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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GS리테일 '불공정 파견·판촉비' 재판 패소, 홈쇼핑 갑질 관행에 제동

납품사에 일방적 부담 지우는 게스트 파견은 '위법'…업계 줄소송, GS리테일 "상고로 추가 판단 구할 것"

2025.07.31(Thu) 10:02:01

[비즈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홈쇼핑 방송 하나 따내려면, 납품업체는 출연료며 판촉비며 알아서 다 부담해야 했습니다. 계약서요? 그런 거 없습니다. ​그냥 ​‘해줘야 방송 나간다’는 말 한마디면 끝이었죠. 반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팔고 남은 제품은 죄다 반품됐고, 운송비며 재고 비용은 다 우리가 감당했습니다. 홈쇼핑 본사는 그저 ‘우리 요청은 아니고, 당신들이 원해서 반출한 걸로 정리하자’는 문서 하나를 들이밀었을 뿐이죠.” 

 

홈쇼핑업체가 별도 서면 계약 없이 연예인 게스트, 시연모델 등 외부 출연자를 납품업체로부터 받아 사용하는 행위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홈쇼핑 방송에는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등이 출연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법원은 출연자가 업체의 실질적인 대표이거나 직접 돈을 투자해 책임을 나눠 갖는 등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홈쇼핑 파견 인력과 같은 성격이 있다고 봤다. 

 

사은품 행사나 상품평 이벤트의 경우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 미리 약정서를 쓰지 않고 납품업체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관행에도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홈쇼핑 재고의 반품은 예외적으로만 허용되고, 반품 사유 입증 책임은 대기업인 홈쇼핑에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GS리테일이 공정위 과징금·시정명령 처분에 불복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대법원 상고를 결정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GS타워 전경.사진=비즈한국DB


​GS홈쇼핑을 운영하는 GS리테일이 ​홈쇼핑 업계의 ‘관행’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시정명령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번 판결은 10억 원대 과징금을 물게 한 공정위 제재가 타당하고 실효성이 있다고 인정한 것으로, 홈쇼핑 업계 전반에서 이뤄지던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을 필요성이 재차 부각됐다는 평가다. 

 

GS리테일​이 상고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사안은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함께 시정명령을 받은 업계가 줄줄이 소송전에 나선 만큼 최종 판결의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GS리테일, 공정위 시정명령 취소 소송 ‘패소’

 

지난달 11일 서울고등법원 행정6-2부(부장 최항석·백승엽·황의동)는 GS리테일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의 소송을 기각했다. 

 

앞서 2021년 12월 공정위는 홈쇼핑 업계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판촉 비용 전가 △납품업자 종업원 등 부당 사용 △부당 반품 행위 등을 해왔다며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해당하는 총 7개 사안 관련 TV홈쇼핑 7개사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의 결정은 법원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

 

과징금 규모는 △GS홈쇼핑(GS리테일) 10억 2700만 원 △롯데홈쇼핑(옛 우리홈쇼핑) 6억 4500만 원 △NS홈쇼핑 6억 100만 원 △CJ온스타일(CJENM) 5억 9200만 원 △현대홈쇼핑 5억 8400만 원 △홈앤쇼핑 4억 9300만 원 △공영쇼핑 2억 400만 원 등으로 GS홈쇼핑에 가장 많은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위는 약 4년 전 TV홈쇼핑 7개사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에 대해 제재에 나섰다. 사진은 TV홈쇼핑 촬영 현장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다. 사진=연합뉴스


#연예인도 종업원? ‘파견’ 어떻게 인정됐나

 

종업원 부당사용 행위는 제재 대상 7개사가 공통적으로 시정명령 처분을 받은 사안이다. 재판부는 이 문제에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하며 법리적으로 GS리테일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홈쇼핑 방송에는 상품을 소개하거나 시연하는 출연자, 스튜디오 현장에서 방청객처럼 제품에 반응하거나 분위기를 띄우는 인력 등이 참여한다. 판매 성과를 위해 주목도가 높은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기용되는 경우가 많다. GS홈쇼핑은 2020년 6월까지 1년 반 동안 업체 144곳의 상품으로 505건의 판매 방송을 진행하면서, 파견 조건에 대한 서면 약정 없이 이 같은 인력을 본사 스튜디오에서 근무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GS리테일은 방송 출연자는 종업원이 아니며 ‘파견’ 개념도 적용되지 않고, 업체들이 해당 인력을 기용하는 건 이익을 위한 선택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자신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둔 사업자가 아니어서 관련 법 적용 대상이 아니고, TV홈쇼핑 표준계약서상 인건비는 ‘방송제작비’이기 때문에 해당 조항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GS리테일​ 측 주장이 법률 해석 및 업계 현실과 배치된다고 봤다. 

