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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리포트] K뮤지컬, 토니상 수상도 머잖았다

'어쩌면 해피엔딩' 10개 부문 후보 올라…'위대한 개츠비' 등 해외 성공 사례 점점 늘어

2025.05.23(Fri) 10:41:11

[비즈한국] 최근 한국 뮤지컬이 ‘K뮤지컬’이라고 불릴 만큼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뉴욕드라마비평가협회의 뮤지컬작품상(New York Drama Critics’ Circle)을 받은 데 이어 드라마리그어워즈(Drama League Awards)에서도 최고작품상과 연출상을 받았다. 2025 외부비평가협회상에서도 최우수뮤지컬, 각본상, 연출상, 음악상 등 주요 상을 받았기에 올해 토니상(Tony Awards)에서도 수상을 기대할 만하다. 작품상, 각본상을 비롯해 무려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어느 때보다 주요 부문 수상 가능성이 커 보인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2024년 국내 공연 모습. 사진=CJ ENM 제공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도 제68회 드라마데스크어워즈 ‘최우수 무대 디자인상’에 이어 2024년 미국 토니상 의상 디자인상을 받았다. 현재 영국의 웨스트엔드는 물론 미국의 브로드웨이에서 장기 공연을 통해 많은 해외 관객을 만나며 모범적인 사례가 되었다. 

 

이 두 작품은 해외에서 다른 방식으로 성공을 거둔 셈이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창작 뮤지컬이고,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 소설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창작 뮤지컬보다는 원작 뮤지컬이 현지인에게 더 친숙하다는 장점이 있다. 홍보 마케팅도 더 쉬울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원작을 사랑하는 팬심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의상이나 무대 디자인도 현지 정서와 고증에 맞아야 한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정을 받은 셈이다. 다만 대중적인 측면에는 어필할 수 있지만, 다른 ‘위대한 개츠비’ 작품들과 변별력을 가져야 하므로 작품상이나 연출상을 수상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반면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처음 접하는 스토리이기 때문에 대중적 인지도는 떨어질 수 있지만 잘 해낸다면 독보적인 작품성과 연출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작품의 구체적인 내용은 어떨까. 두 작품은 시공간도 다른 점이 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래 이야기다. 요즘 관심이 많은 인공지능 로봇을 소재로 한다. 여기에 보편적인 대중적 로맨스 코드를 결합해 헬퍼봇 스토리를 완성했다. 미래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현재 인간의 정체성을 통찰하게 한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과거의 이야기에 현재를 투영한다. 물질주의에 따른 도덕성의 위기를 다룬 작품인데 오늘날 현실과도 멀지 않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두 작품은 국내와 해외 아티스트들의 협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현지의 배우들을 통해 대중에게 파고들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 작가의 대본으로 한국에서 처음 공연된 작품이 브로드웨이에서 대규모 제작, 연출, 배우진과 ‘오픈런’으로 공연한 첫 사례다. 삽입곡은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박천휴(Hue Park)가 작사하고, 윌 애런슨(Will Aronson)이 작곡해 함께 작업한 점이 특징이다. 어떤 사례와 유형이 더 각별한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충분할 것이다.

 

농구를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이 해외에 진출한 사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학교와 지역 공공단체 협업의 모범적인 사례기 때문이다. 이 뮤지컬은 학교에서 시작해 지역문화재단을 거쳐 대학로에 입성한 뒤 이후 해외에서 성공했다. 애초 2016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창작플랫폼에서 탄생했다. 박해림 작가와 황예슬 작곡가의 협업에 학생 배우들이 의기투합했는데 마침 쇼케이스를 통해 알려졌고, 이후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의 지원을 받아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2017년 중국 베세토연극제에 초청됐고 2024년 2월 일본에서 라이선스 공연도 성공적으로 치렀다. 

 

‘전설의 리틀 농구단’은 ‘인핸스먼트 계약(enhancement deals)’ 덕에 발전했다. 이는 비영리 극장 또는 단체가 발굴한 작품을 민간 제작사에서 공연권을 임대해 보완하고 수익금 일부를 로열티로 받는 방식이다. 해외 뮤지컬 ‘레미제라블’, ‘렌트’, ‘스프링 어웨이크닝’ ‘넥스트 투 노멀’ ‘해밀턴’ 등이 인핸스먼트 계약 방식으로 완성돼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례다. 

 

무엇보다 요즘 국내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뮤지컬 제작 지원에 나서는 점이 고무적인 현상이다. 치열한 창작 과정을 통해 개발한 3~5개의 작품을 리딩 쇼케이스에서 선보여 심사, 선정한 후 정식으로 공연하는 것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공연예술 제작사 호리프로덕션(HORIPRO)처럼 해외 업체가 직접 대학의 리딩 쇼케이스에 참여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전국적으로 대학에 뮤지컬 학과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학교의 지원과 학생들의 의기투합으로 대중적 흥행은 물론 해외 진출까지 일궈내는 사례가 더욱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이런 사례와 모델이 뮤지컬에만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분야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리라 본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 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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