만, 나라마다 경제, 문화적 차이에 따른 갈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진 않는다.

 

그러자 일부 천문학자들이 다소 과격한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없다면, 아예 지구에 들어오는 태양 빛의 양 자체를 줄이는 건 어떨까? 지구 앞에 거대한 가림막 선 실드(Sun shield)를 펼쳐서 지구의 온도를 인공적으로 식히자는 아이디어다. 심지어 최근에는 달과 소행성을 부숴 나오는 부스러기로 태양을 가리자는 계획까지 제안되었다. 과연 이 방법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걸까? 이렇게 하면 인류는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을까?

 

달 먼지로 지구 온난화를 막자는 다소 난감한 아이디어도 등장했다.

 

현재 인류가 당면한 지구 온난화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는 지구의 열을 1~2% 정도 식혀야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삶은 그대로 유지한 채 온실가스의 배출만 줄이는 것이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지구에서 답을 찾을 수 없다면, 아예 태양 빛을 인공 가림막으로 가려버리는 건 어떨까? 

 

실제로 지구 온난화를 막는 ‘우주 양산’ 선 실드의 아이디어는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되었다. 거대하고 얇은 금속판을 태양 앞에 두거나 작은 인공위성 수백 수천 대를 지구 앞에 띄워 태양빛의 양을 줄일 수 있다. 특히 태양과 지구, 둘의 중력이 딱 균형을 이루는 L1 포인트가 아주 좋은 무대가 된다. 이 지점에 무언가를 올린다면, 태양과 지구와 함께 일직선상에 놓인 채 계속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태양 빛을 효과적으로 가리기 위해선 그 가림막도 아주 거대해야 한다. 기존의 추론에 따르면, 수 나노미터 두께의 얇은 알루미늄 판을 올린다하더라도 그 전체 질량이 10^9kg 수준이 필요하다. 이건 지금까지 인류가 우주에 올린 모든 인공물체의 질량을 합한 것의 100배를 넘는다! 이렇게 거대한 무언가를 우주로 한꺼번에 올리는 건 당장은 불가능하다. 

 

태양과 지구 사이 L1 포인트에 거대한 가림막을 펼쳐서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빛을 가리는 아이디어.

 

거대한 판이 아니라 작은 부스러기 구름이라면 어떨까? 지구에서 채굴한 암석 부스러기, 분진을 우주에 싣고 가서 L1 포인트에 뿌려준다면, 거대하게 성장한 먼지 구름은 지구에 들어오는 태양 빛을 일부 가릴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숯가루, 소금 가루 등 다양한 재료의 효과를 비교했다. 수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입자로 구성된 먼지 구름은 태양 빛을 흡수하고 다시 훨씬 파장이 더 길고 에너지가 약한 적외선을 방출한다. 그래서 지구에서는 태양열을 원래보다 1~2% 적게 만들 수 있다. 다만 태양 빛을 충분히 많이 가리기 위해선 이 먼지 구름의 지름이 1800km 정도는 되어야 한다. 

 

더 중요한 문제는 먼지 구름이 태양 빛과 항성풍에 꾸준히 밀려나 결국엔 L1 포인트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일주일 정도 지나면 L1 포인트에 있던 먼지 구름은 흩어져버렸다. 태양과 지구 사이에 먼지 구름을 유지하려면, 주기적으로 새로운 부스러기를 보충해야 한다. 계산에 따르면 매년 10^10kg만큼의 부스러기가 우주에 올라가야 한다. 이건 지금까지 인류가 우주로 보낸 인공물체를 모두 합한 것보다 700배 이상은 무거운 수준이다. 

 

이 엄청난 질량을 지구에서 직접 우주로 올리려면 아폴로 미션 때 사용한 새턴 V 로켓 2만 대는 필요하다. 그 많은 부스러기를 계속 생산하기 위해 지구의 광물 자원을 계속 채굴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것을 우주로 보내려면 화석 연료를 태우는 로켓을 매년 수천 대 쏴야 한다. 지구 온난화를 막겠다면서 정작 잦은 로켓 발사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더 악화되는 아이러니에 빠져버린다.

