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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세 회피가 아니라고?" 오라클, 3000억 원대 세금추징 2심서 반전승소

법원 "아일랜드 법인 도관으로 보기 어려워"…대법원 상고 여부에 촉각

2025.12.03(Wed) 17:12:17

[비즈한국] 한국에서 1조 원대 조세 불복소송을 벌이고 있는 다국적 IT(정보통신) 기업 오라클이 3000억 원 규모 법인세 징수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승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한국오라클이 사용료 명목으로 대금을 지급한 아일랜드 법인이 실제로 사업 활동을 했고 그 소득을 처분할 권한을 가졌다고 판단했다. 세금 절감을 위해 ‘조세 회피처’에 법인을 두는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이 법정에서 인정된 사례로 평가된다. 다국적 기업 대상 과세에 제동이 걸리면서 유사한 회피 전략을 취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조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환영할 만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다국적 IT 기업 오라클이 3000억 원대 법인세 징수 불복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517 무역센터 아셈타워에 위치한 한국오라클. 사진=박정훈 기자


#역대급 조세소송 ‘반전’ 오라클 2심서 승소 

 

세금탈루 혐의로 국세청으로부터 약 3000억 원 규모의 세금추징을 당했던 오라클이 2심에서 ‘반전’을 이끌어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1부(재판장 최수환)는 한국오라클이 삼성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징수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지난달 26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국세청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오라클 국내 법인인 한국오라클 유한회사가 2조 원의 수익을 누락해 조세를 탈루한 혐의를 물어 대규모 법인세 추징에 나섰다. 한국오라클은 국내에서 번 수익을 미국 본사 등에 소프트웨어(SW) 사용료로 보내는 과정에서 세금 부담이 적은 아일랜드를 경유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피했다. 

 

국내에서 이 같은 방식은 2008년 초를 기점으로 적용됐다. 해당 시기 오라클은 한국 등 아시아권 지사와 아일랜드에 설립한 자회사 간 이전계약을 맺어 판매 사용료를 아일랜드 소재 법인 ‘오라클서비스’로 지급하도록 했다. 한-아일랜드 조세조약에 따라 원천징수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라클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다국적 IT 기업으로 전 세계에 100여 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해 있다. 한국오라클은 오라클의 소프트웨어 국내 판매 및 유지보수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한해 1조 514억 원, 전년도 1조 59억 원 등 1조 원 이상의 국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오라클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글로벌 IT 기업으로 전 세계 100여 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오라클


이번 판결은 세 건의 행정소송이 병합돼 결론났다. 총 소송가액은 3075억 원 9298만 원이다. △2008년 173억 6944만 원 △2009년 251억 8831만 원 △2010년 203억 7269만 원 △2012년 1098억 1029만 원 △2013년 614억 8335만 원·93억 2425만 원 △2014년 632억 4719만 원 △2014년 79억 746만 원 등 2011년, 2014년, 2016년 세 차례에 걸쳐 각 사업연도 귀속 법인세로 징수된 금액이다. 

 

재판부는 한국오라클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며 “1심 판결은 결론이 달라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판결을 최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판결한다”고 밝혔다. 

 

#“도관 아니라 실질사업자” ‘사용료 회피’ 구조 인정받나

 

전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빅테크들은 본국이나 고세율 국가에서 영업해 큰 매출을 올리면서도, 매출 수익을 로열티나 무형자산 사용료 같은 명목의 비용으로 처리해 여러 페이퍼컴퍼니나 중간 계열사를 거쳐 조세회피처로 이전하는 수법을 흔히 사용한다. 비용을 인위적으로 부풀려 현지 법인의 이익이 거의 남지 않도록 설계함으로써 실질적인 경제활동이 있는 국가에서의 과세를 최소화하고 최종적으로 세율이 낮거나 세금이 거의 없는 지역에 이익을 쌓는 전략이다. 

 

법원은 아일랜드 법인과 한국오라클 사이 지급대가를 사용료 소득에 가깝게 봤다. 아일랜드 법인을 전형적인 ‘수익 우회’ 조직으로 전제한 과세 당국의 시각이 근거가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한국오라클이 노하우나 기술을 전수받지 않은 채 단순히 판매 대행만을 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고 아일랜드 법인으로부터 이 사건 소프트웨어에 관한 노하우 또는 기술의 이전 없이 원고가 이사건 소프트웨어를 국내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배급하고 컨설팅 및 유지보수 교육 용역 등을 제대로 제공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고 판시했다.

 

구글코리아는 1500원 규모 조세불복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코리아는  올해 과세당국에 780억 원대 법인세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연합뉴스


또 다른 쟁점이었던 오라클서비스의 ‘실질귀속자’ 여부도 인정했다. 오라클서비스가 설립 이후 10년간 판매비와 관리비가 지속 증가했고, 매출액 및 매출총이익 대비 인건비·운송비·통신비·감가상각비·교통비 등 각종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반적인 도관회사로 취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단순 도관회사에 불과하다면 ‘이익의 향유’와 ‘위험의 부담’이 모두 결여돼 있어야 하지만 오라클서비스는 신용위험, 유통위험, 외환위험 등의 사업상 위험을 직접 부담하고 있고 싱가포르 지점에 상당한 규모의 재고자산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아일랜드·싱가포르 사무실 운영 및 500명 이상의 임직원 고용 등 인적·물적 설비를 갖추고 싱가포르 지점이 아시아 지역에서 상당 수준 영업활동을 한 점 △한국오라클 등에서 수치한 대가 외에 하드웨어 재판매·소프트웨어 직접 제공·하드웨어 기술 제공 용역과 같이 수입원이 다양한 점 등을 근거로 밝혔다.

 

이번 판결은 조세 행정과 다국적기업 조세 전략에 적지 않은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과세당국이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IT·플랫폼 기업들의 무형자산·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이전 구조를 활용한 조세 회피 관행에 제재를 가하는 흐름 속에서 법원이 법인 구조 만으로 도관회사로 보는 전제를 뒤집었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이번 소송 포함 총 1조원 규모의 조세 불복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번 판단이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다국적기업의 조세 리스크는 완화되는 반면, 당국은 실질분석과 구조 입증 부담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가운데 국세청이 대법원에 최종 판단을 맡길지도 주목된다. 국세청은 개별 기업 소송과 관련해 향후 대응 여부를 밝히지 않는다. 역대급 조세 불복 소송에서 1심과 다른 결론이 나온 만큼 상고를 통해 대법원 판단을 구할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된다. 한국오라클은 이번 판결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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