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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과 검열 사이' 국내 최대 플랫폼 네이버웹툰의 고민

9월에만 두 작품 퇴출…700여 연재작 일일이 검수 어렵고 창작의 자유 침해 소지도

2023.09.21(Thu) 13:28:20

[비즈한국] 네이버웹툰이 잇단 표절 의혹에 휩싸이면서 두 작품의 연재​를 중단했다. 불과 일주일 차이로 ‘여자를 사귀고 싶다’와 ‘고백 취소도 되나?’가 일본 만화와 유사하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서둘러 연재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플랫폼이 취할 수 있는 조치로는 가장 강한 조치다. 표절 논란의 책임이 일차적으로는 작가에게 있지만 이를 검수하고 유통하는 네이버웹툰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웹툰이 표절 의혹이  불거진 두 작품의 연재를 중단했다. 사진=네이버웹툰

 

#대사·컷부터 설정·배경까지 비슷…서둘러 연재 중단

 

신매 작가가 그린 네이버웹툰 일요일 연재작 ‘고백 취소도 되나?’가 일본 만화와의 유사성 논란 끝에 9월 16일 자정부터 서비스 중지됐다. 일본 작가 난바 아츠코의 ‘네 곁의 나’와 대사와 컷 연출이 비슷하다는 독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네이버웹툰이 내린 결정이다. 로맨스물인 이 작품은 지난해 2월부터 연재해 올해 8월 완결됐지만 최근까지도 외전 에피소드를 업로드해왔다. 

 

표절 의혹이 불거진 건 한 독자가 지난 15일 관련 커뮤니티에 웹툰의 중후반부 내용이 자신이 즐겨본 일본 만화와 유사하다는 비교 글을 올리면서다. 이 독자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싶어 몇 달간 지켜보다가 결국 직접 표절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다”며 캐릭터 설정과 대사, 배경 설정, 각종 구도와 연출이 같다고 주장했다.

 

네이버웹툰에서 9월 들어서만 두 번째 발생한 표절 논란이다. 연재 1년을 맞이한 웹툰 ‘여자를 사귀고 싶다’는 9월 초 일본의 로맨스 코미디물과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의혹의 중심에 섰다. 이에 제작사 와이랩과 네이버웹툰은 지난 7일 연재 중단을 결정했고 10일 밤 서비스를 최종 종료했다. 

 

표절 의혹이 불거진 ‘고백 취소도 되나?’와 일본 만화​ ‘​네 곁의 나’​​ 장면 비교. 사진=커뮤니티 갈무리

 

현재 두 작품은 플랫폼 내 검색까지 막힌 상태다. 네이버 포털에서 제목을 검색해도 공식 정보가 뜨지 않는다. 업계에 따르면 플랫폼이 작품과 작가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가 적용된 셈이다. 네이버웹툰은 유사성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재발 방지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반복되는 표절 논란에 독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고백 취소도 되나’의 독자 이 아무개 씨는 “저번 주까지도 쿠키(네이버웹툰 유료 구매 단위)를 구워서 본 작품이다. 꼬박꼬박 돈 내고 읽어왔는데 배신감이 든다”며 “특히 재밌게 봤던 장면들이 구도부터 대사까지 비슷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표절을 해도 안 걸리면 그만이고 걸리면 환불해주면 해결된다는 식의 태도가 문제”라거나 “표절 당한 원작이 아주 유명한 작품이 아니라면 유사성을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건 맞지만 네이버웹툰이 잘못이 없는 건 아니다. 편집부라면 일반적인 히트작 말고도 여러 작품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등 비판이 나왔다.

 


#“또 네이버” 표절 왜 반복되나

 

표절 논란은 유독 네이버웹툰에서 거듭돼왔다. 이에 네이버웹툰의 콘텐츠 품질 관리 역량에 의문을 품는 시선도 존재한다. 2년 전에는 웹툰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가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을 표절했다는 의혹으로 연재 종료됐고, 지난해까지도 다수의 작품이 유사성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그 중 선호 독자층까지 겹친 한국 유명 만화 ‘짱(2019년 ‘대가리’)’​, 자사 플랫폼에서 현재도 연재 중인 ‘소녀재판(2022년 ‘그녀의 육하원칙’)’​ 등과 유사한 연재작조차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은 표절 검수 시스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네이버웹툰이 700여 편의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최대 규모 웹툰 플랫폼인 만큼 여러 문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정식 연재 작가가 지속적으로 늘고 신작이 쏟아지면서 전반적인 작품 질 하락에 대한 우려와 함께 검수 문제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네이버웹툰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는 상황에서 ​IP(지적재산권)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정작 품질 관리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웹툰 플랫폼에서는 담당 PD가 개별 웹툰의 기본적인 내용부터 작품의 수위,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만한 요소 등을 점검하고 조정하며 검수 절차를 밟는다. 콘텐츠제작사(CP)를 낀 경우에는 제작사에서 한 차례 검토한 작품을 플랫폼에서 다시 확인한다. 다만 표절을 걸러내는 시스템을 명확하게 갖춘 플랫폼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연재 중단 안내. 사진=네이버웹툰 홈페이지


하지만 표절 요소를 완벽히 파악하고 사전에 조치를 취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은 “유사성의 정도도 제각각이고 표절을 포착하기 위해선 대상 작품의 인지도도 상당히 중요하다. 플랫폼이 표절작 선별을 목적으로 하는 검수 체계를 마련한다면 검열의 성격이 있어 작가들이 반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고민이 많다. 창작의 자유를 고려하면 표절 판단 기준을 만들어 강력한 페널티를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 시 표절에 대해 안내를 하고 있지만 작가가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냐의 차이가 크다. 산업 특성상 법적으로도 표절 시비를 가리기 어렵기 때문에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직접 제재를 하기에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9월 독자가 참여하는 ‘퍼스트 리더 그룹(FRG)’​을 통해 작품 공개 전 점검 절차를 한 단계 늘렸다. 하지만 표절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독자들의 회의적인 반응이 이어지는 만큼 그 간극을 메울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광철 한국만화가협회 이사는 “웹툰이 주요 산업으로 성장한 후로는 웹툰 관련 논란이 사회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작가들은 기본적으로 플랫폼이 창작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표절이 드러났을 때 작가가 지는 책임의 강도가 높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범강 회장은 “원칙적으로는 작가 스스로 경계해야 하는 것이 맞고, AI(인공지능)를 활용해 기술적인 표절 검수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짚었다.

 

네이버웹툰은 표절 논란을 거듭하지 않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유사성 논란은 종류에 따라 모니터링과 사전 검수만으로 100% 찾아내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모니터링 강화, 관련 기술 개발, 작가 대상 교육 강화 등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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