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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먼지의 별 헤는 밤] 나도 명왕성 사랑해, 근데 '행성 복권'은 아니지

NASA 국장이 불 지핀 논란…행성 정의 바꾸려면 과학적 근거 있어야, 명왕성은 그 자체로 '유의미'

2026.06.16(Tue) 09:27:49

[비즈한국] 최근 NASA의 국장 제러드 아이작만이 뜬금없는 스캔들에 불을 지폈다.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는지를 NASA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이 스캔들은 미국의 한 소녀가 X에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 만들어달라는 손편지를 올리고, 아이작만이 그 사안을 살펴보겠다며 호응하면서 불거졌다. 

 

1930년 첫 발견 이후 오랫동안 태양계 가장 마지막 행성으로 불리던 명왕성은 2006년 천문학자들의 투표를 통해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했다. 그렇게 쫓겨난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 되돌려놓겠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대체 어떤 명분으로 쫓겨났던 명왕성에게 다시 행성의 지위를 돌려주겠다는 걸까? 

 

 

명왕성의 ‘복권’ 가능성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명왕성이 행성의 지위를 잃게 된 이유도 단순히 명왕성이 작거나 못생겨서가 아니었다. 핵심은 명왕성이 태양계 안에서 동역학적으로 어떤 지위를 갖고 있는지다. 

 

2006년 국제천문연맹은 태양계 행성의 기준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태양을 공전해야 한다. 둘째, 스스로의 중력이 충분해서 거의 둥근 형태, 즉 정역학적 평형에 가까운 형태를 이루어야한다. 셋째, 자기 궤도 주변을 중력적으로 지배하고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자기 궤도 근처에서 자신과 비슷한 크기의 다른 천체들이 여럿 존재해서는 안 된다. 그 궤도 일대에서 단연 압도적인 존재여야 한다. 바로 이 세 번째 조건이 빌미가 되어 명왕성은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했다. 

 

국제천문연맹은 이때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써온 행성이라는 단어에 과학적 정의를 만들었다. 너무나 많은 소천체 부스러기들이 발견되면서 태양계의 상황이 혼란스러워지자 다급히 교통정리를 한 셈이다. 이때 결정된 결의문을 통해 행성과 왜소행성을 별개의 범주로 구분했다. 명왕성은 새롭게 만들어진 행성의 조건에서 앞 두 가지는 만족하지만 세 번째를 만족하지 못했고, 결국 왜소행성으로 강등되었다. 

 

1930년 첫 발견 이후 오랫동안 태양계 가장 마지막 행성으로 불리던 명왕성은 2006년 천문학자들의 투표를 통해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했다. 사진=NASA


하지만 명왕성을 사랑한 이들에게는 이 사건이 마음의 상처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저 평범한 천체일 뿐인 명왕성의 얼굴 위에 슬픈 표정을 그려넣기 시작했고, 명왕성의 신세를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심지어 명왕성의 복권을 바라는 이들도 많다. 일부 소수 천문학자들은 명왕성을 강등시킨 마지막 세 번째 조건이 너무 작위적이라면서 불평했다. 명왕성은 오히려 행성이었을 때보다 행성에서 쫓겨나면서 더 유명한 천체가 됐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멀쩡했던 명왕성이 갑자기 이상해져서 쫓겨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그 반대다. 2006년 우리는 태양계를 더 제대로 알게 되었다. 20세기 대부분의 기간에 명왕성은 그저 외톨이 아홉 번째 행성으로 보였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망원경 성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해왕성 너머 수많은 얼음 천체가 발견되었고, 카이퍼 벨트의 존재가 드러났다. 명왕성은 외로운 행성이 아니라 카이퍼 벨트의 아주 큰 구성원 중 하나였던 것이다. 

 

명왕성의 지위에 가장 치명적인 결정타를 날린 건 에리스의 발견이었다. 2005년 명왕성과 비슷한 크기로 해왕성 바깥 궤도를 도는 에리스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따라왔다. 명왕성이 행성이라면 에리스는? 또 연이어 발견된 하우메아, 마케마케, 콰오아, 공공, 오르쿠스, 세드나와 같은 천체들은? 명왕성이 대체 뭐가 특별하다고 명왕성만 예외로 두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명왕성 하나를 위해 그 많은 부스러기들을 전부 새로운 행성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그렇게 되면 태양계 끝자락에서 새로운 천체가 발견될 때마다 행성의 수는 끝없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2006년 천문학자들이 내린 과감한 결정은 바로 그런 혼란을 막기 위한 결정이었다. 

