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오롯이 작가를 지원하기 위한 기획으로 시작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가 10년을 이어왔다. 처음 마음을 그대로 지키며 230여 명의 작가를 응원했다. 국내 어느 언론이나 문화단체, 국가기관에서도 시도한 적이 없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 10년의 뚝심이 하나의 가치로 21세기 한국미술계에 새겨졌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10년의 역사가 곧 한국현대미술 흐름을 관찰하는 하나의 시점’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이제 시즌11에서 한국미술의 또 하나의 길을 닦으려 한다.

아름다움을 만드는 기술을 ‘미술’이라고 한다. 아름답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보기에 좋고, 자꾸 보고 싶어지고,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재단하는 기준은 시대나 환경에 따라 달라졌다. 그래서 예술가들은 아름답지 않은 것에서도 아름다움의 가치를 찾으려고 꾸준히 시도하고 노력했다.
르네상스 말기 화가 카라바조는 추한 인물을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의 실체를 찾으려고 했다. 낭만적 사실주의의 천재화가로 평가되는 제리코는 시체나 절단된 동물 사체를 대상으로 새로운 아름다움의 가치에 다가서려고 했고, 스위스 상징주의 화가 뵈클린은 죽음의 모습에서 괴기스런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독일과 북구의 표현주의 화가들도 결코 아름답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미지를 통해 아름다움의 개념을 넓혔다. 노르웨이 화가 뭉크는 우울, 불안, 공포 같은 것에서, 독일 화가 콜비츠는 가난과 굶주림의 고통에서 아름다움의 또 다른 얼굴을 찾아냈다.
그런가 하면 영국 포스트모더니즘을 이끈 프란시스 베이컨은 마약과 동성애, 폭력이 버무려진 뒤틀린 인간상에서, 충격적 이미지로 스타가 된 영국 현대미술가 데미안 허스트는 엽기적 아름다움을 통해 이 시대가 고민하는 아름다움의 모습을 제시했다.
이들은 이처럼 아름답다고 하기 어려운 이미지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그것은 ‘진실’일 게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인간을 둘러싼 진실의 모습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찾아내 보여주는 것이 예술의 목적이라고 생각했다.

채정완의 회화도 이런 작가들의 생각과 같은 선상에서 다가서야 한다. 그의 그림은 검고 음울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강력한 메시지를 드러내기 위해 흑백의 모토 톤 위주로 작업한다. 반면에 이미지는 매우 사실적이며 분명하다.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스미스 요원을 연상시키는 정장 차림의 인물들이 다양한 행동으로 작가가 던지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래서 작가의 그림을 보면 불편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통해 채정완이 말하고 싶은 진실은 무엇일까. 강력한 힘을 가진 집단이 자신들의 뜻대로 사회를 조종하는 권력의 모습을 조롱하고 싶은 것이다. 무겁고 강한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표현했는데도 설득력을 보이는 이유는 블랙 유머 코드로 화면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판치는 요즘 진지함을 보여주는 채정완의 그림이 새삼스럽게도 신선함으로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민주화세력이 민중적 가치를 내세워 만든 세상이 왔는데도 말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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