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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LH 전관 논란에 좌초하나

공공기관에 소유권 넘기고 입주권 받는 방식에 거부감…부실시공 여파로 부정적 여론 늘어

2023.08.29(Tue) 17:39:39

[비즈한국] 도심 내 노후 주거지를 정비해 고밀 개발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들의 사업 철회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제도 도입 이후 2년 넘게 지지부진한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관업체가 도심복합사업 설계에 참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주민들의 반감이 더욱 커졌다. LH는 기본 설계 업체 선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부실공사 여파에 따른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8월 26일 서울 동작구 국토교통부 장관 자택 앞에서 도심복합사업 반대 집회가 열렸다. 사진=전국 도심복합사업 반대 연합 제공

 

8월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자택 앞에서 도심복합사업에 반대하는 전국 후보지 주민들의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과 경기, 인천 등 후보지 20여 곳에서 모인 100여 명이 참석했다. 주민들은 도심복합사업 철회 및 폐지를 요구하며 약 2시간 동안 집회를 이어갔다.

 

2021년 문재인 정부 2·4대책(3080+)에서 핵심 주택 공급 방안으로 도입된 도심복합사업은 LH가 주도하는 일종의 공공주도 개발사업이다. 기존에는 3년 한시로 운영될 계획이었지만 최근 특별법 개정을 통한 사업 기한 연장이 논의되고 있다. 후보지는 57곳에 이르지만 진행이 더디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사업계획승인이 난 곳은 전무하고 본 지구 지정을 마친 곳은 10곳, 예정지구는 6곳에 불과하다. 

 

도심복합사업은​ 사업성이 낮거나 주민 의지가 부족해 민간 개발이 어려운 저층 주거지나 역세권 등을 LH와 같은 공공기관이 민간과 공동으로 개발하는 방식이다. 문 정부가 공공 주도 개발을 강조하며 시작한 사업인 만큼 윤석열 정부에서 폐지 수순을 밟을 것이란 예상이 있었지만 제도 일부를 손본 형태로 계속 운영되고 있다. 

 

#‘토지 수용’만으로도 반발 심한데 LH 악재 덮쳐

 

도심에 신속하게 신축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목표로 2년 전 야심차게 추진됐지만 재산권 침해 문제에 부딪히며 진통을 겪는 구역이 상당수다. 공공기관에 토지 소유권을 넘기고 입주권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탓에 토지 수용에 거부감을 느끼는 주민이 많다. 

 

신길4구역 비대위 관계자는 “보상가를 받아서 입주하려면 3억~4억 원이 모자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돈을 부담할 수 있는 주민들이 많지 않다. 세를 놓아 얻던 수익도 사라지고 대출 이자에 관리비까지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이주 대책이 나오기 직전에 보상가를 확인하는 셈인데 선택권이 없다. 결국엔 대다수 주민들이 현금청산을 받고 살던 곳을 떠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길4구역 비상대책위원회는 5월 사업 반대에 대해 약 64%의 주민동의를 받아 국토부에 제출한 상태다. 신길4구역 일대에 내걸린 반대 게시물. 사진=강은경 기자


이 사업은 지자체가 추천한 구역의 주민 동의율이 10% 이상이면 예정지구로 지정 가능해 후보지 선정 문턱이 낮다. 이후 정부가 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현금청산을 택할 경우 공시지가 기준이 적용돼 시세보다 낮게 가격이 매겨진다. 

 

절차 단축으로 인한 문제 역시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사업에는 구역지정 시점을 제외하면 주민 동의를 받는 절차가 없다. 사업 막바지에야 정확한 보상가를 알 수 있어 불합리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그동안 정부는 13년가량 소요됐던 기존 사업들과 달리 약 2~3년 만에 지구 지정부터 분양을 완료할 수 있다고 홍보해왔다.

 

#LH ‘전관 논란’에 곳곳서 “사업 철회” 요구

 

LH의 철근 누락 사태로 사업 추진을 주저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무량판 아파트에서 철근을 누락한 LH 전관 업체 일부가 도심복합사업 선도지구 설계에 참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LH는 “도심복합사업 선도사업지 6곳의 설계공모는 ‘한국건축가협회’가 공고·심사 등 설계공모의 모든 과정을 주관하고, 관계기관·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설계공모위원회’가 공모 과정을 관리했다”며 “LH의 관여 없이 공모과정의 외부기관 위탁 및 외부 전문가의 심사를 통해 설계공모 당선업체가 선정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반발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집회에 참여한 가산역세권, 목동역인근 등 후보지 주민들은 “철근도 빼먹고 국민 안전도 빼먹고 남은 건 LH 순살아파트”, “설계오류, 부실시공, 전관예우, 부실감리 공공주택복합사업 철폐”를 강조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전국도심복합사업반대연합 제공


LH가 올해 7월 말 이후 전관업체와 맺은 모든 용역 계약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주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사업 철회가 결정된 곳도 있는 만큼 앞으로 철회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사업이 시작된 2021년 3월 이후 지난해 1월까지 10개월간 여덟 차례에 걸쳐 76곳 10만 호 규모의 후보지를 선정했는데, 이 가운데 21곳이 주민 동의율이 낮아 철회됐다.

 

전국도심복합사업반대연합 측은 “소유권을 뺏기고 5년 정도 뒤에나 ​보상가와 추가 분담금을 ​개별 통지 받는데, 그때는 사업을 반대할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다”며 “도심복합사업은 사업 초기 시점을 제외하면 주민 동의를 받는 과정이 없어서 원주민들에게 부당한 희생만을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도심복합사업의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공모기간도 짧고 진행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등 실효성 측면에 한계가 있다”며 “​LH가 주도하는 공공 성격의 사업이기 때문에 전관예우 논란과 맞물려 잡음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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