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3일 치러진 21대 대통령선거 이후 코스피가 연일 ‘허니문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날인 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1.87포인트(2.66%) 오른 2770.84로 마감했다. 다음 날인 5일에도 2800선을 돌파했고, 9일 장중에는 2863.19까지 오르며 사흘 연속 상승했다. 코스피가 장중 286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7월 17일(2868.58)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이번 랠리의 배경에는 미중 협상 기대감에 따른 반도체주 강세, 자본시장 선진화 기대가 반영된 금융주 상승이 있었다. 건설·지주회사 등 정책 수혜주도 주가가 올랐다.

특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일부터 9일까지 3거래일 동안 2조 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들은 SK하이닉스 6391억 원, 삼성전자 4240억 원어치를 집중 매수하며 상승장을 이끌었다.
국내 증시의 연일 강세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 즉 추경 추진 기대와 정책 불확실성 해소 덕분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지금이라도 매도해야 하나”, “코스피가 얼마나 오를까” 등의 고민이 오가고 있다. 오랜만의 강세장에 오히려 불안하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분간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저평가 영역에서 벗어나 밸류에이션 정상화만으로도 3000시대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는 바닥 대비 23% 상승했다”며 “탄력은 다소 떨어지겠지만, 코스피 2900포인트대까지 상승 가능성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재명 대통령 신정부 출범은 국내 증시에 긍정적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익 증가 기대보다는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중심이지만, 외국인·기관·개인 매수세가 동반되는 점은 고무적 변화”라고 짚었다.
정부가 ‘여대야소’ 정치 구도 속에서 출범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여대야소 상황은 정부가 국회의 지원을 등에 업고 정책을 원활하게 결정할 수 있는 만큼, 정부 주도 산업구조 전환이 용이한 시점”이라며 “주식시장 측면에서도 정책 추진력에 따라 수혜 업종이 형성되고, 주도주로 자리매김하는 등 증시 역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정부 정책 수혜 업종으로는 대표적인 내수주 외에도 지주회사주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지주회사 관련주들은 상법 개정안,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오는 12일에는 이 대통령이 당선 전 신속 추진을 약속했던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라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 대통령의 당선 확정 직후 지주사 주가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며 “기관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내 지주회사 편입 비율이 매우 낮아, 수급 쏠림 현상도 크게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양 연구원은 또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요인이 지속된다면 지주회사 주가는 향후에도 집단적 상승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기대감이 사라지면 결국 옥석가리기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J·LS 등 거버넌스 이슈가 부각된 종목들을 중심으로 종목별 차별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입법부와 행정부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안인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개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무분별한 추격 매수보다는 주력 사업의 업황, 자체 상승 모멘텀 보유 여부 등을 고려한 선별적 투자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외 변수는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다. 향후 미중 관계, 미국 경제지표, 연방준비제도(연준) 정책 변화 등은 투자심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단기 과열 국면에서는 일부 차익 실현을 고려하되, 정부 정책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 중심으로 분할 매수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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