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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의 계정공유] 5년 공백이 빚어낸 숙성된 재미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

'흑백요리사' 인기와 버무려져 시너지 극대화…'장기적 울분 상태' 잊게할 웃음 폭탄 선사

2025.05.09(Fri) 10:55:43

[비즈한국] 지난 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 대해 쓰면서 형(본편)만 한 아우(후속편 or 스핀오프)는 왜 없을까 한탄했었다. 그러다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냉부)가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아챘다. 알다시피 ‘냉부’는 2014년 11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무려 5년 동안 방영했던 ‘국민 쿡방’ 프로그램. 한동안 ‘쿡방’의 시대가 저물었다고 여겼는데, 작년에 ‘흑백요리사’가 잭팟을 터뜨리더니 발빠르게 ‘냉부’가 ‘since 2014’라는 부제를 달고 ‘흑백요리사’의 인기 셰프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약 5년의 공백기가 있었지만 리부트 프로그램인 ‘냉부’의 재미는 여전하다. 아니, 오히려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미친 폼’을 구가하는 중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흑백요리사’의 인기로 ‘쿡방’이 다시 뜰 기미를 보이자 바로 돌아온 ‘냉부’. ‘흑백요리사’에서 대결을 펼쳤던 이들의 리벤지 매치는 돌아온 ‘냉부’의 재미 요소 중 하나다. 사진=JTBC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 화면 캡처

 

돌아온 ‘냉부’는 본연의 ‘텐션’을 유지하면서도 ‘흑백요리사’의 인기를 잇는 시너지 효과를 내는 형국이다. 로테이션으로 출연하는 대부분의 셰프가 ‘흑백요리사’로 이름을 알린 이들. ‘흑백요리사’ 우승자인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와 준우승자인 에드워드 리 셰프를 비롯해 최강록, 정지선, 박은영, 윤남노 셰프 등이 출연해 ‘흑백요리사’의 여운을 이어간다. 물론 ‘흑백요리사’ 특유의 비장함은 빼고 그 자리엔 ‘냉부’ 특유의 유쾌함을 더했다. 

 

출연진뿐 아니라 ‘흑백요리사’에서 대결을 펼쳤던 이들 간의 ‘리벤지 매치’에도 적극적이란 점이 재미 요소. 영탁과 침착맨이 게스트로 출연했던 첫 회부터 에드워드 리와 최현석의 대결이 있었고, 권성준-최현석, 권성준-에드워드 리, 정지선-박은영, 최현석-배경준, 권성준-파브리 등 ‘흑백요리사’에서 아슬아슬한 대결을 펼쳤거나 같은 주제로 붙었던 이들의 대결을 다시 이어가는 식으로 재미를 더한다. 권성준과 함께했던 행운의 프라이팬 ‘실비아’가 ‘냉부’에서 어떤 운명을 거치는지도 ‘냉부’의 텐션에서 즐길 수 있는 재미 요소. 

 

‘원조 냉부 셰프’이자 ‘흑백요리사’로 다시금 이름을 드높인 최현석은 이 프로그램에서 없어서는 안 될 주인공 중 하나. 특유의 밉지 않은 허세는 여전하며, 그 허세를 제자 격인 권성준 셰프에게 가르치며 겹겹의 웃음을 피우는 중이다. 사진=JTBC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 화면 캡처

 

알다시피 ‘냉부’는 게스트들의 냉장고 속 재료로 제한시간 15분간 요리를 만들어내는 대결인데, 대결의 승자를 정하는 건 철저히 게스트의 입맛과 취향에 따른 것이라 셰프들의 부담이 적다. 설령 미쉐린 3스타 안성재 셰프가 나와 ‘이븐한’ 고기 요리를 만든다 한들, 게스트의 입맛이 ‘덜 이븐한’ 고기 요리라면 이길 수 없는 것이 ‘냉부’의 특징. 그러니 만화가이자 방송인인 김풍에게 권성준이나 윤남노 셰프가 져도 유쾌하게 승자를 치켜세우며 즐거워할 수 있는 것(물론 현실에서 업장 후배들 앞에서 위신이 안 설 수는 있다). 