 

명왕성을 되살리고 싶다면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행성의 정의 자체를 다시 바꾸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2006년에 만든 행성의 정의는 고작 20년 만에 다시 뒤집어지게 된다. 또 다른 방법은 다른 카이퍼 벨트 천체에는 없지만 오직 명왕성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특징을 찾아내 명왕성이 다른 왜소행성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우기는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 길 모두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먼저 정의를 바꾸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사실 몇 년 전에도 급진적인 제안이 있었다. 2022년 ‘달도 행성이다’라는 과감한 제목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이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행성을 궤도의 동역학적 기준이 아니라, 천체 자체의 지질학적 복잡성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점에서는 천체가 태양 곁을 도는지, 목성 곁을 도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충분히 둥글고, 표면이 지질학적으로 복잡하고, 화산 활동, 대기, 바다, 자기장, 조석 가열과 같은 복잡한 행성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면, 그것을 모두 행성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당연히 명왕성도 행성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달도,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타이탄, 엔셀라두스까지 거의 모든 위성이 행성이 된다. 어쩌면 카이퍼 벨트 천체를 다 행성으로 부르자는 것보다 더 파격적인 주장이다. 

 

물론 이 주장도 과학적으로 고민해볼 여지가 있다. 특히 천체 하나하나의 세밀한 특징에 더 집중하는 행성과학의 입장에서 보면 천체가 궤도를 얼마나 지배하는가보다는 그 천체가 지질학적으로 어떤 세계인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실제로 타이탄은 두꺼운 대기를 갖고 있고, 유로파와 엔셀라두스는 지하 바다를 품고 있다. 또 이오는 태양계에서 가장 격렬한 화산을 품고 있다. 지질학적으로만 보면 오히려 이들은 차갑게 죽은 암석 덩어리 행성보다 훨씬 더 ‘행성스러운’ 세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정의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단순히 명왕성을 복권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태양계 행성의 수가 아홉 개도 아니고, 수십에서 수백 개로 늘어날 수 있다. 이것은 명왕성을 안타까워하며 명왕성의 복권을 바라는 이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결론이다. 명왕성을 되살리겠다고 달까지 행성으로 편입하는 꼴이다. 물론 궤도의 동역학적 조건보다 더 일관된 기준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딱 명왕성만 골라서 과거 지위로 회복시키겠다는 목적에는 맞지 않는다. 

 

그러면 두 번째 방법은 어떨까? 절묘하게 명왕성만 갖고 있는 독특한 특징을 찾아내 에리스, 하우메아, 마케마케와는 다른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나름 희망이 있다. 명왕성에 대기가 있기 때문이다. 명왕성 대기의 주성분은 질소이고, 메테인과 이산화탄소가 일부 섞여 있다. 명왕성의 평균 표면 압력은 10마이크로바 수준으로 지구에 비해 극도로 희박한 대기를 갖고 있다. 하지만 해왕성 바깥 천체들 가운데서는 독보적인 특징이었다. 그런 줄 알았다. 

 

명왕성의 평균 표면 압력은 10마이크로바 수준으로 지구에 비해 극도로 희박한 대기를 갖고 있다. 사진=NASA

 

명왕성이 품고 있는 얇은 대기의 존재는 뉴호라이즌스 탐사선이 찍은 사진 속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사진=NASA


명왕성이 품고 있는 얇은 대기의 존재는 뉴호라이즌스 탐사선이 찍은 사진 속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태양을 가린 명왕성의 그림자 뒤로 탐사선이 지나가면서 명왕성에 의해 일종의 일식이 벌어졌다. 그 순간 명왕성의 둥근 실루엣 가장자리 너머로 명왕성의 얇은 대기를 통과한 태양 빛이 산란되면서 선명한 빛의 고리가 나타났다. ​​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 뒤로 태양이 가려지는 순간을 이용해 명왕성의 대기 규모를 측정한 결과. 밝기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것은 태양빛이 명왕성의 본체에 가려지기 전, 명왕성을 둘러싸고 있는 대기층을 통과하며 서서히 흡수되었음을 보여준다. 사진=NASA


태양계 끝자락의 다른 천체들에 대기가 있는지 없는지는 그 천체가 배경 별을 가리는 엄폐를 활용하면 파악할 수 있다. 그동안 에리스, 하우메아, 마케마케 등 다양한 해왕성 주변 천체(TNO)에 대해서도 별빛 엄폐 관측이 이루어졌지만, 대기는 검출되지 않았다. 설령 대기가 있더라도 1에서 100나노바 수준의 아주 희박한 대기만 있을 거라고 추정했다. 마케마케의 경우 메테인 기체가 방출되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정말 마케마케 중력에 붙잡힌 안정적인 대기인지 아니면 일시적으로 천체 표면에서 기체가 방출된 건지는 확실치 않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발견으로 인해 명왕성이 갖고 있던 마지막 희망, 대기를 가진 유일한 카이퍼 벨트 천체라는 희망마저 위험해졌다. 최근 ‘Nature Astronomy’에서는 명왕성보다 더 바깥에 있는 또 다른 카이퍼 벨트 천체 2002 XV93에서도 얇은 대기의 신호를 검출했다고 밝혔다. 이 천체는 지름이 겨우 500km밖에 안 된다. 명왕성보다도 훨씬 작고, 중력도 약하다. 그런데 지난 2024년 1월 10일 배경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가는 엄폐 순간, 배경 별빛의 밝기가 갑자기 뚝 끊기지 않았다. 천체가 별빛을 가리는 순간 완만하게 휘어지고 약해지면서 마치 배경 별빛이 대기를 통과하면서 굴절되는 흔적을 보였다. 

