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상반기 유한양행, GC녹십자, 셀트리온 신약의 미국 성과 희비가 엇갈렸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라즈클루즈(국내 브랜드명 렉라자)’는 경쟁하는 1차 치료제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보다 2배 이상 성장률을 기록하며 장밋빛 전망이 기대되고, GC녹십자의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는 회사 내부 기대만큼 착실히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 연 매출 전망치가 지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은 2분기 라즈클루즈와 면역항암제 ‘리브리반트’ 매출로 1억 7900만 달러(2488억 원)를 기록했다. 1분기(1억 4100만 달러, 1960억 원)보다 27%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타그리소의 미국 내 성장률(12.2%)보다 두 배 이상 높아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J&J에 따르면 라즈클루즈와 리브리반트 병용투여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23.7개월로, 타그리소 투여 환자(16.6개월)보다 평균 7개월 이상 길었고 반응 지속 기간(DOR)도 9개월 더 긴 25.8개월로 분석됐다.
다만 유한양행으로서는 J&J로부터 수령하는 로열티 수익은 아직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이다. 1분기 20억 원, 2분기 34억 원의 로열티를 받았다. 라즈클루즈는 유한양행이 2015년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에서 도입한 뒤 2018년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얀센에 글로벌 판권을 기술수출해 라즈클루즈 글로벌 순매출의 두 자릿수 로열티를 받는다. J&J의 라즈클루즈 할인 및 마케팅, 미국에서 합법적인 리베이트 비용 등이 순매출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실제 매출보다 로열티 산정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수령한 로열티의 40%를 오스코텍·제노스코와 나눠야 한다.
그럼에도 라즈클루즈는 장기적으로 유한양행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J&J는 라즈클루즈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연 매출이 50억 달러(6조 9495억 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 IV(정맥주사) 제형은 물론 SC(피하주사) 제형의 리브리반트와 라즈클루즈 간 병용요법이 연내 FDA 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병용요법의 매출 규모는 한층 확대될 공산이 크다. 여기에 J&J와 기술수출 계약에서 앞으로 수령하게 될 마일스톤도 7억 2500만 달러(1조 77억 원)나 남았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라즈클루즈 병용요법에 대해 의사들의 처방이 증가하며 현재 1차 치료 환자의 약 25%에서 병용요법이 선택되고 있다”면서 “하반기 병용요법의 최종 mOS(중앙 생존기간) 결과 발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 1차 선호요법에 등재 등의 모멘텀이 예정돼 있다”고 바라봤다.
지난해 7월 미국에 출시된 GC녹십자의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는 시장에 순조롭게 안착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알리글로의 지난해 매출은 450억 원으로, 출시 첫해 목표인 6000만 달러(834억 원) 달성에 실패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올 상반기 매출 550억 원을 달성한 것으로 파악돼 알리글로 출시 당시 세운 올해 연 매출 목표 1억 달러(1391억 원) 달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혈액제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알리글로 허가 당시 이러한 현지 상황을 들어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는 게 공공이익에 부합한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면역글로불린 제제는 미국에서 희귀의약품 및 필수의약품으로 등재돼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매 분기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외부에 가이던스로 공표한 연내 1억 달러 매출 달성은 크게 문제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한양행, GC녹십자와 달리 셀트리온의 신약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3월 미국에 출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의 매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지 못해서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당초 짐펜트라 출시 첫해인 지난해 매출 2500억 원, 올해 1조 원을 달성한 뒤 향후 5조 원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직접 미국에 가 현지 의사들을 대상으로 짐펜트라 영업 활동까지 펼쳤다.
하지만 올해 매출 목표치는 7000억 원(1월 제시), 3500억 원(3월 제시)으로 계속 떨지고 있다. 짐펜트라의 총 누적 매출은 720억 원, 올 상반기 매출로 절반인 360억 원을 올렸다.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 제품과 다른 신약의 미국 내 의약품 유통 과정에 대한 판단 착오도 짐펜트라 매출 부진 원인으로 꼽았다. 다른 바이오시밀러 제품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에 등재되면 곧바로 공·사보험에 등록되는 것과 달리, 짐펜트라의 경우 1년가량 소요돼 시장 확대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짐펜트라는 인플릭시맙 성분의 최초 SC 제형이라는 점이 강조돼 미국에서 신약으로 출시됐지만, J&J의 ‘레미케이드’를 오리지널 의약품으로 하는 바이오베터 제품이다. 레미케이드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 가운데 3종의 바이오시밀러 제품과 경쟁 중이다.
서 회장의 포부를 믿었던 주주들로서는 짐펜트라의 부진에 원성이 크다. 짐펜트라 매출 가이던스가 잇따라 낮아지면서 셀트리온의 전망을 신뢰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주주들은 “회사에 속았다”, “대외적으로 엄청난 불신과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임원이 책임져라”, “왜 외국인에게 외면받고 시장에서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는 대체로 짐펜트라가 연 매출 1200억~1700억 원대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어 2000억 원 달성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과도한 기대치가 낮아진 만큼 앞으로 점진적 매출 우상향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재원 iM증권 연구원은 “제품 자체의 문제는 없어 SC 제형 장점을 내세워 IV 제형에서 SC 제형으로 스위칭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면서 “마케팅 성과가 하반기 짐펜트라 매출 성장의 키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를 통해 주간 처방량 추이도 우상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최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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