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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의 계정공유] '사냥개들',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그 끝은 글쎄?

전형적 타임킬링 액션물임에도 신선한 도입부…갈수록 느려지는 전개에 흐지부지 결말 '아쉬움'

2023.06.19(Mon) 14:02:14

[비즈한국] ‘사냥개들’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다가 1화를 봤을 때, ‘어?’ 하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상투적인 부분이 많지만 의외로 재미가 있었거든. 날카로운 이미지가 강했던 우도환이 순둥순둥한 눈빛의 청년 복서로 분한 모습도, 악역과 선역을 오가며 대찬 존재감을 보였던 이상이의 까불까불한 모습도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음주운전으로 이 작품에 큰 누를 끼치며 많은 분량이 편집되었다던 김새론도 신선한 모습으로 노력한 모습을 보여줘 ‘아니, 그러니까 왜 음주운전을 해가지고는’ 하는 안타까운 탄성을 토하게 만든다. 문제는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뒤로 갈수록 실망으로 바뀐다는 거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유명한 ‘짤’ 중 하나로 용두사미를 뜻하는 짤이 있다. ‘용 머리에 뱀 꼬리’라는 뜻의 이 사자성어는 처음은 좋지만 끝이 좋지 않음을 이르는 말인데, 첫 부분 말의 꼬리와 뒷다리 부분은 전문가의 정밀화 수준으로 섬세하게 그려내더니 뒤로 갈수록 엉망이 되어 가면서 끝에는 유치원생이 그린 듯한 장난스러운 그림으로 끝나는 이 짤은 용두사미를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그림이다. 미드 ‘왕좌의 게임’이 종영됐을 때 특히 이 짤이 많이 돌아다닌 것을 기억한다. ‘사냥개들’은, 상투적인 부분이 많았지만 처음엔 분명 신선한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실망을 넘어 기함하게 만들면서 결국 용두사미 짤을 재현해 보인다.

 

복싱 신인왕전 결승에서 맞붙은 김건우와 홍우진은 상이한 성격임에도 복싱과 해병대라는 공통점으로 급격하게 친해진다. 드라마 초반부는 순둥순둥하지만 FM인 건우와 껄렁껄렁하지만 속이 따스한 우진의 ‘티키타카 케미’를 보는 재미가 있다. 팬데믹을 상징하는 마스크는 기본. 사진=넷플릭스 제공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삼은 ‘사냥개들’은 ‘사람 목숨보다 돈이 먼저인 사채업의 세계에 휘말린 두 청년이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우는 이야기’를 내세운다. 코로나19가 야기한 팬데믹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경제적 빈곤에 내몰린 소상공인들과 그들의 틈을 파고드는 사채업자들, 또 그런 사채업자에게 사기를 치며 더 큰 악의 제국을 쌓아가는 모습을 상정하고, 그에 반해 가난하지만 순수함을 지닌 두 청년을 내세워 현실의 불의와 싸워 나가게 한다. 복싱 대회에서 만난 김건우(우도환)와 홍우진(이상이)이 주인공인 두 청년으로, 불법 사채업자 김명길(박성웅)에 맞서 사채업계의 전설이었던 최 사장(허준호)과 그의 후계자 차현주(김새론)를 도우며 사채업의 세계에 들어선다.

 

팬데믹 시대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등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자행되는 불법 대출, 사기 대출의 광경은 지난했던 팬데믹 시대를 겪어온 우리 사회를 새삼 돌아보게 만든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냥개들’의 초반부에 신선함을 느낀 것은 이 드라마가 팬데믹 시대를 반영하여 그로 인해 ‘웃픈’ 유머가 많이 터져 나온다는 점이었다. 초반부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버스를 타려는 취객을 손쉽게 제압하는 건우의 모습이나 돈이 많아도 코로나 때문에 어디로 여행할 수 없다는 최 사장과 현주의 대화를 비롯해 악수 대신 간단한 주먹 인사를 나누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식당을 이용할 수 없었던 팬데믹 시대가 도처에 생생하게 묻어나온다.

