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2월 서울 양천구 아파트 매매 계약을 한 30대 후반 A 씨는 잔금 일정을 앞두고 은행에 대출 금리를 다시 문의했다. 지난달 대출을 신청할 때에는 이자율이 3.7%대였는데, 최근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대출금리가 조금 더 하락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 측에서는 채권 가격이 되레 오르면서 대출 금리가 올랐다며 3.8%대라고 금리를 안내했다.
최근 부동산 매매 증가와 함께 대출 신청도 급증하면서 이미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8영업일 동안 총 2조 7609억 원 증가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이 2조 1665억 원을 차지했고 신용대출도 6397억 원에 달했다.

#변동형이 고정형보다 금리 더 높다니…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6일 기준 5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2.63%로 전월 2.70%보다 0.07%P(포인트) 하락했다. 자연스레 은행권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하락했으나 대다수 차주가 5년 고정형 대출 상품을 이용하면서 체감 금리는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다. 특히 ‘고정형 대출 상품 유도’를 통해 가계부채를 통제하려 하는 정부의 입장이 반영되다 보니, 은행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실제로 A 씨는 향후 2~3년간 한국은행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은행에 변동형 대출금리를 문의했지만, 고정형보다 0.3%p 이상 높다는 답변을 들었다. 리스크 때문에 더 낮아야 하는 변동형 금리가 고정형 대출 상품 금리보다 높은 구조가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고정형 대출 상품을 이용하는 차주 비율이 90%에 달한다. 특히 최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높은 금리에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시행 전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고정형 대출 상품 금리가 되레 올라갔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실제로 은행들의 고정형 상품 금리는 높아지고 있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 4월 3.32%~4.78%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대출 신청이 급증하면서 6월 16일 기준 3.49%~5.01% 수준까지 상승했다. 그 사이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인하됐지만 차주들은 금리 인하에 따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금융당국 ‘단속’으로 불안심리 잠재울 수 있을까
이에 금융당국이 단속에 나섰다. 수도권 중심의 집값 상승과 금리인하 기대가 맞물리자 금융감독원은 16일 주요 은행을 소집했다. 은행마다 월별·분기별 공급계획을 초과해 대출을 무분별하게 취급한 사례가 없는지 점검하고, 만약 위규행위가 있을 경우 다음해 대출공급 계획을 축소하는 페널티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은행은 고DSR 비중을 전체 대출의 각각 5%, 3% 내로 관리해야 하는데, 이런 목표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파악하겠다는 취지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일부 은행들을 점검하는 한편 대출 증가세가 줄어들지 않을 경우 추가 대응 카드도 꺼내든다는 계획이다.
특히 부동산 매수세가 몰리는 수도권에는 가산금리를 더 높게 부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때문에 은행권에서 자체적으로 조치하던 일일 대출 접수 제한이나 대출 조건 강화 등도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 금리도 낮아져야 하는 게 맞지만 금융당국에서 ‘영끌’을 막기 위해 금리를 중심으로 여러 조치를 하다 보니 5년 주담대 금리는 되레 떨어지지 않는 상황이고 은행들도 금융당국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면서도 “주담대 및 금리 인하 제한 등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는 것은 역부족 같다”고 우려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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