 

대규모유통업법 제12조는 납품업체 종업원의 부당한 파견을 금지한다. 법원은 GS리테일이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대규모유통업자라고 명시했다. 이 법률의 전신인 ‘대규모소매업 고시’에서 TV홈쇼핑을 규정했고, 지금도 별도로 규정하지 않을 뿐 기본 정의와 시행령 등을 고려하면 홈쇼핑 사업자도 대규모 유통업자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설비를 갖춰 사업 영위를 위해 운영하는 스튜디오도 사업장에 해당한다며 폭넓게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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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리테일은 방송 출연자의 경우 종업원이 아니며 파견 개념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픽사베이

 

홈쇼핑 출연자의 ‘고용’ 및 파견 여부와 관련해서는 실제 근무 형태나 통상적인 인식 기준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법의 ‘고용’은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 또는 ‘민법상 고용’으로 한정된다고 볼 수 없고 위임이나 도급 등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납품업자등을 위해 대규모유통업자의 사업장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를 모두 포함한다”고 판시했다. 

 

유명인이라고 해서 예외가 인정되는 건 아니다. 연예인이나 패션디렉터·셰프·스타일리스트 등 인플루언서, 쇼핑호스트의 경우에도 업체 측에 고용된 종업원과 같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들이 △위임·도급과 유사한 계약을 업체와 체결하고 △본인 사업의 이익이 아닌 타인의 영업활동에 기여하기 위해 △홈쇼핑에 출연해 노무를 제공했다는 점이 근거로 지적됐다. 

 

직접 돈을 투자해 이익과 손실을 분담하는 동업 관계처럼 특수한 조건이 붙으면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판단 기준도 제시했다. 소고기 구이 등 상품 개발부터 공동 투자, 사업 운영까지 법인의 실제 주인으로 볼 수 있는 유명 셰프 A 씨나, 마찬가지로 설립 이후부터 이사, 감사 등으로 재직하며 지분을 갖고 있는 뷰티 브랜드 대표 B 씨 등은 종업원에 해당하지 않는 사례로 거론됐다. 

 

업체 쪽 출연자를 방송에 내보내는 게 파견에 해당하느냐를 두고는 대규모유통법의 입법 취지나 내용, 파견의 사전적 의미를 종합해 이들을 홈쇼핑 방송에 출연시키고 상품의 판촉 및 관리 업무에 종사하게 한 행위는 파견에 해당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게스트, 모델과의 계약이 납품업체의 영업기밀이라 사전 서면 약정이 어렵다는 GS리테일 측 주장에 대해서는 비용 전가의 정당성 입증 책임은 홈쇼핑사에 있다고 일축했다. “납품업자가 비용 공개를 원하지 않을 경우 최소한 그 구체적인 사유를 서면으로 작성하는 등의 행위를 할 필요가 있었음에도 원고가 위와 같은 내용의 의무를 이행했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반품·판촉비 전가도 ‘부당’, 홈쇼핑 관행 대법원 간다

 

GS가 철퇴를 맞은 대표적인 사안은 반품 금지(대규모유통업법 제10조) 위반 행위였다. 전체 과징금의 절반에 가까운 5억 원이 이 항목에서 부과됐다. 재판부는 반품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GS리테일은 2019년 하반기까지 1년 6개월 간 휠라코리아 등 8개 업체로부터 직매입 거래로 공급받은 766개 품목(상품 62399개·매입금액 18억 5600만 원)을 반품하면서 약 100개 품목은 ‘반출요청서’만 받고 나머지 품목 상품에 대해서는 반출 필요성 증빙 공문 등을 함께 받았다. 반출요청서란 납품업체가 “우리 물건을 회수해 가려하니 돌려달라”고 홈쇼핑에 요청하는 공식 문서다. 

 

GS리테일은 상고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기로 결정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GS홈쇼핑 본사 전경. 사진=비즈한국DB


GS리테일은 이 절차가 납품업체의 자발적인 반출 의사를 보여주는 충분한 증거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구체적인 내용을 살피며 부족하다고 봤다. 납품업체가 굳이 반품을 다시 요청해 운송비 등 반품·재판매·재고 보관에 드는 비용과 반품에 따른 대금의 환불·공제 부담까지 떠안으면서 반품을 받으려고 하는 이유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증빙자료란이 공란인 다수 사례 △불충분한 자발성 입증 △빈약한 재판매 계획 등이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  

 

‘사은품 2개 제공’ 등 이벤트에 적용되는 판촉비 전가(대규모유통업법 제11조) 위반에 대해서는 사은품 행사 및 상품평 이벤트 비용과 관련해 사전에 기명날인한 서명으로 약정하지 않고 납품업자에게 부담을 지운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공정위 조사 당시 회사가 이를 인정하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기각 판결을 받아든 GS리테일이 상고를 결정하면서 재판은 대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고등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사실 관계에 대한 판단을 추가로 구할 부분이 있어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제재 이후 주요 기업들이 불복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향후 법원 판단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공정위 조치를 계기로 불공정 판촉비 전가와 인력 파견 관행이 법적 쟁점으로 부각된 가운데, 특히 업계는 연예인 등 특별 출연자도 납품업체 종업원으로 인정된 점 등을 우려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GS리테일은 “당사는 대법원 판결에 앞서, 공정위의 시정명령 등에 대해서는 서면약정을 강화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를 엄격히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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