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농심이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신사업 투자에 속도를 올릴 전망이다. 신 부사장은 2023년 말부터 농심의 신사업 부문을 책임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진 못했다. 이번 승진으로 신 부사장은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영 전면 나서는 농심 오너 3세 신상열 부사장
최근 농심은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전무)을 내년 1월 1일부로 부사장으로 승진시킨다고 밝혔다. 1993년생인 신 부사장은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이다. 2019년 평사원으로 농심에 입사한 뒤 구매·기획 부서를 거쳐, 2021년 스물아홉의 나이에 구매 담당 상무로 발탁됐다. 당시 신 부사장은 ‘농심의 첫 20대 임원’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2024년 전무로, 그리고 1년 만에 부사장으로 또 한 번의 승진하며 신 부사장은 입사 6년 만에 경영 핵심라인으로 올라섰다.
최근 식품업계 전반에서는 오너 3·4세를 경영 전면에 배치하는 흐름이 짙어지고 있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최근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의 장남인 전병우 운영최고책임자(COO)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전 전무는 1994년생으로 2019년 삼양식품에 입사한 지 6년 만에 전무 자리에 올랐다. CJ그룹도 미래기획그룹을 신설하고 1990년생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미래기획실장을 그룹장으로 선임했다.
이 같은 흐름은 내수시장 정체와 글로벌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한 변화로 풀이된다. 기존의 안정적·보수적 경영 방식으로는 성장 한계가 분명해지자, 새로운 시장과 사업 발굴을 위해 과감하고 유연한 리더십을 가진 젊은 오너 세대를 전면에 내세우는 분위기다. 농심 측도 “전체적인 회사 분위기 쇄신 등을 위해 인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젊은 오너 세대가 검증된 성과 없이 빠르게 요직에 오르는 흐름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입사 후 짧은 기간 내 승진이 이어지면서 ‘경영 능력보다는 승계가 앞섰다’는 비판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신 부사장도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각에서는 그가 총괄해온 신사업이 아직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 받는 상황에서, 승진 속도가 과도하게 빠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 부사장은 2023년 말 신설된 미래사업실을 맡아 펫푸드, 스마트팜, 건강기능식품 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지만, 사업 가운데 시장 점유율이나 매출 규모를 공개할 만큼 성과가 입증된 사례는 아직 없다.
지난해 7월 론칭한 펫푸드·영양제 브랜드 ‘반려다움’은 반려견 영양제 3종으로 시장에 진입했으나, 경쟁이 치열한 펫푸드 시장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확보하지는 못하고 있다. 농심은 반려다움의 매출·성장률 등 핵심 지표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아직 평가할 만큼의 규모가 아니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건강기능식품 ‘라이필’ 역시 사내벤처에서 출발해 정식 사업으로 전환됐지만, 시장 영향력 확보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스마트팜은 그나마 농심의 신사업 가운데 외형적으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평 규모의 양산형 스마트팜을 구축했고, 2022년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을 오만에 수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과 스마트팜 수출 MOU를 맺어 수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 역시 구체적인 매출 규모와 수익성은 공개되지 않고 있어, 실제 사업성과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의 실제 성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오너 3세의 승진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도 자연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신 부사장이 이끄는 미래사업실은 당장 성과를 내기보다는 시장 확대와 신사업 발굴을 담당하는 조직”이라며 “펫푸드 부문은 여전히 사내벤처 단계에 머물러 있어 정식 사업으로 편입되지 않은 만큼 매출 등 구체적인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팜 사업에 대해서도 “사내벤처를 거쳐 공식 사업화되긴 했지만, 기술 기반 성격이 강해 매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아니어서 별도의 매출 지표를 밝히지 않고 있다”며 “당장 1~2년 내 실적이 나오기보다는 장기적 성과를 기대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라면만으로는 한계, 농심 신사업 찾기 골몰
농심은 신사업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라면·스낵 중심 구조만으로는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렵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농심은 현재 매출의 절반 이상이 라면 사업에서 발생한다.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매출에서 라면 사업의 비중은 84.4%에 달했고, 해외법인을 포함한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도 라면 사업의 비중이 52.3%로 절반을 넘었다.
문제는 국내 라면 시장의 성장 정체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라면 의존도가 높은 농심으로서는 외형 확대에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소맥·팜유 등 수입 원재료 가격과 환율 변동에도 민감해, 외부 환경에 따라 실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구조적 취약요인으로 지적된다. 라면이 대표적 ‘국민식품’으로 꼽히는 만큼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와 정부의 저항이 크다는 점도 수익성 방어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농심 관계자는 “내수시장 침체로 인해 기존 사업만으로는 성과가 나오기 힘든 부분이 있다. 때문에 단순한 먹거리 외 회사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다양한 신사업을 발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정체된 내수시장 돌파를 위한 중장기 전략에도 돌입한다는 전략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라면과 더불어 스낵을 제2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는 ‘듀얼코어’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누들 및 파스타, 소스 시장도 검토해 다양한 성장 동력을 마련해 나가고, 7대 타깃국가(미국·멕시코·브라질·인도·영국·일본·중국)에 집중해 글로벌 성장을 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
[현장] 아시아 넘어 세계로 '2025 유라시아부산국제아트페어' 개막
·
[단독] 방시혁 의장, 하이브 주식 1568억 '추징보전' 동결됐다
·
산업은행 부산 이전, 다시 '핵심 변수'로…이재명 정부·PK 민심 정면충돌
·
"타이레놀도 없다" 의약품 시각장애인용 점자표시 '게걸음'
·
정보 유출 후 셀러들 "매출 급감"…쿠팡 '충성고객' 무너지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