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오롯이 작가를 지원하기 위한 기획으로 시작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가 10년을 이어왔다. 처음 마음을 그대로 지키며 230여 명의 작가를 응원했다. 국내 어느 언론이나 문화단체, 국가기관에서도 시도한 적이 없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 10년의 뚝심이 하나의 가치로 21세기 한국미술계에 새겨졌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10년의 역사가 곧 한국현대미술 흐름을 관찰하는 하나의 시점’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이제 시즌11에서 한국미술의 또 하나의 길을 닦으려 한다.

역설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이런 현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물질문명에 대한 평가다. 인류를 풍요롭게 했지만 그만큼 대접받지는 못한다. 누구나 물질문명을 비판한다. 특히 먹물 집단에서는 필수 항목으로 통한다.
물질문명을 자양분 삼아 금세기 막강한 세력을 구축한 팝아트는 이런 모순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팝아트로 성공한 작가들은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그리고 이것의 성공 모델인 미국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의 작품으로 부와 명성을 얻었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이런 모순을 예술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아우른다. 상반되는 요소를 하나로 묶어 효과적인 표현방법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가치적으로는 동양적 생각과 서양적 논리를 하나로 묶거나. 전통과 현대를 혼합해 나타나는 새로운 가치에 방점을 둔다. 여성과 남성, 자연과 인공의 결합도 그렇다. 예술에서는 표현의 복합성으로 나타난다. 복잡함과 단순함, 원색과 무채색의 조합, 직선과 곡선의 콜라보 같은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개인전을 연 앨리스 달튼 브라운도 포스트모더니즘의 가치를 작품에 담아 성공한 작가다. 87세의 노년에도 새로운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그는 이처럼 상반된 요소를 한 화면에 담아 서정적 풍경으로 보여준다.
독학으로 일궈낸 그의 작품은 80대에 나오기 시작한 매우 감상적인 바다 풍경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섬세하게 빛나는 잔잔한 바다 물결과 기하학적 실내, 복잡하게 얽힌 숲속과 단순한 건물이 하나로 어우러져 극적이면서도 서정성 짙은 화면을 연출한다.
숲속 풍경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아름도 이런 상반된 요소의 작업을 선보인다. 그의 화면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질적 요소의 조화다. 우선 표현 방법이 배치된다. 화면 대부분 차지하는 숲은 매우 디자인적 기법으로 처리됐다. 반면 작품의 주제를 보여주는 숲속 동물들은 아주 사실적 회화기법으로 표현했다.

전통적 회화의 눈에서는 부자연스런 조합으로 거의 터부시한 방법이다. 그러나 현대 회화에서는 이미 오래전 디자인적 표현 방법이 새로운 기법으로 정착됐다.
디자인적 방법과 회화 기법이라는 상반된 요소를 조합해 주목도가 높은 화면을 연출하는 한아름 회화는 아름답지만 묵직한 메시지도 보여준다.
숲의 식물은 유칼립투스나 바나나 같은 열대 식물이며, 그 속에서 숨박꼭질하듯 숨어 있는 동물들은 멸종 위기의 연약한 동물들이다. 흔히 뱁새로 불리는 붉은머리오목눈이나 수달, 올빼미 같은 것들이다.
이런 상황을 연출한 화면으로 작가는 힘없고 사소한 존재가 행복한 일상으로 살아가는 파라다이스를 꿈꾼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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