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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피플] 신성통상 자진 상폐 재추진, 염태순 회장 비난 받는 까닭

비상장사 되면 3800억대 이익잉여금은 오너 일가 주머니로…'착한 기업' 이미지 훼손

2025.06.17(Tue) 15:34:39

[비즈한국] 신성통상이 1년 만에 자진 상폐를 위해 공개매수 재추진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 결정이 염태순 회장 일가가 회사 이익을 독식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사진=신성통상 홈페이지

 

#Character(인물)

 

염태순 회장은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북에서 내려온 부모는 동대문에서 포목상을 했다. 서울 경동고 졸업 후 1973년 서강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고, 1980년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에는 연극에 빠져 지냈다. 서강대 연극서클인 ‘서강극회’에서 활동했고, 배우 문성근 씨와 단짝으로 지냈다. 그때의 인연으로 문화투자사인 ‘유니코리아’의 자금담당 이사로 참여하고, 영화 제작 등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기도 했다.

 

배포가 크고 과감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경영자는 ‘위험감수자’가 돼야 한다는 말을 종종 했다. 대외적으로 얼굴 비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염 회장은 막내아들인 염상원 씨를 후계자로 정했다. 염상원 씨 위로는 누나 셋(염혜영, 염혜근, 염혜민)이 있다. 염상원 씨는 2020년 신성통상에 경영지원본부 과장으로 입사해 2022년 가나안 사내이사로 올랐다.

 

#Career(경력)

 

대학 졸업 후 염 회장은 작은 가방회사인 효동기업에 입사했다. 연극에 빠져 지내느라 늦은 나이에 대학을 졸업해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효동기업은 입사에 나이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방 무역 시장에 대해 알게 된 염 회장은 1983년 회사를 나와 자본금 1700만 원으로 ‘가나안상사’를 창업했다. 창업 다음해인 1984년만 해도 가나안상사의 매출은 2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염 회장은 해외로 제품 생산 공장을 옮겨 수익성을 높였다. 1990년대 초에는 가방 브랜드 ‘아이찜’을 선보여 성공을 거뒀다.

 

1997년 외환위기가 그에겐 기회가 됐다. 수출기업인 가나안상사를 통해 달러를 많이 보유한 상황에서 외환위기로 환율이 급등해 큰돈을 벌게 된 것. 염 회장은 이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2002년 부도 난 대우 계열사 신성통상을 인수했다. 당시 매출 1000억 원 규모의 가나안이 3000억 원 규모의 신성통상을 인수한 것을 두고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얘기도 나왔다.

 

2004년 캐주얼 의류 전문 계열사인 에이션패션을 설립했다. 2012년 국가산업발전에 기여한 기업인에게 주어지는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염태순 회장은  2002년 부도가 난 대우 계열사 신성통상을 인수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Capability(역량)

 

‘탑텐’을 매출 1조 원 브랜드로 키웠다는 점에서 경영 능력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다. 염 회장은 일본 SPA(스파) 브랜드인 유니클로를 따라잡기 위해 2012년 토종 스파 브랜드 탑텝을 선보였다. 염 회장은 탑텐 론칭 후 5년간을 ‘사업하며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꼽는다. 탑텐은 매년 적자를 내며 의류 시장에서 크게 주목 받지 못했지만, 신성통상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굿즈인 ‘평창 롱패딩’의 제조사로 알려지며 가성비 브랜드로 인지도를 높였다.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번지던 시기 유니클로의 대체재로 떠올라 매출이 급증했다.

 

탑텐이 가성비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던 데는 염 회장의 글로벌 소싱력이 큰 역할을 했다. 신성통상은 꾸준히 자체 해외 공장을 확대해 품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할 수 있었다. 염 회장은 일일이 해외 공장을 돌아다니며 시스템 구축에 애썼다고 알려진다.

 

염태순 회장은 2012년 유니클로를 따라잡을 토종 스파 브랜드를 만들겠다며 탑텝을 선보였다. 사진=신성통상 홈페이지

 

#Critical(비판)

 

지난해 6월 신성통상은 자진 상폐를 목표로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 소액주주 배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신성통상은 3000억 원대 이익잉여금을 쌓아두고도 2012년 주당 5원을 배당한 후 현금배당을 하지 않았다. 이에 소액주주 중심으로 주주 환원책에 대한 요구가 커지자 신성통상은 공개매수 후 자진 상폐로 대응했다. 하지만 공개매수가인 주당 2300원이 너무 낮다고 투자자들이 반발하면서 공개매수는 실패했다.

 

최근 염 회장은 자진 상폐 재추진에 나섰다. 신성통상의 1·2대 주주인 비상장사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7월 9일까지 주식 2317만 8102주를 공개매수할 예정이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4100원이다. 신성통상 측은 자진 상폐 추진 배경에 대해 “경영활동의 유연성, 의사결정의 신속함을 확보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키고자”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오너 일가가 수천억 원의 이익을 독식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성통상이 비상장사로 전환되면 약 3800억 원(2025년 3월 말 기준)에 달하는 이익잉여금은 염 회장 일가에게 돌아간다. 주주 사이에서는 신성통상이 애국 마케팅으로 탑텐을 키워놓고는 오너 일가 배만 불리는 선택을 했다는 비난도 나온다.

 

작년 국정감사에서는 염 회장이 주식 내부거래를 통해 자녀에게 지분을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Challenges(도전)

 

신성통상은 긍정적 기업 이미지가 성장 동력이 됐다. ‘평창 롱패딩’을 통해 품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는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으며 소비자들에게 인지도를 높였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대되던 때에는 ‘애국 기업’, ‘토종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아 반사이익을 챙겼다.

 

하지만 염 회장은 자진 상폐 추진을 선택하면서 그간 공들여 쌓은 ‘착한 기업’ 이미지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주주 사이에서는 주주가치를 무시하는 신성통상과 같은 기업은 불매해야 한다는 격한 반응도 이어진다.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진 상폐를 선택한 염 회장의 결단이 향후 신성통상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목된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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