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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수사 착수…뒤늦게 수습 나선 LG디스플레이

사망 직원 '장시간 근무' 인정…연장근무 운용 시스템 개선 나서

2023.11.08(Wed) 09:54:05

[비즈한국] 지난 5월 팀장급 직원 사망을 계기로 꾸려진 LG디스플레이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근태 관리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사내에 공지했다. 과도한 업무량, 장기간 근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이에 앞서 야근이나 주말근무가 기존보다 축소돼 내부에서도 변화를 체감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뒤늦게나마 사후조치가 마련된 것인데 이와 별개로 근로기준법 위반에 따른 제재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 LG디스플레이 직원 130명이 251차례에 걸쳐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 고용부는 책임자 등에 대해 수사를 이어간 뒤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 비상대책위원회가 근태 관리기준을 강화하는 개선안을 마련해 체질 개선에 나선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사진=박정훈 기자


LG디스플레이 비대위는 9월 6일 임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제안사항을 공지했다. 6월 비대위가 구성되고 외부 컨설팅사 선정이 완료돼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지 3개월여 만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비대위는 전례 없이 어려운 경영상황 속에서 업무 강도가 높아졌고 이에 따라 일부 근로시간이 증가한 사례가 있다고 분석했다.

#연장근로 한도 위반 ‘꼼수’ 없앤다

우선 법정 연장근로 시간을 초과할 가능성이 없는지 선행 검토하고 근태관리 시스템을 개선해 장시간 근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망한 직원이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렸다는 사실과 함께 LG디스플레이의 근무시간 운영 실태가 드러나자 제도 개선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용부는 지난달 말 근로 감독 결과를 발표했는데 해당 사건에 대해 “회사 측이 편법적 방식으로 근로시간 위반을 회피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4월 20일부터 사망한 날인 5월 19일까지 250.9시간 근무했다. 한 달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수준으로 하루 평균 12.5시간에 이르는 과도한 근로다.

월 단위로 연장근로를 관리하는 선택근로제를 시행하고 ‘사원증 태그 방식’ 외에 ‘수기 입력 방식’을 활용한 덕에 법정 연장근로 한도를 넘기는 것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법정 연장근로 한도까지는 근무시간을 입력하게 하고 초과 근로시간은 별도 시스템으로 관리해 나중에 휴가를 주는 형태다.

비대위 제안사항에는 출퇴근 전산과 수기 입력 시간의 차이가 1시간 이상 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앞으로는 게이트에 사원증을 직접 태그한 시간과 수기로 근무 기록을 남긴 시간 사이에 1시간 이상의 간격이 생길 경우 수정하거나 사유를 입력하는 점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근무일 동안 최소 1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확보하는 새로운 관리 지침도 시행된다.

#‘야근·주말출근’ 최소화…고용노동부는 사법처리 예고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배경으로 꼽혔던 회의·보고 문화에 대해서도 개선책이 나왔다. 이와 함께 조직 책임자를 임명하거나 면직할 때 구성원들이 리더십을 상향평가한 결과를 반영하는 안도 마련됐다. 사건이 발생한 5월은 사업경과 등을 보고하는 시즌으로 전략보고 관련 부서의 업무가 가중됐던 시기다. 당시 유관 조직에서 늦은 시간까지 야근이 계속되고 주말 출근이 이어진 점도 지적됐던 문제다. 특히 지난해 수요 부진으로 닥친 혹한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전반적으로 업무량이 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제안 사항은 4명의 사외이사진과 법률 및 HR 부문 외부 전문가 2인, 사내 주니어 임직원 협의체인 FB(Fresh Board) HR 분과위원장 등 총 7인으로 꾸려진 비대위가 논의를 통해 결정했다. 하범종 LG 사장과 김성현 LG디스플레이 CFO는 의결권 없는 패널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사건 이후 야근·주말근무를 최소화하며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에 나서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사건 발생 이후 자체적으로 야근과 주말 출근을 축소하며 임직원의 피로도와 업무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부서마다 업무가 몰리는 시기가 다르고 시기에 따라 여전히 추가 근무가 있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도 대체적으로 “퇴근이 빨라지고 중압감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시퇴근 문화도 점차 자리잡아가는 추세다.

다만 그동안 근로시간 위반을 회피해온 사안에 대해서는 제재를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는 근로감독을 통해 130명에 대해 총 251차례 7120시간에 걸쳐 연장근로 한도를 상시적으로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 제53조(연장 근로의 제한)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조항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고용부는 보고 라인과 책임 소지 등을 수사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과도한 업무가 직원을 사망에 이르게 했는지는 고용부가 수사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아 ‘과로 사망’ 여부에 대해서는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LG디스플레이 측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김광훈 노무사(노무법인 신영)는 “대상 인원이 많고 누적 시간도 상당해 처벌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까지는 근로시간과 관련한 사법처리가 대부분 시정명령 선에서 마무리됐다”며 “벌금 이상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있으나 앞선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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