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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분쟁' 진짜는 이제부터? 전자책 유출 피해 큰 출판사들 강수 예고

'협상 타결' 한국출판인회의 외 다수 출판사 위임받은 대한출판문화협회 협상 예고…더 강경한 분위기

2023.12.20(Wed) 11:32:42

[비즈한국]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전자책(e북) 유출 사태와 관련해 출판계와 알라딘의 분쟁이 일단락됐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피해 출판사 과반 이상이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출판계 양대 단체 중 282개 사를 대표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전자책 해킹 사태와 관련해 알라딘 보안시스템의 문제를 자체적으로 확인하고, 현재 피해 출판사들에 보상 방식과 금액 등을 묻는 의견 수렴 단계를 밟고 있다. 이를 토대로 협상 초안을 마련해 알라딘과 본격적으로 논의에 나설 방침이다.​

전자책 유출 사태와 관련해 일부 출판사들이 알라딘과 합의한 가운데 280여 개 사가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 5월 해킹으로 이민진의 장편소설 ‘파친코’ 등 출판계 베스트셀러가 대거 유출됐다. 사진=알라딘 홈페이지


#유료 책 62%, 282개 출판사와는 ‘미해결’

이번 대응은 한국출판인회의의 합의안과는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 앞서 한국출판인회의는 e북 유출로 피해를 본 출판사 중 140개 사를 대리해 알라딘과 분쟁을 끝내고 내년 1분기 중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12월 7일 ​협의했다. ​해킹으로 대형서점에서 e북 72만 권이 유출되고 이 가운데 5000권이 텔레그램에 유포된 유례 없는 사건이 실제 피해보상으로 이어지자 세간의 관심이 모였다.

​정확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책위가 처음 요구한 ‘한 권당 100만 원’에는 못 미치는 수십만 원의 위로금 정도로 알려졌다. 무단 공유와 복제가 쉬운 온라인에서 예상되는 피해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액수지만 적어도 e북​을 유통하는 플랫폼에 직접 책임을 묻는 선례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직접적인 금액 보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던 알라딘​은 출판사들이 12월 1일부터 신간 e북 공급을 중단하는 강수를 두자 입장을 선회했고, 합의가 극적으로 타결됐다.​

하지만 아직 협상을 시작도 하지 않은 피해 출판사들은 자칫 알라딘과 전체 피해 출판사들의 피해보상 논의가 완전히 마무리된 것으로 비칠 것을 우려한다. 출협이 ‘출협에 권한을 위임한 대부분의 출판사들은 알라딘과 아무런 합의를 한 바 없다’​는 공식 입장을 서둘러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출판계에 따르면 피해 업체들은 사태 초기부터 두 단체를 중심으로 나뉘어 대응하고 있다. ​해킹된 책에는 베스트셀러가 다수 포함됐고, 직접 유출 피해를 입은 곳만 500곳 이상으로 문학동네, 민음사, 창비 등 국내 유명 출판사도 대상에 올랐다. 한국출판인회의의 ‘전자책 불법유출 피해출판사 대책위원회’​가 먼저 합의를 봤고, 최근 출협의 조사단도 조사를 마치고 대책위 구성을 준비 중이다.

유출 피해를 입은 베스트셀러. 사진=민음사, 은행나무


하지만 사태가 마무리된 건 아니다. 282개의 피해 출판사들은 아직 알라딘과 합의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포된 책 중 유료인 3088권의 62.5%(1934권)에 달하는 비중이다. 이 출판사들로부터 법적 권한을 위임 받은 조사단은 알라딘의 과실에 초점을 맞췄다. 한상준 대한출판문화협회 상임이사(비아북 대표)는 “종결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초유의 사태이기에 앞으로 유사한 사례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월 30일까지 4개월간 보안업체,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한 조사에서 알라딘의 보안책임자와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심층 면접 조사, 두 차례의 모의 해킹 등이 진행됐다. 출협 측은 “출판사들의 일반 정서와 달리 알라딘은 스스로를 ‘전자책 절도범에 의한 피해자’로 인식할 수도 있는 사안이며 책임, 과실의 범위에 따라 피해보상의 규모도 달라질 것이기에 진상조사가 우선이라고 판단했다”며 “이번 조사를 통해 알라딘 전자책의 보안상 취약성과 전자책 유출에 있어 알라딘의 자체 귀책사유라고 볼 수 있는 사안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고등학교 2학년생인 피의자는 보안 체계 취약점을 노리고 전자책 ‘복호화(암호화의 반대말)’ 키를 탈취해 ​이를 유포하겠다며 알라딘에 ​수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요구했다. 보통 e북 등 전자저작물은 디지털 저작권 관리기술(DRM)를 통해 암호화돼 정상적으로 결제한 구매자만 이용할 수 있는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열쇠를 빼돌린 셈이다.​

#수십만 원 ‘위로금’으론 부족, 보안 구멍 뚫린 책임 묻는다

출협이 주축이 된 새로운 대책위는 더 높은 수준의 보상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유출로 인한 금전적인 피해 보상과 더불어 보안이 뚫린 알라딘에 책임을 묻는 성격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인문·사회과학 등 종이책 중심의 단행본 출판사가 대부분인 한국출판인회의의 피해 출판사들과 달리, 단행본 외에도 장르물·학습물, 각종 단체의 비중이 높아 일괄 보상이 이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알라딘의 전자책 유출 사태와 관련해 피해 출판사 과반 이상의 위임을 받은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알라딘과 협상을 앞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는 무한 복제가 가능한 e북 특성상 이번 사건으로 출판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책 시장 특성상 장르물 피해가 가장 크다. 종이책 없이 e북​만 출판하는 업체의 경우 타격이 심한데 작가도 마찬가지다. 매출이 뚝 끊긴 경우가 있다”며 “베스트셀러가 아니면 e북​ 매출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은 단행본 출판사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피해 출판사마다 입장 차가 뚜렷해 일부 업체들의 경우 개별적으로 소송을 진행하는 안까지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위로금 합의로 가닥을 잡은 알라딘은 새로운 방식의 피해보상에 대해 온도 차를 보였다. 알라딘 관계자는 “두 협회의 회원사들이 겹치기도 한다. 한국출판인회의와 위로금에 합의한 상태이기 때문에 위로금 기준을 변경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아직 출협의 의견이나 요구를 전달 받지 않았다. 얘기를 충분히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출협은 전체 피해 출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를 토대로 주요 8개 사와 이번 주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초판 부수나 평균 가격 등 보상 기준을 잡고 피해보상 방식을 구체화해 협상을 위한 초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한상준 상임이사는 “최대한 합의할 수 있도록 출판사들의 입장을 조율할 것”이라면서도 “피해규모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전무후무한 사건이다. 소송을 통해 법적인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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