 

‘흑백요리사’ 우승자로 유명해진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은 ‘냉부’에서 ‘아기 최현석’이란 캐릭터를 입으며 방송인의 매력을 적립하고 있다. 사진=JTBC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 화면 캡처

 

각 셰프들의 캐릭터가 겹치는 바 없이 확고하고 입체적이란 점도 ‘냉부’의 매력. 원조 셰프이자 ‘흑백요리사’로 다시금 인기를 얻은 최현석과 ‘요리계의 마교’이자 ‘김풍 매직’을 선보이는 김풍이 관록의 방송 센스를 보인다면, ‘흑백요리사’ 출신 권성준과 윤남노가 ‘막내 라인’을 구축하며 혈기왕성한 패기를 선보이는 식이다. 최현석과 닮은 꼴의 허세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권성준의 모습이나 ‘느좋(느낌 좋은) 셰프’로 불리는 손종원 셰프에 대항하는 권성준-윤남노의 ‘반느좋 연합’이 펼치는 활약이 대표적인 예. 

 

잘생기고 느낌 좋은 셰프의 대표 주자로 손종원 셰프가 등장하면서 권성준-윤남노 등이 ‘반느좋 연합’을 형성하는데, 이들의 활약 또한 재미나다. 사진=JTBC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 화면 캡처

 

게스트가 누구인지에 따라 웃음의 편차가 큰 보통의 예능과 달리 돌아온 ‘냉부’는 방송인 못지 않은 셰프들의 기상천외한 요리 실력과 ‘티키타카 호흡’으로 대한민국 둘째가라면 서러울 김성주와 안정환의 진행으로 편차 없이 고른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차준환-정재형이 게스트로 출연했던 지난 3월 30일 방영분은 문자 그대로 ‘미친 웃음’을 선사해 웃다가 눈물을 빼거나 사레가 들린 이들이 많았을 거다. 차준환이 요청한 ‘미친 듯이 먹을 수 있는 치팅 요리’에서 김풍이 선보인 ‘미미미미미미미치고 싶탕’ 요리를 보고 웃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프로 방송인 김성주마저 ‘쉴드’를 치지 못한 ‘지옥에서 온 미꾸라지’의 충격적 비주얼은 유튜브에서도 수백만 뷰를 기록할 만큼 큰 화제를 모았다. 

 

‘흑백요리사’에서 ‘요리하는 돌아이’이자 ‘불안핑’을 맡았던 윤남노 셰프는 ‘냉부’를 통해 천진난만한 막내 셰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 즐거운 그의 유쾌한 웃음에 보는 이들 또한 기분이 좋아진다는 반응. 사진=JTBC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 화면 캡처

 

5월 11일 방송에선 아시아 슈퍼스타 김재중과 추성훈이 게스트로 출연할 예정인데, 이전에 게스트로 나왔던 배우 장근석이 스페셜 셰프로 출연해 ‘냉부 원조 셰프’인 김풍과 대결한다고 해 벌써부터 눈길을 끈다. 특유의 허세로 ‘냉부’를 들었다 놨다 한 장근석인 만큼, 이번엔 셰프로 어떤 웃음을 줄지 기대만발이다. 

 

얼마 전, 국민 절반 이상이 ‘장기적 울분 상태’에 시달리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뉴스로 나온 적 있다. 심지어 응답자의 47.1%가 지난 1년 동안 건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적 있다고 답해 충격을 안겼다. 하긴 최근 몇 달 사이 정치나 사회면 뉴스를 보면 분노가 치솟을 때가 한두 번이었던가. 웃을 일 적은 지금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매일 조금씩 ‘냉부’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적어도 그때만큼은 마음 놓고 깔깔거리며 웃을 수 있으니까. 서사도, 감동도 없는 마구잡이 식의 정치를 지켜보는 것보단 마구잡이 식 요리를 보는 게 훨씬 정신건강에 좋다는 걸 ‘냉부’를 통해 깨닫게 될 거다. 일요일 저녁에 방영되니, 월요병이 두려운 직장인들에게도 추천.

 

‘냉부’의 레전드를 다시 찍은 김풍의 ‘미미미미미미미치고 싶탕’ 요리는 보고 또 봐도 포복절도하게 된다. 조금 우울하다 싶으면 그 영상을 보도록 하자. 사진=JTBC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 화면 캡처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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