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곰표 밀맥주 상표권 문제를 둘러싼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갈등이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세븐브로이도 반소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세븐브로이도 법적 맞대응 준비
5월 30일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은 채권자가 채무 이행을 주장하거나 채무가 아직 청산되지 않았다고 주장할 때, 채무자가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받으려는 소송이다. 세븐브로이는 대한제분이 곰표 밀맥주 재고 손실 피해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이에 대해 대한제분은 배상 책임이 없다며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 같은 소송에서는 피고 측에서도 반소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원고가 ‘채무가 없다’고 주장하는 데 맞서 피고는 ‘손해배상 채무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방식이다. 만약 세븐브로이가 반소를 제기하면 법원은 두 사건을 병합해 함께 심리한 뒤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된다.
반소는 답변서 제출 기한인 30일 내 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세븐브로이는 기한이 한참 지난 현재까지도 반소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반소 제기 계획은 있다”며 “아직 법원에서 제출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며, 일정이 확정되면 그에 맞춰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븐브로이가 반소를 서두르지 못한 데는 기업회생 절차가 영향을 미쳤다. 5월 28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한 세븐브로이는 법원 관리로 자금 사용에 제약이 생겨 소송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앞서의 관계자는 “회생 절차가 진행 중이라 변호사 선임이 쉽지 않았다. 최근 무상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변호사분들이 나서주셔서 현재 반소를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대한제분은 이번 채무부존재확인 소송과 별도로 세븐브로이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한제분 측은 “현재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준비 중이며, 이후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직 소송은 제기하지 않았다.

#이건영 대한제분 회장, 국감 증인 채택 검토
‘곰표 밀맥주’의 상표권 및 제조 노하우를 둘러싼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분쟁은 장기화되는 분위기다. 양 사 갈등은 2023년 상표권 계약 만료로 곰표 밀맥주 제조사가 세븐브로이에서 제주맥주로 변경되면서 본격화됐다. 세븐브로이는 주력 상품 생산 중단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대한제분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한제분은 계약 종료 절차에는 문제가 없었으며, 이후 세븐브로이의 허위 주장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됐다고 맞섰다.
갈등이 커지자 국회까지 나서 중재를 시도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진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두 회사가 대화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만 중재가 가능할 텐데, 지금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현재로서는 (조정이)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븐브로이는 곰표 밀맥주 재계약에 실패한 뒤 실적이 악화됐다. 지난해 매출은 84억 원으로 전년(120억 원) 대비 32% 감소했고, 영업 손실은 90억 원에 달했다. 결국 지난 5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업계에서는 오는 9월 중 회생절차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세븐브로이는 회생 절차 속에서도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신제품 판매 추세가 긍정적이다. 일부 제품은 공급이 달릴 정도”라며 “그간 곰표 밀맥주에 집중하느라 방치됐던 기존 제품군의 판매를 촉진시키기까지 1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현재 매출이 전년 대비 2배가량 늘며 정상 궤도에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한제분이 적어도 6개월간 곰표 밀맥주 재고를 판매하게만 했더라면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진 않았을 것이다. 작은 회사가 법적 분쟁에 임직원들이 매달리느라 정상영업이나 제품 개발 등이 불가능했다”며 “지난해 국감 이후 회사를 추스르며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제분 측은 “당사도 분쟁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세븐브로이의 거짓 주장으로 인해 피해를 묵과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며 “오랜 전통의 브랜드 가치와 소비자 신뢰를 지키기 위해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갈등은 올해 국감에서도 다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치권에서 이건영 대한제분 회장의 증인 채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해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 관련 사안이 거론되고 있으며, 현재 검토 단계에 있다”라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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