 

그래서 일부 천문학자들은 지구 대기권에 피해가 없는 달 먼지 활용을 제안한다. 지구에서 생산한 광물을 싣고 지구에서 로켓을 쏘는 것이 아니라, 달에서 생산한 달 먼지를 싣고 달에서 로켓을 쏜다면 비용도 훨씬 저렴해진다. 달 표면은 지구에 비해 중력이 훨씬 약하기 때문에 연료가 덜 필요하다. 또 달에서 아무리 로켓을 많이 발사하더라도 로켓이 지표면에 추락하거나 대기 오염으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가속되는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L1 포인트에 도착한 달 먼지 구름은 약 일주일 정도 궤도에 머무르다가 흩어진다.

 

달 먼지를 쓰는 새로운 전략은 다음과 같다. 우선 달 표면에 달 광물을 채굴하고 깨뜨려서 달 먼지를 만드는 광산을 짓는다. 그리고 중력이 약한 달 표면에서 3~5km/s의 속도로 달 먼지를 발사해 태양과 지구 사이 L1 포인트까지 보낸다. 그래야 달 먼지들이 평균 일주일 정도 궤도에 머무를 수 있다. 이 많은 부스러기를 달에서 보내려면 지구에서 보내는 것보다는 에너지가 조금 더 적게 든다. 새턴 V 로켓 2400대 수준이면 된다. (물론 이것도 엄청나다.) 

 

물론 꾸준히 달의 암석을 채굴해서 우주로 보낸다면, 달의 질량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궤도에 영향을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달 전체 질량에 비하면 아주 적은 부분이기 때문에 심각한 변화는 벌어지진 않을 것이다. 다만 달 먼지로 태양 가림막을 꾸준히 만들 경우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미 많은 기업이 달 표면에서 헬륨 3를 비롯한 많은 광물 자원을 채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 상당량의 달 광물을 우주 공간에 뿌려야 한다면, 희귀 광물을 채굴하려는 또 다른 이익 집단과 현실적인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이 고민은 달이 단순히 지구 곁을 도는 천체가 아니라, 앞으로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써야 하는 또 다른 자원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때 미국은 달 표면에서 핵폭탄 실험을 진행하는 엄청난 프로젝트를 준비한 적이 있다.


달을 활용한 지구 온난화 해법에 관한 아이디어는 1958년 미국에서 비밀리에 논의했던 달 핵폭탄 실험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미국은 소련이 1957년에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올리자 충격에 빠졌다. 소련을 다시 앞지를 회심의 카드를 찾으려했다. 소련에서든 미국에서든 지구 어디서나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달에 핵폭탄을 실은 로켓을 보내는 계획, 프로젝트 A119를 논의했다. 달 표면의 태양 빛이 비추는 낮과 밤의 경계, 터미네이터 위로 핵폭탄을 터트린다면 인류 모두가 그 섬광을 보며 미국의 위대함을 느낄 거라 생각한 것이다. 

 

당시 이 프로젝트를 위해 10명의 과학자가 모였다. 그 중에는 태양계 외곽, 해왕성 바깥의 소행성 무리 카이퍼벨트로 유명한 천문학자 제라드 카이퍼가 있었다. 그의 대학원생이던 젊은 칼 세이건도 함께 있었다. 이들은 핵폭탄을 실은 로켓의 궤도 계산을 맡았다. 자칫 잘못하면 달에서 튀어나온 파편 일부가 지구로 쏟아질 수도 있고, 달 표면 자체가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이후의 달 탐사에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이런 우려 때문에 다행히도 프로젝트는 실현되지 않았다. 

 

만약 프로젝트 A119가 실현되었다면, 당시에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우주 공간으로 퍼져나간 달 먼지 일부가 지구와 태양 사이를 가로막는 경험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번 논문에서 제안한 달 먼지를 활용해 지구 온난화를 막자는 아이디어는 21세기 버전의 프로젝트 A119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머지않아 이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하게 되더라도 중요한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달 일부를 부숴 태양 앞을 가로막는 방법은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는 최고의 답이 아니라 최후의 답이라는 걸. 부디 달에 광산이 지어지기 전에 지구에서 더 나은 해답이 나오길 바랄 뿐이다.

 

참고

https://journals.plos.org/climate/article?id=10.1371/journal.pclm.0000133

https://attheu.utah.edu/research/moon-dust/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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