 

명왕성보다 더 바깥에 있는 또 다른 카이퍼 벨트 천체 2002 XV93에서도 얇은 대기의 신호가 검출됐다. 사진=NAOJ

 

이를 통해 추정한 2002 XV93의 대기압은 200에서 200나노바 수준이다. 지구 대기압의 수백만 분의 1 수준이다. 명왕성과 비교해도 50에서 100배 더 낮다. 하지만 중요한 건 명왕성보다 훨씬 멀고 더 작은 카이퍼 벨트 천체에서도 관측 가능한 대기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작은 천체들에서는 휘발성 기체가 이미 진작에 다 날아가버렸을 거라 생각했던 기존의 관점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이 대기의 기원은 아직 확실치 않다. 후보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최근 작은 얼음 천체와 충돌하면서 휘발성 물질이 방출되었고, 그것이 일시적인 대기를 만들었을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천체 내부에서 휘발성 물질이 새어나오는 극저온 얼음 화산 활동이 아직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이 놀라운 발견은 카이퍼 벨트 천체들이 단순히 차갑게 얼어붙은 죽은 얼음 돌멩이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은 천체들도 그 멀고 깜깜한 태양계 끄트머리에서 다른 천체와 충돌하고, 내부의 아직 죽지 않은 지질학적 활동이 벌어지면서 희박하게나마 자신만의 대기를 거느릴 수 있다. 

 

명왕성뿐 아니라 또 다른 카이퍼 벨트 천체들도, 심지어 더 작은 천체들도 일시적으로나마 대기를 가질 수 있다면 명왕성의 복권은 더 어려워진다.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 만들기 위해선 새로운 기준을 정해야 한다. 그 새로운 기준은 기존의 수금지화목토천해의 지위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다른 수많은 카이퍼 벨트 천체 사이에서 오직 명왕성만 살려낼 수 있는 기준이어야 한다. 최근까지는 그나마 명왕성의 얇은 대기가 희망이 될 것 같았지만, 이제 그 희망마저 애매해졌다. 그 어떤 기준을 써도 명왕성만 쏙 골라서 살려내는 길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 만들겠다는 말은 과학적 주장이라기보다는, 시민들에게 호응하는 문화적 구호에 가깝다. 명왕성은 20세기까지 유일하게 미국인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가 발견했고, 너무 사랑스러워서 디즈니 캐릭터의 이름이 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명왕성에 대한 애정이 더 특별하다. 하지만 과학적 정의와 분류는 단순히 애정에 기대지 않는다. 과학적 분류는 한 천체를 예뻐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주를 더 일관된 눈으로 바라보기 위해서 존재한다. 

 

이미 미국의 뉴멕시코주는 자기들 마음대로 명왕성을 행성이라고 부르는 조례를 만들었다. 뉴멕시코주는 톰보가 말년을 보낸 곳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밤하늘 위로 명왕성이 보이는 동안은 명왕성이 행성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명왕성 발견 소식이 세상에 알려진 3월 13일을 “행성 명왕성의 날”이라 부르며 기념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저 정치적 구호일 뿐, 과학적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명왕성을 왜소행성으로 재분류한 결정도 미국이나 NASA 혼자서 내린 결정이 아니다. 2006년 프라하에 모인 전 세계 천문학자들의 투표를 통해 공식 결의안이 채택되었고, 그렇게 행성의 새로운 정의가 만들어졌다. 결코 한 국가, 한 기관이 독단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애초에 명왕성이 꼭 행성이어야 할까? 명왕성은 행성이든 아니든 그 자체로 매력적이고 훌륭하다. 오히려 명왕성을 억지로 행성이라는 낡은 기준에 다시 우겨넣으려는 시도는 명왕성의 진정한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이제 명왕성은 카이퍼 벨트의 대장이 되었다. 해왕성 너머 태양계 바깥 궤도를 대표한다. 왜소행성이 된 건 사실 강등이 아니라, 제자리를 찾아간 것일 뿐이다. 왜소행성이라는 타이틀은 명왕성이 속한 더 거대한 세계를 드러낸다. 

 

명왕성의 공전 주기는 248년이다. 명왕성이 인간에게 처음 발각된 것이 1930년의 일이다. 그러니까 명왕성은 우리에게 처음 발견된 이래로 태양 주변을 아직 한 바퀴도 돌지 못했다는 뜻이다. 2178년이 되면, 명왕성은 드디어 한 바퀴를 돌아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1명왕성 년도 안 되는 세월 동안 명왕성은 갑자기 행성이 되었다가 쫓겨났다고, 또 다시 억지로 행성으로 돌아갈지 모르는 기구한 운명을 보내고 있다. 

 

나도 명왕성을 사랑한다. 하지만 명왕성도 자기 하나 때문에 태양계가 더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원치는 않을 것이다. 

 

참고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0-026-02846-1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천문학자의 쓸모없음에 관하여’,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UFO’ 등을 번역했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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