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예술 소비 활성화를 위해 100억 원 규모의 공연·전시 할인권을 배포했지만, 대중음악과 대중무용은 제외됐다. 정부는 기초예술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고 설명하지만, 인디 음악가와 지역 대중예술계는 “생존의 문제를 외면한 결정”이라며 아쉬움을 표한다. 인기 장르보다 덜 주목받는 분야에 집중한다는 취지를 밝혔음에도 예술계 일각에서는 이번 지원이 예술 장르 간 ‘보이지 않는 위계’를 만들고 형평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문체부는 약 100억 원의 추경 예산으로 8월 8일부터 총 210만 장의 공연·전시 할인권을 배포했다. 놀 인터파크, 멜론티켓, 타임티켓, 티켓링크, 예스24 등 총 5개의 예매처에서 할인권을 발급했다. 할인권 구성은 공연 50만 장과 전시 160만 장으로 공연은 1만 원, 전시는 3000원이 할인된다.
예매처별 1인당 2매까지 할인권 발급이 가능하며, 비수도권의 공연과 전시는 추가로 2매 발급이 가능하다. 발급받은 할인권은 발급 종료일인 9월 19일까지 사용해야 한다.
할인권이 적용되는 공연 분야는 연극, 뮤지컬, 클래식 음악, 국악, 무용, 복합 등이며 대중음악과 대중무용은 제외됐다. 전시의 경우 미술관 등의 전시 공간에서 진행되는 시각예술 분야 전시와 아트페어 및 비엔날레에 적용할 수 있지만 산업 박람회 등은 제외됐다.
문체부는 이번 사업의 목표가 소비 진작에 있기 때문에 기초예술을 지원 우선순위로 뒀다고 밝혔다. 암표가 팔릴 정도로 인기가 많은 대중예술보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기초예술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대중예술계는 기초예술 위주의 사업이 예술의 위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클래식이나 뮤지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었던 반면, 대중음악 공연에는 인원 규제가 강하게 적용됐던 사례도 들었다. 인디 음악과 지역 대중예술 등은 사업 구조가 영세한 만큼 그 분야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말한다. 인디 음악가나 지역 대중예술 창작자도 기초예술 종사자와 마찬가지로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이들에게만 지원을 배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인디 음악가는 소규모 공연장이나 라이브 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아티스트와 공연장 모두 충분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할인권 등의 지원사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튜브 채널 ‘왓더뮤직’ 크리에이터 이현파 씨는 “멀티플렉스 영화관 할인권은 지급하면서 대중음악 공연장은 포함하지 않는 것은 당위성에 의문이 든다”며 “모든 대중음악 장르가 케이팝처럼 풍요롭지는 않고 팬데믹 이후로도 많은 클럽과 공연장이 문을 닫았다”고 강조했다.
지역 대중예술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 인프라가 부족해 관객 확보와 자금 유치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경북 기반의 문화기획사인 ‘인디053’의 이창원 대표는 “군 단위 문화취약지역의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정책 설계가 부족했다”며 “이번 할인권으로 생긴 예매처의 수입에서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등의 상상을 해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문체부는 인디 음악이나 마술쇼 등 소규모 공연에 관해서도 할인권 적용을 논의했으나 집행 가능성이 떨어져 제외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소규모 공연은 예매처에 등록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다른 대중예술 공연과 따로 분류되지 않는다”며 “대중예술 안에서 분리해 할인권을 발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구의 문화기획단체인 ‘오터스맵’ 송승태 대표는 “현재 공연법에 따라 거의 모든 공연장이 등록이 됐다”며 “관에서 의지가 있다면 규모별로 공연장을 분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연·전시 할인권은 인기를 끌며 8월 10일 기준으로 타임티켓을 제외한 모든 예매처에서 소진됐다. 놀 티켓과 예스24 등에서는 발급 시작 10분 만에 할인권이 모두 소진됐다. 유일한 비수도권 전용 할인권 예매처인 타임티켓은 트래픽 과부하로 인한 접속 장애와 지연이 발생해 사과문을 올릴 정도였다.
현재 남은 할인권은 138만 장 정도로, 비수도권 전용 할인권 위주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9월 19일까지 미사용된 할인권이 많으면 10월 중에 2차로 발급할 예정이다”라며 “2차 집행 때는 다른 예매처에서도 비수도권 할인권을 발급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핫클릭]
·
'유한양행·GC녹십자·셀트리온' 신약 미국 진출 1년, 성적표는?
·
[사이언스] "성간 천체는 외계인의 우주선" 이 말이 헛소리인 까닭
·
[K컬처 리포트] 아이돌 좋아하는 20대가 일본 가수에 빠진 이유
·
[K컬처 리포트]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인기가 '코리아니즘' 때문?
·
[가장 보통의 투자]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 K-콘텐츠 주가도 'up, up,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