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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비 지원받았다더니 '뒷광고'…건강기능식품, 소비자 기만 선 넘었네

질환 극복 경험담 가장해 댓글까지 짜맞춤한 광고…계속된 단속에도 후기형 게시물 여전

2025.09.09(Tue) 17:42:34

[비즈한국] 당뇨 환자 A 씨는 최근 블로그에서 ‘당뇨 극복 후기’를 검색하다 여러 게시글에서 동일한 영양제 제품을 추천받았다. 같은 질병이 있는 이들이 추천한 제품인 데다, 게시글 상단에 ‘연구비를 지원받았다’는 문구까지 있어 혹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여러 게시글을 살펴본 결과 A 씨는 그 글들이 제품 광고였음을 깨달았다. 공정위가 ‘후기 형태 게시물’을 중심으로 뒷광고 모니터링을 하고 관련 지침을 강화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더욱 진화한 형태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광고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블로그에는 ‘연구료를 지원받아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글입니다’라는 문구를 내세운 건강기능식품 후기형 광고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질환 극복 경험담처럼 꾸미고 제품 사진·임상 연구 링크·댓글 홍보까지 교묘히 활용해 소비자를 기만한다. 그래픽=김상연 기자

 

#‘치료 후기’ 검색했는데 광고 글만 수두룩

 

최근 블로그를 중심으로 ‘연구료(비)를 지원받아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글입니다’라는 문구를 표시한 게시글이 늘어나고 있다. 제목을 살펴보면 주로 특정 질환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등을 다루는 내용이다. ‘○○증 셀프 관리 후기’, ‘○○염 증상, 원인 및 치료 후기’ 등이 그 예다. 일상적인 내용으로 보이는 제목들도 있다. ‘○종류 이상 먹어본 효소 효능, 부작용 총정리’, ‘폭식증 → 간헐적 단식 - ○○kg 후기’ 등이다. 질환군도 당뇨, 고지혈증, 부정맥, 식도염, 관절염 등으로 다양하다. 이 같은 게시글의 본문을 읽다 보면 중간에 ‘건강기능식품’ 혹은 ‘기타 가공품’ 제품을 발견할 수 있다.

 

본문 구성은 다른 광고 글과 비슷하다. 작성자는 특정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 게시글은 이를 증명하는 진단서나 약 처방 내역 사진을 포함한다. 기존에 복용하는 일반의약품 사진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후 “약이나 다른 제품으로는 나아지지 않았다”며 “찾아보니 약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더라” 혹은 “영양 성분이 미흡하더라” 같은 말을 한다. 그러고는 임상 연구 본문 링크 1~2개를 첨부하며 제품 원료의 효능 등을 소개한다. 마지막에는 소개하고자 하는 제품의 사진이 나온다.

 

여타 광고 글과 동일하게 ‘댓글’을 통해서도 홍보한다. 게시글이 오전에 올라가면, 그날 오후에 댓글에서는 제품의 판매처를 찾는 사람이 등장하고, 또 다른 사람이 1분여 만에 대댓글로 ‘이 제품을 먹고 있어 대신 답변을 드린다’며 판매처 링크를 남기는 식이다. 한 게시글에서는 ‘○○제품이 맞나. 아직까지 드시는지도 궁금하다’는 댓글이 달렸고, 대댓글로 다른 사람이 ‘○○제품 맞다. 블로거님께 쪽지 드렸는데 아직까지 드신다고 답장 왔다. 답장 못 받으실까 봐 공유 드린다’고 남겼다. 댓글을 작성한 두 사람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니 해당 브랜드 제품의 후기만 5개가 올라와 있었다. 이 밖에도 두 사람이 여러 게시글에서 서로에게 댓글을 달거나, 이미 자신의 블로그에 후기를 남기고도 다른 블로그에서 ‘어떤 제품인지 궁금하다’고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들은 검색에서 걸리지 않게끔 ‘연구료(비)를 지원받아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글입니다’라는 표시 문구를 사진으로 첨부했다.

 

#‘원고 공부’가 연구? 회사 설명 들어보니

 

표시광고법은 ‘뒷광고’와 같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통해 추천·보증인과 광고주 사이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명확하게 표시하도록 그 위치·내용·방식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한다. 지난해 11월 공정위는 홍보 후기 글임을 알리는 표시 문구를 제목 또는 본문 최상단에 올리도록 하고, ‘소정의 수수료를 지급받을 수 있음’과 같이 조건부·불확정적 표현은 광고가 아닐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므로 적절한 표시 문구가 아니라는 내용도 지침에 명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연구료를 지원받아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글’이라는 표시 문구는 소비자를 오인케 할 소지가 있다. ‘연구료’는 광고 글에서 주로 사용되는 ‘수수료’, ‘원고료’ 등과 같이 추천·보증인과 광고주 사이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드러내는 단어들과 어감이 크게 다르다. ‘연구료’는 연구하는 데 드는 비용을 의미하는 만큼 작성자를 ‘제품을 제공받은 이’가 아닌 ‘전문가’로 인식하게 할 수 있다. 본문에는 작성자의 제품 후기만이 있지만, 상단의 이런 문구만으로 소비자는 우선 게시글을 읽게 될 수 있다.

 

이 제품의 제조판매사에 문의해보니 회사 관계자는 “‘연구료’라는 표현은 ‘수수료’와 같은 개념으로, 조금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본문을 보면 블로거가 원고를 작성함에 있어 공부해야 할 내용이 조금 심도가 깊다. 영양소의 작용 기전이라든지, 신체 기관에 대해 깊은 수준으로 다룬다. 그렇다 보니 그 과정들을 연구라고 표현한 것이다. 연구기관만 연구자는 아니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라는 표시 문구 역시 공정위 지침상 ‘체험 후기’, ‘일주일 동안 사용해 보았음’, ‘체험단’, ‘이 글은 홍보 문구가 포함돼 있음’ 등과 함께 명확한 내용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의 예시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개정 지침을 통해 명확한 내용에 해당하는 경우로 ‘위 ○○상품을 추천(보증, 소개, 홍보 등)하면서 ○○사로부터 경제적 대가(현금, 상품권, 수수료, 포인트, 무료 상품 등)를 받았다’, ‘금전적 지원’, ‘대가성 광고’, ‘무료 상품’, ‘상품 협찬’, ‘상품 할인’ 등을 명시했다.

 

공정위는 최근 몇 년 사이 지속적으로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 등의 후기 게시물을 점검하고 뒷광고가 의심되는 게시물에 대해서는 자진 시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위반 의심 게시물’ 수는 줄지 않고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2년 2만 1037건, 2023년 2만 5966건, 2024년 2만 2011건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기준 자진 시정한 게시물 수는 2만 6033건에 달한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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