 

건우와 우진의 조합은 감독의 전작 중 하나인 ‘청년경찰’을 떠올리게도 한다. 김주환 감독은 영화 ‘청년경찰’ ‘사자’ ‘멍뭉이’를 연출해 왔고, 드라마 연출은 ‘사냥개들’이 처음이다.

 

코로나19의 종식을 공식 선언한 것이 지난 5월 11일이지만, 그 이전부터 단계적으로 거리두기 등이 해제돼 왔기에 지금 ‘사냥개들’을 보면 새삼 ‘우리가 저런 시간을 3년 가까이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묘한 감정이 들게 된다. 건우와 우진이 복싱 신인왕전 결승에서 만난 뒤 서로 해병대 출신이란 걸 알고 짧은 시간 내에 급격히 친해지거나 건우와 우진을 최 사장과 연결시켜주는 사채업자 문광무(박훈)나 최 사장의 오른팔인 황양중(이해영) 등이 모두 해병대 출신이라 그로 인해 빚어지는 유머도 한국인이라면 모두 터질 만한 포인트.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현실 묘사와 유머 포인트로 인한 기대는 뒤로 갈수록 사라진다. 전개는 현저히 느려지고, 쓰잘데 없는 묘사는 많아지며, 평면적인 캐릭터 활용으로 지루함이 늘어나고, (김새론의 하차로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으나) 특히 7~8화는 다른 톤으로 다른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듯한 느낌까지 준다.

 

최 사장의 오른팔과 왼팔이었던 해결사 칼잡이 역의 이해영과 류수영의 브로맨스 케미와 액션도 돋보였다. 특히 류수영은 나이 들었어도 여전한 미모로 눈길을 끈다. 재벌3세 역을 맡은 최시원과 그의 약점을 잡고 협박하는 빌런 김명길 역의 박성웅의 역전되는 관계성도 흥미 포인트. 사진=넷플릭스 제공

 

안타까움이 큰 것은 작품의 전체적인 퀄리티와는 별개로 봐줄 만한 구석들이 제법 있기 때문이다. 성격이 전혀 다른 건우와 우진의 ‘티키타카 케미’는 ‘D.P.’에서 느꼈던 그 독특한 브로맨스를 떠올릴 법하고, 기시감이 들긴 하지만 박성웅과 허준호, 이해영 등 어른 캐릭터들의 연기는 훌륭하다. 특별출연했으나 분량이나 존재감이 특별했던 재벌3세 홍민범 역의 최시원이나 최 사장의 왼팔인 이두영 역의 류수영, 문광무 역의 박훈에겐 박수쳐주고 싶다. 특히 최시원은, 평소 예능 등으로 표출했던 ‘잘생겼지만 다소 엉뚱한 재력가 이미지’를 적극 반영한 듯한 캐릭터로 거칠 게 없는 무자비한 재벌 3세의 모습과 찌질하고도 짠내나는 모습을 오가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몸을 만들기 위한 우도환과 이상이의 노력이 엿보이는 스틸 장면인데, 그 와중 빨강색 해병대 반바지를 입고 있는 것이 ‘킬포’. ‘사냥개들’은 한국 특유의 ‘해병대 자부심’을 곳곳에 삽입해 웃음을 유발한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주연배우들의 노력은 가상하다. 원작에서 유도를 하던 주인공들을 복서 출신으로 바꾸었는데, 진짜 복싱 선수처럼 보이기 위해 쏟아부었을 우도환과 이상이의 땀과 노력이 그들의 몸에서 엿보인다. 황양중과 이두영 등이 칼과 오토바이 등을 활용해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면, 우도환과 이상이는 맨 주먹으로 칼과 각종 무기를 든 조폭들을 상대하는 우직한 맨몸 액션을 선보인다. 그로 인한 호쾌함과 카타르시스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8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할애할지는 생각해봐야 할 듯.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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